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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중에게 가장 매력을 줄 산부인과 전문의는 없나?

최근 일부 언론에서 식약청이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했다고 보도하자 산부인과의사회에서는 즉각 이에 반박하는 성명을 냈고 경구피임약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피임약 선택부터 복용까지 산부인과 전문의의 실질적인 피임 상담과 함께 피임약제가 처방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신과 피임은 산모에게 생체적, 정신적으로 큰 변화와 영향을 줄 뿐아니라 태아의 고귀한 인명과 건강에도 막대한 영향을 주는 전문적 사안이기 때문이라는 것.

때문에 경구피임약의 복용법과 복용 후 증상, 부작용과 합병증, 효과, 병용 약제나 다른 질병, 생활 습관과의 연관성, 수술 받을 때 또는 다른 피임법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내용처럼 산부인과 전문의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성에 대해 보수적인 우리나라 정서를 생각해볼 때 산부인과 처방은 이상적인 얘기로 여겨지고 있다. 대다수 미혼 여성들이 산부인과를 가면 주위 사람들이 먼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생리불순으로 치료를 받아야 했던 지인은 자신이 사는 지역이 아닌 타 지역 산부인과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산부인과에 드나드는 것을 본다면 주위 사람들이 먼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것이라는 관념 때문이다.

이처럼 미혼 여성의 산부인과에 대한 벽은 높기만 하다. 가기 싫어서 안 가는 것이 아니라 주위의 시선 때문에 못 가는 것이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20세 성인이 되면 1년에 한 번씩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권고한다. 물론 대다수 미혼 여성들도 공감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공감은 하지만 병원에 가지는 않는다. 그 만큼 산부인과에 대한 주위 인식이 두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부인과에서는 응급피임약 뿐만 아니라 경구피임약도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 복용할 수 있도록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사회 인식 상태에서는 아무리 자신에게 꼭 필요한 충고라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최근의 응급피임약 분류문제도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논란의 대상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당연히 전문의사의 처방과 진단 아래 투약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인체에 매우 영향이 큰 약의 투약 문제를 바르지 않은 성행위에 맞춰서 제도를 바꿔야한다는 발상부터가 있을 수 없는 문제다.

그렇다고 잘못만 지적할 상황도 아니다. 잘못된 임신, 낙태에 대한 엄격한 규제 속에서 의외로 많은 여성들이 손쉽게 도피할 방법을 원하고 있다면 이에 대한 근본적 접근 방안을 연구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젠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과감히 나설 때인 듯 싶다. 사회, 학교, 가정의 성교육부터 올바른 임신과 피임법 등을 제도적으로, 사회적으로 과감히 계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산부인과에 대한 그릇된 관념과 인식을 순화 시키는 문제부터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전문가의 권위만 내세울 때는 아닌 듯 싶다. 대중이 제일 만나보고 싶은 의사가 될 수는 없을까?

산부인과의사회와 학회에서는 산부인과 접근성을 높이는 대국민 홍보에 좀 더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