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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심장 중재시술 EARLY CAREER 영입, 학회 노력만으로는 힘들죠”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최동훈 이사장



대한심혈관중재학회는 지금 젊은 의사, 이른 바 ‘EARLY CAREER’ 영입에 한창이다.

지난 6월 대한심혈관중재학회 하계학술대회 많은 곳에서 보인 ‘EARLY CAREER’라는 문구는 젊은 의사 영입을 위한 학회 노력의 표상이다. 

이번 하계학술대회에서는 각 토론마다 인턴, 내과 전공의, 순환기내과 전임의 등 100여명의 젊은 의사들이 참석해 중재시술 토픽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진지하게 내고 참여했다. 대부분의 전문 학술대회가 교수를 중심으로 한 ‘분과 전문의’들만의 토론장으로 이뤄지지만 대한심혈관중재학회는 이 부분을 과감히 수정해 젊은 의사들을 토론장으로 이끌었다.

중재시술의 미래, 그리고 국민 건강의 미래를 책임지는 ‘젊은 의사’ 양성은 중요하지만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최동훈 이사장은 학회나 병원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라며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학술대회에서 EARLY CAREER 세션을 준비한 뒷이야기부터 중재시술의 앞날을 위해 나아갈 방향까지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최동훈 이사장(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을 만나 직접 들어봤다.

Q. 자기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에 근무하는 최동훈 교수입니다. 현재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이사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Q.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한심혈관중재학회는 심장내과를 전공하는 선생님 중 ‘심장과 혈관의 이상을 수술없이 기구로 치료하는 중재시술’을 하는 선생님들이 모여서 만든 학술조직입니다. 

중재시술이라고 하면 조금 낯설 수 있겠는데요. 심장 혈관(관상동맥)이 막히는 병, 즉 동맥경화증에 의해서 막히는 병의 치료는 약물 치료도 있지만, 막힌 심장 혈관을 풍선으로 확장하거나 스텐트 삽입 등 물리적인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것들을 중재시술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심장뿐만 아니라 혈관이 막히거나 늘어나는 등 혈관 질환에서도 스텐트를 삽입하는데, 이 역시 중재시술 입니다.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판막 질환, 특히 대동맥 판막 협착이 많은데 여기서도 가슴을 열지 않고 인조판막을 중재시술로 삽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대동맥 판막 스텐트 삽입(TAVI)도 중재시술 의사들이 주로 하기 때문에, 중재시술 의사들은 심장, 혈관, 대동맥 판막 영역까지 범위를 넓혀 활약하고 있습니다. 

Q. 지난 6월 하계학술대회에서 EARLY CAREER 세션이 굉장히 이목을 사로잡았습니다. 

제가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이사장을 맡게 된 지 딱 1년이 지났는데요. 임기 시작 후 여러 상황을 살펴보니 중재시술을 하는 젊은 의사들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것을 파악했습니다.

중재시술 의사들은 대부분 대학병원에서 근무합니다. 그러나 대학교 등록금이 오르지 않는 상황인 만큼 대학병원 의사들의 임금 역시 동결된지가 10년이 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급 시술은 많이 늘어나게 됐고, 이에 따라 입원환자와 외래환자도 많이 늘어나게 됐습니다. 이에 따른 스트레스와 부담감이 많이 늘어서 점점 젊은 의사들이 중재시술을 선택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에 제 이사장 임기 동안은 젊은 의사분들이 중재시술을 많이 택할 수 있도록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학회 내 다른 이사들과 토론해, 학회 차원에서 젊은 의사들이 학회에 많이 참여하고 이를 통해 심혈관 중재시술 부분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고 결론 내렸습니다. 

