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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극한직업 흉부외과 의사 사회인정 받아야”

<인터뷰>대한흉부외과의사회 김성철 홍보이사


흉부외과 개원의들이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생명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일하는 이들이지만 특성상 의원급에서 전공을 살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하지정맥류와 다한증 외에는 특별한 아이템이 없다. 그래서 많은 흉부외과 전문의들이 어쩔 수 없이 미용수술에 뛰어들거나 감기환자를 보는 실정이다.

대한흉부외과의사회 김성철 홍보이사(안양 삼성흉부외과의원, 사진)도 90년대 후반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턴수련을 마칠 무렵, 막연히 사람을 살리는 것이 좋고 흉부외과의 다이나믹함이 좋아 흉부외과를 선택했다고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제가 그리 오래된 세대는 아니지만 우리 때만 해도 남자의사라면 당연히 Sugery, 즉 외과 의사를 선택해야 한다는 풍토가 강했어요. 흉부외과는 돈을 보고 선택할 수 있는 과가 아닙니다. 전 사실 100명 정원 중 10등 안에 들 정도로 의대졸업성적이 좋아서 어느 과든 선택할 수 있었지만 결국 그 매력에 이끌려 흉부외과를 선택했지요.”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정재영(정신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 등에 밀려 기피과 취급을 받는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에서는 흉부외과 의사를 상당히 대우해준다.

김성철 이사에 따르면 미국은 119 구급대원이 존경 받는 것처럼 흉부외과 의사도 큰 존경을 받고 독일의 경우에는 지역 행사에서 흉부외과 의사는 따로 인사를 할 정도다.

그는 “외국처럼 흉부외과 의사가 존경 받는 것까지 원하지는 않지만 흉부외과 의사를 생명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하며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는 사람으로 존중해주는 풍조(風操)는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1년 기준 흉부외과 전문의는 942명이고, 절반 정도가 개원을 하고 있다. 이 중 흉부외과 전문과목을 표방한 의원은 단 51곳에 지나지 않으며 이들 대부분은 하지정맥류를 주로 다루고 있다. 김 이사도 하지정맥류 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흉부외과 개원의들이 하지정맥류를 주로 다루는 이유에 대해 그는 “흉부외과의사가 흉부외과 진료과목으로 개업해서 할 수 있는 아이템이 사실 하지정맥류와 다한증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하지정맥류 때문에 흉부외과를 찾는 환자가 90% 이상이다.

흉부외과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마취실과 마취과 의사가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중환자실과 집중관리실도 있어야 하고, 훈련된 인력 역시 필요하다. 이 때문에 흉부외과 개원의들은 현실적으로 의원급의료기관에서 흉부외과 수술을 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정맥류가 흉부외과의 개원 아이템으로 떠오른 것은 언제부터일까? 김 이사에 따르면 약 10여 년 전인 지난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외국에서는 약 100년 전부터 하지정맥류를 병으로 인식해 치료해 왔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질병으로 다루지 않았다. 그러다가 90년대 말부터 합병증이 생길 수 있는 질병으로 인식하고, 또 미용적인 이유에서 일부 흉부외과 의사들이 시작하면서 알려졌고 이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여기서 잠시 하지정맥류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면 김 이사는 “다리에 있는 정맥은 다른 곳의 정맥과는 다르게 피가 심장 쪽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사람이 직립생활을 하다 보니 평생 하중을 받게 된다. 그러면서 혈관이 늘어나다가 결국 망가져버리는 것으로 혈관 기능을 하기는 커녕 오히려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관의 역할만 하다 보니 이걸 제거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 치료법으로 과거에는 주로 절개를 해서 연결했지만, 최근에는 레이저를 넣어서 태우는 방법을 쓴다고 덧붙였다. 하지정맥류 복구는 불가능하다.

김성철 이사는 “정맥혈관은 복구는 불가능하지만 여러 혈관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엮여있어 한 부분이 없다고 해서 문제될 건 없다”고 말했다.

하지정맥류 치료기간 역시 과거에는 일주일을 입원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하루면 다 끝난다.

김 이사는 “아침에 와서 저녁에 퇴원한다. 수술 하루 후에 한번 보고, 일주일 후에 한번 더 보지만 수술경과만 보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흉부외과가 최근에 와서 특별히 어려워진 것은 아니라며 “흉부외과는 특별히 어려워진 적은 없고 항상 어려웠다. 초창기에 외과에서 분리해 나와 흉부외과를 시작한 선배들만 봐도 크게 성공한 사람은 내 기억에 없다”고 밝혔다.

김성철 이사는 “더 안좋고와 조금 덜 안좋고의 차이였을 뿐이지 대부분의 흉부외과 의사들은 평균 이하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또 “흉부외과수술 자체가 어렵다보니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병원 역시 한정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완전 무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설을 구비해야 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고 그렇다고 수입이 많은 것도 아니다”라며 수술장 자체가 다른 과보다 한층 엄격한 감염관리 수준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는 흉부외과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감안해 수가를 100% 인상했다. 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원가와 달리 서울에 있는 유명 대형병원 교수들의 연봉은 2억, 3억을 넘기는 일도 드물지 않다.

