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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한의계, 치매국가책임제 편승 시도 즉각 중단하라!"

한방 치료, 치매 치료에서 효과 · 안전성 검증에 실패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는 치매 예방 · 관리 · 치료에서 한의약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치매국가책임제의 한의사 참여 방안을 논의하는 국회 토론회를 13일 개최할 예정으로, "치매환자의 건강 회복 · 삶의 질 제고를 위해 치매국가책임제에 한의사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바른의료연구소(이하 연구소)가 효과 · 안전성 검증에 실패한 지자체 한방치매사업으로 치매국가책임제에 편승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연구소는 지자체 한방치매사업이 한방치료의 치매예방 · 치료에 대한 효과 · 안전성 입증에 실패하고, 혈세만 낭비한 사업이라고 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서울시가 2016년 5억 원의 예산을 들여 시행한 '어르신 한의약 건강증진사업'의 경우 △치매 · 치매 고위험군을 감별하기 힘든 치매 선별검사만으로 대상자를 선정했고 △해당 사업에서 한의약 치료 후 대상자 상당수에서 간 · 신장 기능 이상이 확인됐으며 △2017년 사업에서도 전년도에 제기된 문제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의약 치료의 치매예방 효과 근거로 자주 인용되는 '경기도 의정부시 한의약 경도인지장애 사업 발표' 논문에서는 조등산 · 당귀작약산 등의 한약만으로 치매를 치료했다고 기술했다. 그러나 연구자의 언론 인터뷰 · 의정부시 보건소 사업보고서를 보면, 한약 이외에도 △영양식 △영양제 △웃음치료 △원예작업치료 등의 치료를 함께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실제로 인지재활 프로그램 · 웃음치료 · 원예작업치료 등의 보조 요법을 통해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인지기능이 개선될 수 있다는 연구 논문이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들은 한방치료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라면서, "한방과 무관한 치료를 병행했음에도 마치 한약 치료에 의한 효과인 것처럼 보고한 것은 연구내용 · 결과를 심각하게 왜곡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시가 2017년 시행한 한방 치매예방관리사업에서는 △인지장애 유무 선별 도구에 불과한 MoCA(몬트리올 인지평가) 점수만을 기준으로 판단했고 △치매로의 이행 여부 · 이행률에 대한 과학적 분석도 부재하며 △의과의료행위로 분류된 MMSE와 MoCA 등의 인지기능 선별검사를 한의사가 직접 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 과정에서는 △본인부담금 면제를 통한 환자 유인행위도 나타났다.

연구소는 "부산시는 대상자 1인당 60회 정도 시행하는 침구치료 비용 중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부담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구하면서도 대상자의 본인부담금은 전액 무료로 했다. 이는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 제3항에 위배되는 본인부담금 면제를 통한 환자 유인행위로 볼 수 있다. 결국 환자에게는 전액 무료라고 하며 사업 참여를 유인하면서 뒤로는 침구치료 비용을 청구해, 사업에 참여하지도 않는 건보공단을 사업에 참여하게 했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하는 행위로, 국민 세금도 모자라 건강보험료까지 낭비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익산 · 김제시의 '치매 예방관리 시범사업'은 △인지기능 평가 △삶의 질 △치매에 대한 지식 △치매에 대한 태도 △치매에 대한 예방 실천 △노인우울 등 6개 평가 항목으로 2015년 시행됐는데, 인지기능평가 점수는 김제시에서만 유의한 결과가 나타났다.

연구소는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된 환자가 아니라 선별검사상 정상 노인이 포함된 사업에서 인지기능평가 점수가 향상한 것으로 치매예방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면서, "게다가 치매 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내용이 이러한데 홍보자료에는 해당 시범사업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다며, 마치 치매 예방과 치료에 큰 역할을 할 것처럼 알리고 있다. '견강부회'가 아닐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의협 공식 페이스북에서는 '한의약이 치매에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미 국내외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된 사실'이라며 △치매의 한약물 치료에 대한 체계적 임상논문 고찰: 국내문헌을 중심으로 △최근 10년간 치매(癡呆)에 대한 한의학적 연구 동향 고찰 △경도인지장애에서 중국한약의 효과에 대한 체계적 고찰과 메타분석 △알츠하이머병에서 한약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체계적 고찰 △경도인지장애 환자에서 두침 치료 효과의 임상 관찰 등의 논문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연구소는 '치매의 한약물 치료에 대한 체계적 임상논문 고찰' 연구가 매우 낮은 수준의 연구라고 지적했다. 동 논문에서 분석한 23편의 논문 중 무작위 대조군 연구는 단 1편에 불과하며, 연구조차도 이중맹검 여부가 불확실하고 탈락자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도 없어 연구논문의 신뢰도 평가척도(Oxford Rating Scale) 점수가 1점에 불과하다고 했다. 국내 치매 관련 임상 · 실험 논문을 분석한 '최근 10년간 치매(癡呆)에 대한 한의학적 연구 동향 고찰' 논문은 메타분석을 통한 체계적 문헌고찰 논문이 아니며, 치매 치료에 대한 효과를 분석한 논문도 아니라고 했다. 

