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일)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학술/학회

의료 현장에서 어떻게 실질적인 환자 참여를 확대할 수 있을까?

환자경험평가로 환자 참여의 중요성 증가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배제돼 있거나 환자 눈높이 못 맞춰
환자 건강 문해력 파악 및 향상으로 주도적인 환자 참여 이뤄져야

환자와 의료기관이 함께 의료 현장에서 환자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의료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환자가 중심이 되고, 참여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에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환자안전법을 시행하는 등 환자 안전을 위한 환자의 참여 필요성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 눈높이에서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관련 연구와 제도 제정을 위한 국가의 관심과 지원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대한환자안전학회(회장 이재호)가 제17차 정기학술대회를 11월 2일 서울아산병원 동관 대강당에서 개최했다.
 
학술대회 프로그램은 1,2부로 구성됐으며, 1부는 환자안전을 위한 환자참여 향상 전략, 2부는 병행세션인 ▲COVID-19 이후 뉴노멀 시대의 환자안전, ▲임상 현장에서의 환자안전 연구 결과 적용 및 실제로 진행됐다.

1부에서는 학술대회의 주제인 ‘환자안전’을 실현하기 위해 환자가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 환자와 의료기관 등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2부에서 논의하기 전 환자 참여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형성했다. 

이제 환자는 몸에 질병이 있어 의사나 병원으로부터 의료서비스를 받는 사람의 개념에서 더 나아가, 자신의 질환을 공부하고 관리하는 사람, 의료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사람, 헬스케어 데이터를 수집, 관리, 활용하는 사람, 의료 정책/제도에 대한 이해 및 변화를 추진하는 사람인 ‘신환자(New patient)’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1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아직 완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병원 밖에서의 질병 관리 및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환자참여를 넘어 환자주도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 2023년부터 ‘환자-의사가 함께하는 의사결정 모형개발 및 실증연구 사업’을 시작, 주관기관인 경희의료원을 중심으로 공유의사결정 연구사업을 진행한다.

공유의사결정은 의료전문가가 개인과 협력해 치료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공동 프로세스로서, 미국, 영국 등에서는 관련 법제도 하에 공유의사결정이 시행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국립암센터, 한양대, 연세대, 조선대 산학협력단 등이 참여해 과제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내년 R&D 예산 감축으로 인해 진행에 다소 제동이 걸리게 됐다.

공유의사결정 사업단 홍석철 사무국장은 “아직 국가의 지지를 많이 받지는 못하고 있다. 신약이나 의료기기는 성과를 보여줄 수 있지만 환자안전, 공유의사결정은 개념을 잘 모르는 경우도 많고, 정량적으로 표현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공유의사결정은 ‘3분 진료’로 표현되는 현재 의료환경 속에서 의사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조금씩 진행되고 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필요성과 성과 확산 부분에서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수가나 제도권으로 들어가 안전하게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양사이버대학교 보건행정학과 황정해 교수는 ‘환자참여 발전방향’ 발표에서 환자중심주의와 환자 참여에 대해 설명했다.

황정해 교수는 “환자 참여를 위한 인증평가의 수준을 넘어 운영의 과정에서 함께 참여하는 멤버십의 과정으로 환자를 개입시키는 것이 보다 완벽하다”며, “환자가 안전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경로를 교육하고, 참여한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결정의 주도권을 갖는 서비스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환자 참여가 어려운 이유는 용어와 전문 지식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점이 지적됐다.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진미향 부회장은 “환자의 지식을 증진시키는 부분이 환자참여 부분에서 중요하다. 짧은 시간 내 이뤄지는 진료에서는 환자의 필요나 궁금증을 해결할 수 없고, 별도의 자료도 없다. 신경기내분비종양같은 경우 국내 설명 자료가 없어, 환우회 홈페이지에는 환자의 CT기록지, 병리기록지를 해석해달라는 요구가 많이 올라온다”고 말했다.

진미향 부회장은 “환자가 환자단체를 찾는 이유는 질환 정보나 투병 사례를 공유하며 해결하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인데, 환자 수가 적은 경우에는 질병 정보 자체를 접근하기 어렵다. 훌륭한 의료제도가 만들어져도 사용하는 환자가 진입장벽이 높다면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김소연 PI팀장은 “환자경험평가를 시행하게 되면서 의료기관에서도 어떻게 환자안전을 위해 환자를 참여시킬까 고민하게 됐다. 아직 실제 환자가 참여하고,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환자의 문해력을 잘 평가하고, 그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환자안전센터 서희정 부장은 “2022년까지 진행된 제1차 환자 지원 종합계획은 사고 보고 및 환류체계를 만드는 데 중점이 됐고, 실제 임상 현장의 사실을 고려했을 때 실천 전략으로 가져갈 수 없었던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희정 부장은 “2차 환자안전종합계획은 환자와 보호자를 환자 안전 관련 정책의 가장 큰 참여 주체로 두고, 이들의 활동 참여 확대를 제1핵심과제로 포함을 시켰다. 또한 사고 발생시 소통 프로그램, 의료진 간의 의사소통 훈련 및 시뮬레이션 교육 등을 통해 환자·보호자와 소통하는 방법이 단계적으로 구체화되고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환자참여에 대한 관심은 늘고 있지만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 예산 우선순위 부분에서 아직 공유의사결정과 환자 참여 부문은 후순위로 밀려 있는 실정이다. 1부 세션 동안 관련 예산이 확보되고, 지속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부분이 여러 번 언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