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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창간 8주년 기념사] “대화실종의 ‘愚’…누가 책임지나?”

의약계 전문 인터넷뉴스인 ‘메디포뉴스’가 12월 1일로 창간 8주년을 맞았다. 특히 올해는 우리의 주된 독자영역인 의료계와 제약계가 모두 의약사상 유례없는 가장 고된 시련에 처하는 격랑에 시달렸던 한 해였다. 시련의 한 복판에 서서 밤낮없이 냉혹한 기사를 내보내야 하는 기자들의 가슴도 아팠다.

더욱 곤혹스러웠던 것은 정부가 ‘건강보험재정 안정화’라는 대명제를 실현시키기 위해 의약계에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관-민간 대화가 실종되었다는 점이다. 대화를 해도 해법을 찾기 어려운 현안들을 대화마저 단절시키면서 추진한 결과를 빚었기 때문에 마찰과 오해, 그리고 불신의 벽이 쌓이는 악순환이 전개된 것이다.

우선 의료계를 살펴보면, 너무나 많은 쟁점들이 쌓이면서 최근에는 의료계 중추단체격인 대한의사협회가 소위 ‘대정부 투쟁’에 나서는 극한 상황까지 전개하고 나섰다. 자칫 12년전 의약분업 파동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의료계의 주장은 “저수가 구조에서 의료기관이 더 이상 견딜 수 없으니 각종 현안을 개선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정부 투쟁’에서는 “복지부가 계속 묵묵부답 속에 의료계 옥죄이기를 강행한다면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최후 통첩의 성격을 띠우고 있다는 점에서 극한 상황을 실감케 한다.

건강보험정책은 보건복지부의 가장 핵심사업이면서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대 사안이다. 복지부는 이 중차대한 국가사업의 정책개발과 운영자이며 의료계는 공급자측면에서 실제 사업의 수행자이다. 의사가 빠지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이 건강보험사업이다. 그런데도 양 축이 지난 반년 가까이 반목해 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모두들 말로는 “국민을 위해서”라고 하면서,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가 인근에 출산할 분만 의료기관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리고 있고, 경영난으로 빚에 쫒겨 문을 닫는 병·의원이 속출하는가 하면, 심지어 자살하는 의사까지 나올 정도로 의료기관의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는데도 마치 샅바싸움을 하는 것 같은 국면이 연출되고 있다. 누구의 잘, 잘못을 따질 것도 없이, 모두 국민건강을 외면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참담한 국면이다.

이러한 극한 상황에서 최근 보건복지부가 보건의료계에 오랜만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당연한 것인데도 모처럼의 일이라 신선한 충격마저 줄 정도다. 복지부와 보건의료계 각 직역간 심화되고 있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보건의료직능발전위원회’를 발족한다는 것. 보건의료 직역갈등을 중재하고 국민건강증진 관점에서 직능별 발전방안을 종합적으로 논의할 기구를 복지부에 발족하여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해 보겠다는 것이 골자. 이를 통해 보건의료 직역간 ‘갈등과 불신’을 해소하고 ‘상생과 신뢰’로 나아가기 위한 대안을 제시할 사회적 논의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앞으로 보건의료직능발전위원회의 운영을 어떻게 할지, 또 다른 불씨의 소지가 되는 것은 아닌지, 아직은 예단 자체가 구차한 일이지만, 여하튼 만 6개월간의 반목에서 벗어날 대화의 창구가 마련된다는 사실만으로도 크게 환영 받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안정화라는 절대 불변의 정책노선을 걷고 있는 복지부와 ‘저수가 구조의 개혁’을 내걸고 있는 각급 보건의료 직역단체간 상반된 이해와 견해차를 어떻게 조화하고 수습할 것인지 벌써부터 염려스럽다. 또 의협이 새로 발족한 위원회에 추천 위원을 보낼지, 이로 인해 대정부 투쟁중인 의협의 투쟁노선에 어떠한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이다. 아무튼 대화의 물곬은 터진 셈이다. 모처럼 뚫린 도랑이 물골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한편 제약업계도 한국제약사에서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격변과 격랑에 시달린 한 해였다. 보건복지부가 초강력 행정권을 발동해 리베이트 근절, 쌍벌제 시행, 거의 반값으로 약가인하를 단행하는 전대미문의 일대 쇄신정책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또 정부는 이 시책을 당분간 계속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어 대다수 제약기업들이 사활을 건 구조적 격변의 시련에 처해 있다. 그 영향은 당장 올 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300여 곳이 넘는 제약기업들이 모든 성장을 멈추고 수익감소의 늪에서 헤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참담한 양태가 표출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묘한 현상은 최근 2~3년의 역대 보건복지부 장관들이 산업계와 대화를 단절해 왔다가 임채민 장관이 들어서면서 다소 대화를 터주었다는 점이다. 특히 리베이트나 쌍벌제 단속과정에서는 범정부적 공권력이 모두 동원되었다는 점에서 주무당국이 관할하는 2대 주력산업 모두를 위축시켰다는 세간의 비평을 면키 어렵게 되었다. 뿌리뽑으려면 속전속결할 수 밖에 없었겠지만.

