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째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강모교사(50.여)는 지난해 일을 그만두려고 했다. 학생과 학부모의 무리한 요구와 폭언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강씨는 교직생활 34년 만에 “학부모가 무섭다”고 말했다. 그녀는 불면증, 두통, 소화장애에 시달렸다. 신경이 예민해져 화를 내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후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았고 우울증으로 진단받았다.
최근 우울증으로 인해 생활에 지장을 받는 이가 많다. 우울증은 인구의 약 15%가 한 번 이상 경험할 정도로 흔한 병이다. 결코 쉽게 지나쳐서는 안 되는 심각한 질병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인구의 약 3~5%가 우울증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우울증 환자 중 10%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교육 환경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교실붕괴’, ‘교권추락’, ‘학생생활지도의 어려움’에 대한 교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현실 외면하거나 과도한 감정 억제로 인해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민주당 유은혜 의원이 2012년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자살로 생을 마감은 교사는 7명이었다. 이후 2009년에는 16명, 2011년에는 31명으로 늘어났다. 최근 4년(2008~2011년) 동안 73명에 달한다.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정신 질환으로 휴직하거나 면직된 교사는 2009년에는 61명이었지만 2012년에는 112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보통 우울증으로 앓고 있는 사람은 주변의 모든 일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사소한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학생들이 말을 듣지 않는 일반적 상황에서도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화를 폭발하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비관적인 생각에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우울증의 증상은 다양하다.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때로는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 사소한 일에도 신경질이 나거나 만사가 귀찮다는 생각이 자주 떠오른다. 쓸데없는 고민거리나 죄책감이 들고 괜히 짜증이 나기도 한다. 몸이 아프고 피로가 쉽게 쌓인다. 불면증과 식욕부진이 대다수의 환자에게 나타난다. 정신집중이 되지 않고 건망증도 심해진다. 소화불량, 초조, 가슴 답답함, 두통 등의 다양한 신체증상도 나타나지만, 검진을 해봐도 아무런 신체적 이상이 없다고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약물에 의한 우울증인지를 감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적인 면담과 여러 검사결과를 가지고 상세히 진단해야 한다. 우울증의 정도에 따라 경도, 중등도, 중증으로 나눈다.
우울증은 대게 정신치료와 약물치료를 함께 하는 통합치료 계획을 짠다. 이때 광선치료, 인지․행동치료, 자기장치료 등을 병행하기도 한다.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정신치료와 인지․행동치료만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흔히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네가 무기력하게 있으니 그렇지”, “가만히 있지 말고 나가서 뭐든 해라”, “어서 떨치고 일어나라”라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경우가 많다.
의욕이 상실된 상태에서 이러한 압력은 ‘역시 해도 안 돼’, ‘나는 왜 이 모양일까’하는 생각으로 더 자기비하에 빠져들게 해 피해야 한다. 같이 산책하러 나가자고 권하거나 쇼핑이나 식사를 하는 등 평소에 좋아하던 것부터 같이 어울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자신에게 닥친 스트레스가 무엇인지, 그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는지,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스스로 할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법은 무엇이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또한 규칙적인 생활, 충분한 수면, 적절한 운동,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재발한 우울증의 경우에는 장기간의 꾸준한 약물치료가 중요하다.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병철 교수는 “흔히 우울증 환자들은 무슨 일 때문에, 또는 누구 때문에 자신이 이렇게 됐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생각보다는 남을 용서하거나 자신 스스로 변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