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를 체납한 이들의 진료비용으로 무려 5조 3천억원에 달하는 재정누수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보건복지위)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건강보험료를 6개월 이상 장기 체납한 자는 157만세대이며, 이들이 체납한 보험료액은 2조1,566억원에 달했다.
특히 이들 157만세대 중 172만 명이 체납 후에도 계속 진료를 받아 2012년말현재 3조1,432억원의 진료비가 건강보험재정에서 지출돼 결국 건강보험료 체납 및 체납 후 진료로 5조2,998억원의 건강보험 재정 누수가 발생했다.
이는 2012년 건강보험공단이 지출한 보험급여비 37조33,41억원의 14.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건강보험료 체납이 많은 이유는 기본적으로 경기불황 등 경제사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6개월 이상 장기체납해도 건강보험공단에서 보험급여를 정지시키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행법상 6회 이상 보험료 체납자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보험급여를 제한하는 것이 원칙(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4항 제3호)이나, 체납세대가 대부분 생계형 체납이기 때문에 공단에서는 현실적으로 보험급여를 제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건보공단에서는 전문직이나 고액자산가의 경우는 6개 지역본부에 일명 ‘체납 제로팀’을 두고 압류‧공매 등의 방법으로 징수에 나서고 있으나 일반 체납자에 대해서는 강제징수 등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희국 의원은 “현재 기초생활대상자 등에 대해서는 이미 의료급여를 실시하고 있어, 현재 건강보험료를 체납하는 세대의 경우 본인 의지에 따라 납부가 상당부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6개월 이상이나 보험급여를 체납하면서도 거리낌 없이 진료를 계속 받는다는 것은 국민정서상으로도 쉽게 용납하기 어려운 만큼 공단의 보다 적극적인 징수 의지와 더불어, 6개월이상 체납 후에는 보험급여를 정지하는 현행법을 엄정하게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에 대한 민원이나 불만, 재정문제가 불거지는 가장 큰 이유는 복잡하고 불합리한 부과체계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직장 피부양자 문제는 형평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데, 직장가입자에게만 피부양자 제도를 운영하고, 지역가입자의 경우에는 피부양자 제도를 인정하지 않음에 따른 불형평성이다.
그동안, 개선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재산 과표 3억 초과 형제․자매 피부양자 제외 ▲재산과표 9억 초과 피부양자 제외 ▲근로․기타소득 합계액 4천만원 초과자 ▲연금소득 100분의 50 해당 금액 2천만원 초과자 피부양자 제외 등의 조치를 취해 왔다.
그러나 제도개혁의 속도가 너무 늦다는 불만이 일고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이미 지난 지난해 7월, 부과체계를 포함한 건보개혁 방안을 제시했으나 보건복지부는 미온적으로 대처하다가 금년에야 TF를 만들었고 연말에 제도개선안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건강보험공단의 쇄신위는 ‘부담의 형평성’과 ‘능력에 따른 부담’이라는 사회보험의 원칙에 따라 소득있는 피부양자에 대해 보험료를 부과하기 위해 소득있는 피부양자 수 약 214만명(전체 피부양자 수 2,014만명)을 피부양자에서 제외시키는 안을 내놓았고, 이것만으로도 연간 약 7,300억원의 건보재정이 추가로 확보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신의료기술의 발달, 노인의료비와 만성질환 진료비 증가, 국민의 건강욕구 증가, 물가상승 등으로 보험급여비 증가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김희국 의원은 “보험료를 적기에 탄력적으로 인상해야 할 필요성이 있지만, 부과기준이 불공정하고 근로소득에만 의존하는 현행 보험료 부과체계는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만큼 조속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