그렇다고 리베이트 척결정책이 전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니다. 정부나 시민단체의 지적대로 많이 퍼줄 수 있을 만큼 약가구조가 잘못되어 있으면 당연히 고쳐져야 한다. 제약산업 선진화를 위해 내수위주의 지나친 복제품 개발양상도 바뀌어야 할 긴급 현안이었음을 제약업계도 부정할 수는 없다. 여기서 대안으로 나온 혁신형 제약정책도 바람직한 일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엄청난 선투자와 모험성을 지닌 신약개발이 재무구조가 중소기업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제약기업의 현실에서 최단기적으로 실현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이러한 구조적 혁신정책이 강행되자, 대다수 제약기업들이 이미 살길을 찾아 나선듯 싶다. 신약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일부 진행하는 한편 의약분업 시기이전에 치중했던 일반의약품이나 기능성 식품개발로 유턴하는 현상이 즉각 나타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바로 이 현상이 정부정책 대로 따르지 못하는 까닭을 엿보여 주는 대목이다. 한마디로 ‘기업은 going concern’이다. 기업의 멈침이란 도산을 의미한다. 우선 살아남아야 혁신형 신약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올 한해는 복지부 산하 양대 산업이 모두 위축되는 상황이어서, 의료계와 제약계 모두 당분간 계속 어두운 터널을 헤쳐나가야 하는 어려운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때 일수록 산업계는 인내와 혜지를 모아 위기탈출을 모색하는데 더욱 정진해야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메디포뉴스 역시 올 한해 보도내용의 변수가 많고 진행과 전개속도가 빨라서 숨돌릴 틈 없이 뉴스를 전달하느라 평면보도에 그치고 말았다. 편집의 아쉬움과 미안함을 솔직히 고백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정치적 함수가 다소 안정되면 우리 보건의료계의 변수도 한결 안정화의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 해 미진했던 부분(특히, 기사의 탈·오자와 분석)에 대한 보완에 더욱 신경을 쓰면서 업계와 함께 어두운 터널의 끝자락이 보이면, 메디포뉴스도 일선에서 활약하는 기자의 증원은 물론 더욱 참신한 전문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메디포뉴스는 이제 9년째로 접어 들었지만, 모체인 메디포(medical Information)는 의약분업이 시작된 2000년부터 출범했으므로 만 12년을 넘긴 세월이다. 그 동안 메디포는 On-line ‘medifonews’ 이외에도 Off-line 최장수 메디칼저널인 ‘Dia-Treat(Diagnosis & Treatment) 및 각종 의학회 학술지 등을 한 번의 결간도 없이 제작 공급해 왔다.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정보전달은 물론 의약계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전문 출판물과 싸이트를 제공해 드릴 것을 이 자리를 빌어 약속 드린다. 매일, 매 시각 ‘메디포뉴스’를 접속해 주시는 네티즌 한 분, 한 분께 가슴 속 깊은 감사를 올리며 하시는 사업의 번영과 건승을 기원 드린다.
2012. 12. 01.
발행인 진승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