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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응급실 폭행, 이제는 실효적인 방안으로 예방·최소화해야 ②

김원 부원장 “‘반의사 불벌’ 삭제 및 응급실 폭행 신고 의무화 등 제도 개선 필요”
정성필 이사 “주기적인 응급실 폭행 실태조사 실시돼야”



응급실 폭행 등을 막으려면 관련 법과 제도, 가이드라인을 실효성 있게 개선함은 물론, 응급실 진료 환경 문제와 그 외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응급실 폭행 실태조사가 주기적으로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비판과 지적, 견해 등이 제기됐다.

11일 대한병원협회와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민석·김원이·신현영 국회의원들이 공동주최하는 ‘안전한 응급실 진료환경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응급실 폭행을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제기됐다. 

응급실 폭행 예방 법·제도와 가이드라인 ‘실효성’ 떨어져

먼저 김원 제주한라병원 부원장은 이러한 응급실 의료인 폭행 실태에 대한 원인으로 실효성이 떨어지는 법과 제도, 가이드라인 등을 지목했다.

구체적으로 지인 등에 의해 신고자 특정 가능 및 압박 의한 신고 무력화, 보복 등이 발생 및 걱정으로 인해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 등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현실을 지적하며 ▲‘반의사 불벌’ 삭제 ▲응급실 폭행 신고 의무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소규모 응급실의 경우 의사 1명과 간호사 2명이 응급실 근무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청원경찰과 보안요원, 원무 및 행정 직원 등이 응급실로 와 폭행 가해자를 제압 및 격리를 도와줘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행 ‘응급의료법’은 적용대상을 응급의료종사자와 의료기사, 간호조무사로 한정하고 있어 적절한 대응이 힘듬을 꼬집으면서 법 적용대상을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으로 확대해야 함을 주장했다.

더불어 김 부원장은 “현재 의료법과 응급의료법에 산재한 폭력에 관한 법률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특가법)’으로 옮겨 일괄적으로 다룰 수 있어야 하며, 특가법 5조 9(보복범죄의 가중처벌 등) 관련 항목에 방화 등 응급실 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행동 등을 ‘테러’로 지정해 처벌하는 등 무관용을 원칙으로 한 ‘일벌백계’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주취자의 경우 ‘심신장애자 불벌’을 악용해 술 먹고 상습적으로 폭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음을 거론하면서 ‘심신장애자 불벌’ 적용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하며, 응급실 내 의료진과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 항상 ‘심신장애자 불벌 규정’을 미적용해 안전한 응급실 진료환경을 도모할 필요가 있음을 설명했다.

이어 응급실 출입 제한에 환자가 포함되지 않는 반면, 의료진은 ‘응급의료의 거부 금지’ 규정으로 인해 환자에 의한 폭행을 예방할 길이 없음을 호소하며, “환자가 주취자 혹은 응급의료법 위반자인 경우 응급의료 제공 거부권을 인정함으로써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 부원장은 현행 응급실 폭행 사건 발생 시 적용되는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응급실 내 의료진과 직원들은 보안요원 호출과 경찰 출동을 요청하고 피신하도록 되어있으며, 안전요원은 ‘칼’ 등 위험한 집기를 치우고 물리적 힘을 먼저 사용해서는 안 됨은 물론, 과잉대응 시 쌍방폭행이 적용되므로 도망다니면서 경고해야만 하는 현실에 대해 비판했다.

이뿐만 아니라 많은 인원을 동원해 가급적 폭행 가해자를 제압하되, 과잉대응을 해서는 안 되고, 의료 공백도 방지토록 되어 있는 지침에 대해 “의료진들 보고 피해를 입지 않도록 가해자를 피해 다니면서 응급환자를 진료하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라고 반문하며, 실효성 있게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김 부원장은 보안인력 24시간 배치·운영은 대다수의 중·소병원은 능력이 되지 않으므로 보완이 필요하며, 응급실 내 환자에게 진료 과정을 설명·설득해 사전에 폭행 사건을 예방·최소화할 수 있도록 응급실 안전관리 전담인력 배치 및 응급실 외래 환자 안전관리료 신설 등의 재정 지원을 촉구했다.


주기적인 직장폭력 실태조사와 응급실·병원·직장 내 폭력을 다루는 형태의 ‘법제화 필요’

정성필 대한응급의학회 학술이사는 응급실 폭행 방지대책 관련 다양한 해외사례를 소개하며, “우리도 미국에서 현재 법제화를 추진 중인 ‘건강 관리 및 사회 서비스 근로자를 위한 직장 폭력 예방법’처럼 응급실 폭력 관련 법을 따로 만드는 것보다 직장폭력 또는 영국의 ‘비상 근무자에 대한 폭행법’처럼 응급대원 관련 광범위한 법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또한, 국내 응급의료기관 평가에 폭행 관련 항목이 있으나, 실제 현황을 명확히 파악해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과 실제로 국내에서 응급실에서 얼마나 ▲신체적 폭력 ▲언어 폭력 ▲집단 폭력 등이 일어나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며, 주기적인 직장폭력 실태조사를 강조했다.


열악한 응급실 진료 환경, 폭언·폭행으로 이어지는 요인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전체적인 응급실 의료 환경 개선과 환자 안전을 위한 대책 안에서 의료인의 안전과 인권, 진료권이 보장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응급실 환경에 대해 “위급한 환자들이 모인 곳이지만, 환자나 보호자로 응급실 내부가 복잡하고, 대기시간이 길며, 중증도로 환자가 분류돼 관리되고 있지만 이러한 체계 불분명 및 의료인 부족 등의 문제들로 환자·보호자의 불만이 발생, 폭행·폭언 등의 사태로 이어지는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진료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의료인 폭행에 대한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아님을 분명히 하며, 응급실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함께 논의돼야 함을 지적했다.

폭행 가해자에게 치료비와 복구비 구상 제도 마련해야

법무법인 세승의 조진석 의료전문변호사는 “폭행 사건 사후 대응적 측면에서 응급의료시설 및 응급의료종사자에 대해 발생한 피에 대한 신속한 회복을 위해 당사자의 청구가 있을 경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우선적으로 치료비나 수리비를 대신 지급한 후 대지급자가 가해자에게 구상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가해자가 손해배상 거부 또는 손해배상할 능력이 되지 않아 피해 의료진이 신체적 상해에 관해 자기 부담으로 치료를 받거나, 손괴된 시설에 관해 피해 의료기관이 자기 부담으로 수리 및 피해 배상이 늦어 수리가 지연되는 경우 응급의료종사자의 사기 저하 및 응급의료업무 중단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조 변호사는 “응급의료현장에서의 폭력행위로 인해 응급의료종사자가 상해를 입거나 응급의료시설이 손괴될 경우 2차적으로 다른 응급환자가 응급처치를 받을 수 없는 심각한 응급의료 중단으로 이어져, 결국 응급환자 등의 생명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정현실적으로 도움이 되고 실천 가능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