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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한의사 뇌파계 사용은 불법의료…비정상적인 판결 대책 촉구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뇌파계를 한의학적 원리와 접목된 의료기기로 인정해 한의사가 뇌파계를 사용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한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서 참담한 심정으로, 향후 국민건강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서 우려합니다. 

뇌파계를 파킨슨병과 치매 진단에 사용한 한의사는 이를 ‘면허 외 의료행위’로 판단 받아 면허정지가 됐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온당한 결정을 번복하고, 2023년 8월 18일 대법원은 의과의료기기를 이용해 불법 행위를 한 것에 대한 온당한 면허 정지를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 향후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끼칠 수 있는 판결입니다.  

2022년 12월 22일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하지 않은 판결에 이어, 뇌파계 사용에 대한 판결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무면허 의료행위에 노출되고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입니다. 당장 뇌파계가 건강보험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우려를 멈출 수는 없습니다. 

먼저 면허정지 처분을 취소함에 있어, 용도·원리가 한의학적 원리와 접목된 의료기기는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에 대해서 우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공감할 수 없습니다. 

독일의 생리학자이자 정신과의사인 한스 베르거가 1924년 처음으로 사람의 뇌파계를 기록했습니다. 전기생리학을 기반으로 한 뇌파계가 한의학적 원리와 접목됐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이번 판결로 인해 한의사들의 뇌파계나 초음파 사용은 스스로 한의학 전문가로서의 자존심을 무시당한 것임을 인지해야 할 것입니다. 

한의과대학에서 관련 과목을 배운다고 주장하는데, 만약 의과대학에도 침술이나 부항, 추나요법 등에 대한 강의를 추가해, 실제 환자에 대한 임상실습이나 교육과정 없이 이를 의사들이 시행한다면 어떻겠습니까? 

일반적인 의원에서 의사들이 진맥을 통해 진단하고, 침이나 뜸을 이용하여 치료한다면 그것을 반길 사람들이 누가 있겠으며, 누구에게나 당혹스러운 광경일 것입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이렇게 비상식적이고 황당한 상황에 대해 손을 들어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한의학에서 언급조차 없으며, 한국어 이름조차 아닌 서양 학자의 이름을 딴 파킨슨(Parkinson)병을 한의원에서 진단한다는 자체가 뇌파계를 이용하든 하지 않든 웃지 못할 상황입니다. 

의료행위는 인간의 생명, 신체 또는 일반 공중위생과 밀접하고 중대한 관계가 있기에 의료법은 의사와 한의사가 각자 면허를 받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어느 쪽이든 무면허 의료행위가 되는 것입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기존의 법과 체계를 무시하는 판결이 반복된다면, 이는 국민건강의 문제와 다양한 사회적인 문제를 낳을 것입니다. 

검사 자체가 무해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옳은지 다시 한번 묻고 싶습니다. 뇌파계가 당장 비침습적인 검사고, 부작용의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한의사에게 허용해도 된다는 논리는 단지 검사 과정만 반영한 것으로 근시안적입니다. 의학에서 진단은 결국 치료로 이어집니다. 

면허의 범위를 벗어나는 의료 행위로 인해 병을 묵히면, 결국 그 피해는 환자와 가족들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 뻔하므로 진단 과정이 당장 무해하더라도 이를 잘 해석하지 못하는 의사가 시행하게 될 경우 이는 결코 무해한 것이 아니게 되며, 환자는 그로 인해 올바른 진단을 받을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또한, 한의원 등을 이용함에 있어 면허의 권위로 인해, 불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거나, 적절한 시기를 놓치는 것 또한 부작용이며, 환자의 고통입니다. 한방의 폐해로 인해 신속하게 치료해야 할 질병의 시기를 놓쳐 의사들이 뒷감당을 하고, 건강보험공단 재정 증가 등의 보이지 않는 문제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금번에 쟁점이 된 치매나 파킨슨병의 진단에 뇌파계가 결정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번 판결을 보면 마치 의사들은 뇌파계를 이용해서 치매나 파킨슨병을 뇌파계로 진단해온 것처럼 오해할 수도 있는데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첫째, 치매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병력입니다. 치매의 중등도 평가 평가를 위해 뇌MRI를 촬영해 해마 등의 위축을 관찰하고, 신경인지기능검사(SNSB,CERAD등)를 통해 심각도를 판단합니다. 

둘째, 파킨슨병의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 역시 환자의 병력을 청취하고 운동증상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PET영상을 이용해 조기 진단에 도움을 받지만, 뇌파계는 파킨슨의 진단과 무관합니다. 파킨슨병의 진단은 고도의 전문지식과 다년간의 경험이 필요하므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조차 파킨슨이 의심되면 신경과 의사에게 의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매나 파킨슨 모두 만성적인 퇴행성 질환입니다. 한의사가 뇌파계로 진단을 내렸을 때, 환자가 느낄 절망감 및 다른 의료기관에서 처음부터 진단절차를 밟아야 하는 사회적 비용 손실이 클 것입니다. 

전반적인 오진으로 인한 부수적인 악영향 때문에 오래 싸워야 하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큰 고통을 주기 때문에 이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정은 여러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번에 국제적인 청소년 행사의 준비 문제로 인해서 국제적으로 부끄러움이 많았습니다. 국민 건강의 관점에서는 이번의 대법원 판결이 국제적으로는 더욱 부끄러운 일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 몇 안 되는 한의사 보유국으로서, 한의사가 의사의 영역을 침범하는 상황을 정부가 허용하기도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국민들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여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게 될 것이고 장차 보건의료에 심각한 위해로 돌아올 것입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부끄러운 일인데, 이에 대한 책임을 도대체 누가 질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서 생길 국민 건강의 위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합니다. 

더 이상 의료법을 넘어선 영역 침범이 일어나지 않아야 합니다. 한의학의 영역 침범을 돕고 있는 판례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향후 의료법을 넘어선 이러한 비상식적인 판결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대책을 촉구합니다. 

*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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