학회에 들어온다는 것은 결국 학회 활동을 많이 하게 하는 겁니다. 학회 활동을 하려고 하면 그분들이 학회에서 발표도 하고, 학회에 참여해서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작년 동계 학회에 ‘EARLY CAREER’라는 말을 사용해 젊은 의사 70분을 초청했습니다. EARLY CAREER 세션은 굉장히 큰 호응을 받게 됐고, 이에 이번 하계 국제학술대회에서도 100명으로 초청 인원을 늘려 젊은 의사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학술대회를 하게 되면 초록을 발표하는 의사나 초청 연자들이 우선적으로 학술대회에 가게 돼 대부분의 젊은 의사들이 응급실 당직을 위해 병원에 남아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학회 차원에서 EARLY CAREER 세션을 만들어 젊은 선생님들을 먼저 초청한 만큼, 오히려 윗년 연차의 선생님들이 젊은 의사 선생님들의 학회 참석을 독려하며 당직을 대신 서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EARLY CAREER 선생님들은 부담도 줄어들고 기쁜 마음으로 학회에 참석할 수 있었고, 발표는 물론 학회에 처음부터 끝까지 다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전반적인 학회 분위기도 젊어졌고, 예전에는 학술대회 끝자락에 많은 회원들이 병원으로 돌아가거나 학회를 이탈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끝까지 남아있는 회원들도 많았습니다. 또한 이전 학술대회에서 보통 제일 많았던 인원은 600~800명이었지만, 이번에는 1200명 넘게 참석해 참석자가 30% 이상 늘어나 굉장히 좋았던, 훌륭한 학술대회였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만약 오는 동계학술대회에서도 기준 인원보다 많은 젊은 의사분들이 참가 의사를 밝혀준다면, 그 신청 인원을 다 수용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Q. EARLY CAREER들이 중재시술을 택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첫 번째로 대학 등록금 동결에 따른 의사 급여 동결을 들 수 있습니다. 월급이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에 비해 오르고 있지 않습니다. 업무의 증가에 비해 급여가 부족합니다.

또 예전의 선생님들은 자존감이나 애교심 등으로 대학병원에서 계속 근무했지만 개인 시간을 많이 못 갖고 주로 병원에서만 생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중재시술은 밤낮이 없습니다. 낮에도 시술을 많이 하지만 밤에도 응급시술을 많이 합니다. 심장에서 가장 응급은 심근경색증으로, 환자에게 심근경색증이 오면 대부분의 병원에서 아주 빠른 시간 내에 시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새벽이든 한밤중이든 언제든지 출근해 시술을 하게 됩니다. 

이처럼 너무 오랜 기간 동안의 응급 시술, 개인 생활 및 가족과 보내는 시간의 부재 등 ‘워라밸’이 무너지는 상황을 젊은 의사 분들이 많이 목격했는데, 젊은 의사들은 이런 것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또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다른 분들의 힘듦에 비해 사회적 인식이나 사회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큰 사고가 생기게 되면 대부분의 의사들이 최선을 다했다고 해도, 사회에서는 의사의 잘못으로 취급해 ‘살인 사건’처럼 큰 문제가 된 것으로 다뤄집니다. 또 검찰, 경찰 등에 소환되는 일도 많이 생깁니다. 의사의 설명의무나 책임의무를 다해 과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도 일부 배상을 하게 하는 등의 재판이 반복되니, 선의를 갖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심혈관중재술을 하려했던 의사들이 결국 그 자리를 포기하게 됩니다. 

환자를 위해 나를 희생해 힘든 일을 하지만 사회에서 알아줄 경우 잘 할 수 있겠지만, 사회에서 보는 시선이 좋지 않고 위험 부담이 많은 것을 하기가 쉽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젊은 의사 분들이 많습니다.

때문에 대학 졸업 후 최근 논의되는 ‘필수의료’ 분야를 선택하는 의사들이 확 줄고 있고, 필수의료 중에서도 심장내과에서는 중재시술이 가장 위험 부담도 많고 힘든 분야지만 지원이 확 줄어드는 것이 현실입니다. 

Q. 중재시술 분야에서 젊은 의사 양성이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근 한 지역의 대학병원에서 6명의 의사 중에 4명이 갑자기 그만두는 일이 생겼고, 서울 시내의 꽤 큰 병원에서도 중견급 이상의 의사들이 그만두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중재시술을 하는 의사들이 갑자기 그만두게 되면 그 병원들은 응급 시술을 못하게 되고, 응급 시술을 못하게 되면 주변의 병원에 영향을 미쳐 남아 있는 의사들이 다 도맡아서 해야 해 더 힘들어집니다.

사실 대한심혈관중재학회의 미래는 젊은 의사한테 달려 있는 게 당연합니다. 나이 많은 중견급 이상의 의사들은 결국 정년퇴임을 하게 돼 만약 젊은 의사들이 계속 보충이 안 되면 결국 중재시술을 하는 의사들이 우리나라에서 많이 부족해질 것입니다. 

또 그 여파는 결국 환자한테 미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응급 환자가 생겼을 때 적절하게 응급 시술을 못 받는 경우가 생기게 되겠죠. 

최근 대학병원의 한 간호사가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됐는데 이것이 바로 ‘필수의료’의 문제입니다.

