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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업무개시명령은 위헌 소지 다분”

김진환 변호사, 직업선택 자유·근로 3권·명확성 원칙 등 침해 가능성 커

지난해 8월 정부가 진료거부(파업) 중인 전공의・전임의에 대해 내린 ‘업무개시명령’이 위헌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의료법의 업무개시명령은 특정한 행정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한도를 뛰어넘어 매우 막강한 수단・방법으로 설정돼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의료정책포럼 제18권 4호에 실린 ‘업무개시명령의 위헌가능성에 대한 소고(김진환)’ 기고문은 현행 의료법에 규정된 업무개시명령의 위헌 가능성을 따져봤다.


직업선택의 자유=직업선택의 자유는 직업을 결정하는 자유뿐만 아니라 그 직업에 종사하는 자유, 즉 영업의 자유도 그 안에 포함되고 ‘직업을 수행하지 않을 자유’인 소극적 자유도 보호한다.


출근을 하지 않거나 일을 하다가 도중에 집으로 가버리는 행위로 처벌받는 사람으로는 대표적으로 군인을 떠올릴 수 있다. 군형법 제30조는 흔히 ‘탈영’이라 부르는 ‘군무이탈’을 규정하고 있고, 군형법 제79조에서는 허가 없이 근무 장소를 이탈하는 경우를 처벌하는 ‘무단이탈’을 규정하고 있다.


병(兵)뿐만 아니라 군인 간부도 똑같이 군형법 적용을 받아 무단으로 출근을 하지 않거나 지각이나 조기 퇴근을 했을 때 군무이탈과 무단이탈이란 범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물론 업무개시명령은 사전에 보건복지부 장관의 업무개시명령이 전제가 되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고발이 있어야만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군인의 경우와는 차이가 있지만 공무원 중에서도 군인만 형사처벌되는 특수한 범죄유형과 비교되는 것만으로도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은 상당해 보인다.


근로3권=사립병원에 고용돼 급여를 받는 전공의・전임의는 노동조합법이 정의하고 있는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노동자’로 인정될 여지가 크다.


전공의・전임의가 노동자로 인정되더라도 집단휴진이 적법한 파업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전공의협의회가 노조인지 여부, 집단휴진 목적이 ‘근로조건 향상’인지 여부, 집단휴진이 법령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지 여부 등의 검토가 선행돼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의료법 제59조에 규정하고 있는 업무개시명령은 전공의・전임의의 근로3권을 침해할 가능성은 커 보인다.


왜냐하면 전공의・전임의협의회 등의 주도하에 집단 휴진이 이뤄지는 경우가 통상적일 텐데, 업무개시명령은 이처럼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휴업과 폐업의 경우에만 발령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확성의 원칙=형벌법규의 내용이 추상적이고 불명확할 때에는 그 해석에 대한 법관의 자의가 허용돼 죄형법정주의에 반할 수 있다.


의료법 제59조 제2항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하여’,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를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정당한 사유 없이’란 단순히 의사 개인에게 불가피한 업무개시 불가 사유가 없는 것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인지, ‘집단’이란 어느 정도의 규모를 말하는 것인지,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란 어느 정도의 필수 의료인력조차 없는 경우를 말하는 것인지 등 그 의미가 명확하다고 볼 수 없다.


일반적인 형벌 조항이라면 명확성의 원칙은 법관의 자의를 막기 위한 것이지만 업무개시명령과 같은 행정형벌은 행정기관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필요성으로 최대한 행정처분의 요건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규정해 놓는 것이 필요한데 과연 의료법 제59조가 그러한가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글을 작성한 대한의사협회 김진환 자문변호사는 “업무개시명령에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특정한 행정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한도를 뛰어넘어 매우 막강한 수단・방법으로 설정돼 있기 때문”이라며 “실제로도 이번 전공의・전임의에 대한 고발조치처럼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합법적으로 의료인과 의료계를 통제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김 변호사는 “의사가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복종하지 않으면 ‘항명죄’나 ‘명령위반죄’로 처벌받는 군의관은 아니지 않는가”라며 “최근 여당에서 의료계의 파업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하니 업무개시명령으로도 부족함을 느낀 정부가 어디까지 의료계에 대한 통제를 시도할지 심히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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