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구하기 위해 세워진 병원이 역설적으로 사람을 못 구하고 있다. 환자는 넘쳐나는데, 환자를 치료할 사람을 고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보건의료기본법에 의하면, 보건의료란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하기 위해 국가·지방자치단체·보건의료기관 또는 보건의료인 등이 행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우리나라 보건의료는 국민건강보험이라는 공적 의료보장체계 안에서 양적·질적으로 발달해 왔으며, 선도적인 의료기술 연구가 뒷받침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우리나라 의료제도가 높은 성장을 이루기는 했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문제가 많다. 병원은 국민의 건강을 위한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운영을 위해 사업과 경영을 신경써야 한다. 더 많은 환자를 받기 위해 ‘3분 진료’를 진행해야만 했고, 값싼 전공의와 보건의료인력의 수고가 갈아넣어져야 했다. 10월 11일 서울대병원·경북대병원 노조가 의료 현장의 묵은 문제를 지적하며 각각 파업을 시작했다. 경북대병원은 13일 잠정 합의를 체결했지만, 서울대병원은 주말을 넘긴 16일까지도 파업 진행 중에 있다. 서울대병원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의사 성과급제 폐기, ▲인력 충원 약속
3분 진료, 폭증하는 검사, 필수 의료 붕괴…자본주의와 기술 중독, 국가의 방치가 만든 익숙해진 풍경들병원을 현명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 도대체 병원에 가면 검사 말고 하는 게 뭐냐?병원 다니면서 생긴 불만에는 이유가 있다병원에 가서 오랜 시간 대기하다가 의사 앞에 앉으면 3분 이상 이야기를 나누기 어렵다. 이 같은 현실에 붙은 이름이 ‘3분 진료’다. 그러면 환자는 병원 가서 진료 말고 무엇을 하나? 검사를 한다. 이 검사 저 검사 하다 보면 병원에서 잡아먹는 돈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최근 병원에 가본 환자라면 이런 불만을 한 번쯤 가져봤을 것이다. 그런데 ‘의료 비즈니스의 시대’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상황의 배후에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작동하고 있다. 기본적인 의료수가가 낮아서 의사들은 더 많은 환자를 보아야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고, 부족한 수익을 검사로 보충한다. 병원에서는 우수성이 검증되지 않는 첨단 의료 기기들을 자본의 논리에 따라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다른 한편에서 필수 의료 의사들은 오늘도 현장을 떠난다. 얼마 전 ‘조용한 사직’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는데, 우리나라 필수 의료 의사들은 오래전부터 ‘조용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