임상연구 51편을 분석한 '경도인지장애에서 중국한약의 효과에 대한 체계적 고찰과 메타분석' 논문에서 무작위 대조 연구는 15편이며, 중국한약 복용군에서 MMSE 점수가 대조군 또는 보존적인 치료군보다 다소 높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연구소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다른 뇌 기능 개선제와 비교할 경우 MMSE 점수 변화에 차이가 없었다는 점도 의문점 중 하나다. 연구자들은 대부분 연구에서 대상자 수가 적은 것과 연구 방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까지 시행된 많은 임상연구에서 경도인지장애에 치료 효과가 있다고 검증된 약물은 없다. 동 논문은 MMSE 점수를 기준으로 '경도인지장애'에서 일부 연구에서 제한적인 인지기능 개선을 보였다는 내용이며, 경도인지장애에 명확한 치료 효과를 검증했다는 내용이 아니다. 한약이 치매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입증한 논문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했다.

서로 다른 한약을 이용한 16편의 임상 논문을 분석한 '알츠하이머병에서 한약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체계적 고찰' 논문은 임상에서 활용하기 전 표준화된 한약재 및 개선된 연구방법을 이용한 다기관 대규모 연구를 통해 검증이 요구된다는 결론이다. 

233명의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두침치료군 · 변증침치료군 · 니모디핀 약물치료군 등 3군으로 나눠 진행한 '경도인지장애 환자에서 두침 치료 효과의 임상 관찰' 논문과 관련하여 한의협은 "중국의 경우도 치매 치료에 침치료 효능 검증됐다."며, "MMSE 평가에서 두침치료군 ‥ 변증침치료군에서 약물치료군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며 보다 나은 효과를 기록했다."라고 언급했다.

그런데 동 논문에서는 두침치료군 · 변증침치료군이 아닌 니모디핀 약물치료군을 포함한 세 개 군 모두에서 MMSE 점수 · 시계 그리기 점수가 치료 후에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고 기술돼 있다. 

연구소는 "3개의 치료법 모두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인지기능을 호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 동 연구의 핵심 결과이다. 다만 이 논문 저자들은 이차분석을 통해 두침치료군 · 변증침치료군의 인지기능 호전 정도가 약물치료군보다 더 낫다는 결과를 낸 것일 뿐이다."라면서, "논문의 핵심 결과는 쏙 빼놓고 2차 결과만으로 마치 침치료가 약물보다 훨씬 효과적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사실 해당 논문은 대상자 선정 시 이중맹검을 하지 않았고, 표도 핵심 내용을 누락시키는 등 논문의 질적 수준이 매우 낮다. 이런 허접한 논문을 근거로 치매 치료에 침치료 효능이 검증됐다고 홍보하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한방치매사업이 △대상자 선정의 오류 △정밀 진단 과정의 부재 △안전성 · 효과에 대한 근거 부족 △연구윤리 부재 등으로 결과를 신뢰할 수 없고, 사업 참여자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

연구소는 "한의계는 실패한 지자체 사업결과 및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논문을 근거로 들면서, 치매에 대한 한방 치료의 효과 · 안전성이 입증된 마냥 '한의사는 치매국가치료에 참여하여 국민의 건강증진과 삶의 질 향상에 더 크게 기여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라고 주장하는 어이없는 행태를 보인다."며, "한의계의 이러한 주장은 치매국가책임제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로, 추진 과정에서 많은 혼란을 겪는 치매국가책임제의 정착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연구소는 "만약 한방치료를 치매 치료에 활용하려 한다면, 무작위 대조 이중맹검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 · 안전성을 과학적 방법으로 확실히 검증받아야 한다. 이러한 명백한 근거가 없다면, 한의계는 더 이상 무리한 주장을 통해 국민의 막대한 혈세 투입으로 중대한 국가사업을 어지럽혀서는 안 된다."라면서, 근거 없는 주장으로 치매국가책임제에 편승하려 하는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한의계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