흉부외과 개업의인 김성철 이사는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수가인상에 따라 몇몇 교수들에게 환원해줘 연봉이 올라갔다고 들었다. 그분들 입장에서는 지금이 흉부외과 사정이 더 좋을 때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흉부외과 개원의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우울하지만 김성철 홍보이사가 개업해 11년차를 맞은 삼성흉부외과의원은 기자가 찾아갔을 때, 꽤나 환자들로 북적였고 큰 규모와 깔끔한 병원 인테리어를 자랑했다.

김 이사는 흉부외과 전문의원으로 살아남는 노하우에 대해 딱 한가지라고 설명했다. 다름 아닌 흉부외과의사만이 가진 환자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집중이다.

그는 “수술 후 조금의 실수나 합병증, 부작용, 환자의 불평을 용납할 수 없는 흉부외과 의사는 환자에 대한 집중도와 애착이 남다르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흉부외과의사는 전공의 시절만 해도 트레이닝 강도가 다르다. 환자상태가 조금이라도 좋지 않으면 옆에서 밤을 새야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에 집중하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몸에 베어있다”며 “개원해서도 그런 방식으로 환자를 보니까 환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각의 주장처럼 일정 규모 이상의 종합병원에서 흉부외과 전문의 고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하나의 개선책이 될 수는 있어도 일 년에 30명이 채 배출되지 않는 흉부외과 전문의 숫자로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철 이사는 “지금처럼 종합병원이 전국적으로 많을 때, 흉부외과 의사 고용을 의무화 하면 수급에 큰 혼란이 생길 것”이라며 “의무 고용보다는 차라리 흉부외과 의사를 고용했을 때 세제 혜택이나 인센티브 등 당근을 주는 게 더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업해서 피부미용 진료를 하고 있는 흉부외과 전문의가 다시 큰 병원에 들어가 흉부외과 질환을 치료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흉부외과 의사가 개원해 최소 5년 이상 진료를 하고 있다면 그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살아남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아무리 국민의 건강을 위한 것이라지만 생계마저 내팽겨치고 다시 흉부외과 진료를 하라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는 것이다.

대한흉부외과의사회는 지난해 흉부외과 개원의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 연구를 제안한 적이 있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김성철 홍보이사는 연구가 진행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연구내용을 공표했지만 턱없이 적게 책정된 연구비로 하려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연구비로 1,000만원을 책정했다가 지원자가 없어서 보건사회연구원에 직접 문의하니니 최소 5,000만원은 있어야 한다고 난색을 표했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최소 2,000만원 이상은 있어야 한다고 하니 지원자가 없는 게 당연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이사는 또 현재 우리나라 흉부외과계가 어려운 시절을 맞고 있음에도 단합이 잘 되지 않고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흉부외과는 누구나 수술하는 과라고 인식하고 있다. 다른 과는 개업의사 사이에 동질의식이 있는데 흉부외과는 워낙 각기 다른 진료를 하다 보니 동질의식이 없다. 그냥 생존에만 모든 힘을 쏟다 보니 학회나 의사회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대형병원과 지방병원, 중소병원 의사, 개원의사 등 모두 이해가 달라 뭉치기가 쉽지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근 신임 대한흉부외과학회 이사장에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흉부외과 선경 교수가 취임했다.

김성철 홍보이사는 “흉부외과가 어려운 건 모두 알고 있지만 교수와 개원의가 함께 노력하면 해결할 여지가 있을 것”이라면서 선경 이사장이 학회와 의사회가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의협 집행부가 시동을 건 대정부 투쟁 필요성에 대해서도 적극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며 “차라리 포괄수가제 때 강력하게 투쟁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 어느 사회에서라도 강하게 요구해야 들어주지 않나”라고 말했다.

흉부외과의사회는 지난 11월 말 상임이사회를 개최하고 투쟁참여에 대해 논의한 결과, 원격의료에 대해 의협과 뜻을 함께하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다.

김성철 이사는 흉부외과 개원의사들에게 의사회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얼마 전 하지정맥류 기획 수사에서 흉부외과학회의 협조를 얻어 의사회가 재판부에 개원의 입장을 대변해 줬고, 결국 좋은 결과가 있었던 사례에 대해 언급하며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연락하면 기꺼이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사회가 일을 하고 있지만 크게 피부에 닿지는 않을 것”이라며 “계속 노력하는 모습을 지켜봐달라”고 전했다.

특히 “춘·추계 학술대회를 계속해서 개최할 계획”이라면서 “더 많은 흉부외과 의사를 만나 소통하고 싶다.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