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목)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기자수첩

약물 불법유통, 근본적인 원인에 답이 있다

식약처가 온라인을 통해 불법으로 거래되는 약물 유통을 근절시키겠다고 칼을 뽑아들었지만, 여전히 약물 불법 유통이 만연하다.

약사법에 의하면 약국 개설자(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고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다. 특히 전문의약품의 경우, 의사나 치과 의사의 처방에만 전문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중고제품을 거래하는 대형 플랫폼들은 물론 각 질환 또는 공통된 관심사를 다루는 커뮤니티에서도 몰래 약을 손에 넣기 위한 방법을 공유하는 등 갈수록 약물 불법 유통이 늘어나고 있다.

마약류는 물론, 각성흥분제, 발기부전 치료제, 낙태약, 식욕억제제 등 많은 약물들이 합법화되지 않은 방법으로 몰래 국민들 사이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마약류나 각성흥분제는 범죄에 악용될 수 있어 위험성이 더더욱 크고, 식욕억제제는 외모에 관심이 높은 시기인 청소년들, 미성년자도 SNS를 통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어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나비약이라고도 불리는 식욕억제제 ‘디에타민’은 중독성, 환청, 환각 등의 부작용 때문에 마약으로 지정됐으며, 국내에서는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손가락 한 번이면 손쉽게 구할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약물인 낙태약 ‘미프진(성분명 미페프리스톤, 미소프로스톨)’도 해외로부터 몰래 국내에 반입되고 있다.

미프진은 국내에는 허가되지 않은 약물이지만, 허가된 국가에서도 처방전이 있어야 구매할 수 있다. 특히 미 FDA는 임신 10주 이내만 처방이 가능하고, 약물 복용 후에도 초음파 검사 등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약물로 규정하고 있는데다가 부작용도 높다. 몇몇 환자들은 약물 복용 후에도 임신 중단 실패, 부작용 등의 이유로 결국 수술대에 올라야 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떠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으로 진행되는 약물 유통에서는 부작용이나 사용법 등 기본적인 약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

탈모약 역시 불법 유통되는 대표적인 약이다. 역시 우울증부터 태아 기형 유발 등 다양한 부작용을 갖고 있다.

약물 불법 유통이 갈수록 늘어나는 요즘 추세를 보면, 최근 화두에 오른 약 배달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이 틈을 타 온라인 불법 유통 문제가 더 심해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식약처는 이 달부터 불법적인 경로로 약을 유통할 경우 구매자까지 처벌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사태가 나아지길 기대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일례로 탈모약의 불법 유통 원인으로 가장 많이 꼽히는 이유 중 하나가 비용적인 측면이다.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구입하는 것과 불법으로 구매하는 것의 가격 차이가 약 10배 가까이 난다고도 하는 만큼, 소비자들도 불법 구매에 현혹되기 쉬운 조건이다. 

이처럼 탈모약에 대한 금전적인 부담이 문제였다면, 탈모약에 대한 급여 적용이 불법 행위를 차단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2019년 낙태법이 폐지됐으나 관련된 입법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기에 낙태약(경구용) 판매나 유통은 아직도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낙태약이 불법 유통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기도 하다.

만약 이와 관련된 법안이 제정되고 약 사용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제정된다면 불법 행위 근절은 물론, 보다 안전한 임신 중단도 가능해진다.

물론 약물 불법 유통을 일으키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고 무엇보다도 애초에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가 불법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실질적인 원인 제거야말로 불법 행위를 없애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주마가편이라는 말이 있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하듯, 그 어느 때보다도 불법 약물 유통 단속에 총력을 다하는 요즈음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식약처와 유관기관 및 단체 등이 협력해 빠른 시일내로 건강한 약물 유통 체계를 구축하는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