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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중국의사보다 못한 한국의사 때문에 병 키워”

중국에서 진단받은 베체트병 왜 한국에선 진단 못했나?

한 네티즌이 한국에서 안과진료를 받았지만 의사의 불성실한 진료로 제대로 된 진단을 받지 못해 실명할 위기에 처했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사업차 중국을 자주 왔다 갔다 하는 이 네티즌은 우리나라보다 의료수준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는 중국병원에서 오히려 성실한 진료와 함께 제대로 된 진단을 받았다며 한국의 ‘3분 진료’ 시스템을 신랄히 비판해 더욱 주목된다.

중국과 한국을 자주 왕래하는 A씨는 지난 12일 그동안 자신이 중국과 한국의 병원을 오가며 겪었던 아찔한 사연을 정리해 다음 아고라에 올렸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어느 날부터 갑자기 눈이 잘 안보이기 시작해 지난 1월 수원의 한 안과의원에 방문했지만 의사는 별 것 아니라며 인공눈물을 처방했고 A씨도 별 의심 없이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A씨는 이후 4개월쯤 지나면서부터 자꾸만 눈에 파리가 몇십 마리는 돌아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A씨는 중국에 들른 길에 현지의 시립병원을 찾았고 병원에서는 30여분의 문진과 몇 가지 검사를 진행한 후에 포도막염을 진단하면서 입원치료를 권유했다.

A씨는 낯선 이국땅에서 ‘포도막염’ 진단을 받았지만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낙후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병원 의사의 말을 신뢰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중국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서둘러 한국으로 귀국해 지난 1월에 찾았던 수원의 안과의원을 다시 찾았다.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그런 것일 겁니다. 지금은 괜찮은 것 같네요.”

A씨는 안과의원에서 의사에게 “입안이 자주 헐고, 몸 컨디션도 많이 떨어졌다”는 증상을 호소했지만 의사에게 돌아온 말은 늘 듣던 것과 마찬가지였다.

미심쩍은 기분이 들었던 A씨는 중국병원에서 포도막염이라는 진단까지 받았다고 의사를 설득해 몇 가지 검사를 추가로 진행한 끝에 결국 한국병원에서도 포도막염이라는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 진단을 내린 의사는 3일 뒤에 다시 병원을 방문할 것을 권유했다.

3일 뒤 다시 병원을 찾은 A씨는 좀 더 있으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의사의 말에 다시 사업을 위해 중국으로 입국했다.

하지만 중국에 가서도 A씨의 증상은 그대로였다. 큰 불편을 느낀 A씨는 석연치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또다시 중국병원을 찾았다.

A씨를 다시 마주한 중국의사는 이번엔 A씨에게 호통을 쳤다. 왜 한국에서 병원을 가지 않았냐는 것이었다.

호통을 치는 중국의사에게 A씨는 “한국병원에서 괜찮다는 말에 다시 중국에 왔다”고 말하자 중국의사는 “당신의 병은 가만히 놔두면 죽을 수도 있는 병이다”라면서 한국의 의사들이 참으로 한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중국의사는 한국의사에게 베체트병이 의심된다는 소견서를 이메일로 보냈다.

베체트병 환자 중 20~30% 정도는 포도막염을 앓고 있으며, 그 중 20% 가량은 실명까지 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진 심각한 질병이다.

A씨는 자신이 그동안 겪었던 사연을 13일 인터넷에 올리며 “적어도 제 병명을 알 수 있는 기회가 10번은 넘었음에도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의사의 불성실한 진료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막막한 심경을 토로했다.

특히 문진에 최소 10분에서 30분까지 걸리는 중국의 진료시간과 3분도 채 걸리지 않는 한국의 진료시간을 비교하면서 “1~2분 안에 병을 알고 처방해주는 신이 내린 의사가 너무 많은 한국의 의료는 더 이상 돈벌이에 지나지 않은 것 같다”고 한국 의사를 비판했다.

A씨는 다음 주에 한국으로 돌아와 입원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A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크게 분노했다. 수백개의 관련 댓글이 달렸는데 주로 불성실한 진료를 하는 한국의 의사들과 의료시스템을 비판하는 내용들이다.

한 네티즌은 “한국의 병원 진료시간은 3분을 넘어가는 적이 거의 없다. 증상을 호소해도 소용없고 오히려 환자의 자존심만 상하게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네티즌은 “한국의 의사들은 돈벌이에만 집중한다. 의사들을 믿어선 안된다”고 의사들을 향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주로 한국병원과 의사를 비판하는 댓글들이 달렸지만 3분 진료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을 비판하는 내용도 상당 수 보였다.

한 네티즌은 “의료수가 현실화하자고 하면 죽자고 악쓰는 당신들이다. 커피 한잔 값도 안되는 진료비에 너무나 많은 것을 바라지 말라”고 일침했다.

결국 의사로 추정되는 네티즌까지 등장해 고질적인 한국의료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자신을 의사라고 밝힌 네티즌 B씨는 “A씨의 지적은 충분히 타당하다”고 위로하면서도 “이 문제는 의사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료의 구조적인 문제다”라고 밝혔다.

B씨는 “(현재 한국의료체계에서)의사는 환자 한명 한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가 없어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힘들다. 우리나라에서는 오전에 환자 15명 정도를 진료해서는 의사 월급은 고사하고 병원 직원 월급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실상을 전했다.

그는 또 중국의료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B씨는 “최근 중국의학계에서 양질의 논문이 급증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학논문은 양만 많았지 질은 떨어지는 게 많았는데 최근 국력의 신장과 더불어 수준 높은 논문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B씨는 “중국의학의 발전 속도가 참으로 놀랍다”면서도 “아직까지는 한국 의료수준이 중국보다 뛰어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