필수의료는 어느 개인이 다 담당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정부나 사회, 의료계 전반이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의사, 새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열심히 하려는 마음가짐이 없다면 우리나라 의료는 망합니다. 최근 저출산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젊은 사람들이 많이 생기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가 되고, 일할 수 있는 인력이 사라집니다. 의료계도 마찬가지 입니다. 
 


Q. 학회나 정부가 제시하는 EARLY CAREER 영입 방안이 있나요?

대한심혈관중재학회에서는 EARLY CAREER 세션을 통해 젊은 의사분들이 마음 편하게 학회를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고 하지만 학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주 적습니다. 

EARLY CAREER 세션을 마련해 ‘학회가 젊은 의사들한테 도움을 주려고 하는구나’는 느낄 수 있겠지만 병원, 의료계,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풍토가 중재시술을 꺼리게 한다면 학회가 노력하더라도 젊은 사람들이 중재시술을 택하지 않으려 할 겁니다.

따라서 사회 전반, 정부에서 중재시술이 우리나라 필수의료에서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고 이에 대한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는 정확한 방안을 도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젊은 사람들은 결국 중재 시술을 하지 않게 되고 그 여파가 나중에는 우리 국민들한테 미쳐, 심근경색증이나 심장마비 등에 대한 응급 시술이 굉장히 어려운 시기가 곧 도래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남, 충북, 강원지역의 심장내과 의사들의 업무량이 너무 높아 곧 그 지역부터 심혈관중재시술의 인프라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이미 나왔습니다. 지금 느긋한 마음으로 현실을 바라볼 때가 아니에요.

Q. 현재 지원책의 한계와 실질적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정부에서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레지던트, 펠로우들에 대한 트레이닝을 책임지고, 양성에 힘써야 합니다. 학회나 병원에서 맡기고 알아서 하라는 태도로 일관하면 안 됩니다. 

특히 정부에서 의사 인력을 늘리겠다고 계속 얘기하고 있지만, 늘어난 의사 인력이 다 필수의료로 가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늘어난 많은 인력들이 다른 일반적인 의료로 갈 테고, 필수의료는 몇 명의 소수의 인력만 택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필수의료 활성화 방안은 정부에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차별’을 줘야 합니다. 트레이닝도 정부에서 맡아서 많이 도움을 줘야 합니다. 또 어렵게 트레이닝 받고, 어렵게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에 대해 더 좋은 대우를 해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필수의료를 하는 분들이 그나마 조금 더 늘고 지금보다 많은 분들이 필수를 하려는 마음을 갖지 지금과 똑같은 월급 체계, 트레이닝으로는 의사인력을 크게 늘려도 현재와 ‘대동소이’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필수의료, 그리고 중증의료를 담당하는 임상과와 의사들에게 획기적인 지원을 해야합니다. 이런저런 작은 정책으로는 앞으로 초고령사회에서 쓰나미처럼 밀려올 심장질환의 홍수로부터 국민을 지킬 수 없습니다. 정부의 획기적인 대응과 지원이 매우 화급히 필요합니다. 

Q. 이 밖에 하시고 싶으신 말씀 부탁드립니다.

심장내과 의사로서 25년 이상 응급시술을 하며 지내왔는데요. 처음에는 힘든 줄 모르고 응급시술도 많이 하고, 환자분들이 잘 회복해서 퇴원하는 것을 보고 보람차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제 후배들도 중재시술을 택하리라 생각했는데 이사장이 돼서 본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환자 보는 게 좋고, 환자가 아주 위급한 상황에서 잘 치료돼서 퇴원하는 것이 자신한테 크게 보람찬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현실적으로는 상대적으로 편한 직종에 근무하는 동료∙선배 의사들에 비해 월급도 박봉이고, 힘들고, 큰 사고에 대한 스트레스 등을 여러 번 겪게 되면 회의감으로 인해 그만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문제화가 되고 요새 계속 이슈가 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입니다. 고된 일과 스트레스, 위험부담이 많은 직종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대접과 나라의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할 수 있습니다.

‘의사니까,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했으니까 스스로를 희생해야 한다’는 옛날 얘기지, 요즘 세대들한테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것에 대해서 잘 인지하고 정부에서도 좋은 방안을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언론, 미디어에서도 관심을 가져 인식에 대한 확산 및 정확한 인지를 돕고 팩트 전달과 해결책을 잘 전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그 해결책을 언젠가는 정부가 받아들여 필수의료 의사 적극 양성 및 획기적인 처우 개선을 통해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필수의료와 중재시술을 하는 의사들이 굉장한 대접을 받고, 사회적인 인정과 존경을 받듯 우리나라도 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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