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이전 우리나라 의료는 세계가 주목하는 위대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정부의 강공으로 전공의들이 빠진 우리나라 의료는 사망 통계까지 흔들릴 만큼 일대 혼란에 빠졌다. 세계가 부러워했지만 취약하기 그지없던 우리나라 의료의 민낯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그 처량한 민낯은 눈에 보이지 않는 통계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갔다. 학교와 병원을 떠난 학생과 전공의들은 무척 괴로웠을 것이다. 책을 놓고 환자 곁을 떠난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으며, 겁박과 엄포를 쏟아붓는 정부를 상대로 협상하는 것은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새 정부가 들어선 지금 다시 제자리로 찾아가는 과정은 그보다 더 큰 결단이 필요하다. 해결된 것도 결정된 것도 명확하지 않은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명분이고, 그 명분은 정부만이 제공할 수 있다. 새로운 정부는 새로운 계획으로 새로운 의료를 만들고 싶을 것이다. 그 어떤 계획도 학생과 전공의들 없이는 실현될 수 없기에, 그들이 돌아올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해야 한다. 지난 정권이 보여준 태도는 마치 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의 백골단과 구사대를 떠올리게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19일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발표했다.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고 관(官)은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고 좋은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 복지부가 2차 실행방안을 발표한 후 언론이 사용하는 가장 많은 타이틀은 ‘실손보험 자기부담율 95%로 인상’이라는 자극적인 문구로 이번 발표의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번 2차 실행 방안은 온갖 미사여구를 가져다붙였지만 공약이 공약으로 그치는 정치인의 말 그 이상은 아닌 것처럼 다가온다. 지역, 특히 군면단위 지방병원의 필수의료가 취약한 이유는 의료진과 시설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인력과 시설을 유지할 만한 인구수요가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이유이다. 그러므로 정부의 지속가능한 형태의 직접적인 지원이 없다면 이번 2차 실행방안은 실현될 수 없다. 이번 발표를 통해 필수의료 강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최근 몇 년간의 토론을 통해 ‘필수의료’에 대한 합의가 아직 부족하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심·뇌혈관 질환, 분만, 소아, 암성질환, 화상, 수지절단 등이 필수의료의 지원 대상이라면, 거창하게 포장된 정책에 비해 대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