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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탈북자 2만 시대, 절반 이상 사회적응이 더 큰 스트레스

홍나래 교수 ‘북한이탈주민 정신건강조사’ 결과 우울·불안증세

탈북자 2만명 시대를 맞은 현재 우울증 등 정신건강에 이상을 호소하는 새터민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새터민의 정신 건강과 관련해 북한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겪은 각종 인권 유린과 북송의 두려움 등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주로 주목을 받았지만, 우리나라 사회생활에 정착하며 적응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 등이 우울, 불안 증세와 연관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나래 교수가 경기도 군포시에 거주 중인 북한이탈주민 56명을 대상으로 ‘북한이탈주민 정신건강조사’를 실시한 결과 64.3%가 우울과 불안 증세를 호소했다.

우울 증상의 정도를 살펴보는 벡우울척도에서는 정상군이 응답자의 35.7%에 불과한데 비해 가벼운 우울 증상군 25%, 중한 우울 증상군 16.1%, 심한 우울 증상군 23.2% 등으로 우울 증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전체 중 64.3%나 됐다.

이러한 양상은 불안 증상 정도를 살펴보는 벡우울척도 조사 결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정상군은 46.4%, 불안 증상군 14.3%, 불안 장애군 39.3%로 절반 이상인 53.6%가 불안 증세를 보였다.

우울 증상은 수급자와 정신과 진단력을 가지고 있는 이에게서 더 많이 나타났으며 탈북동기와 탈북과정, 가족과의 동거 유무, 북한에 가족이 남아있는지 여부 등은 우울 증상에 의미있는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불안 증상 역시 이와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는데 특히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한 인지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자신의 건강이 좋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에게서 불안 증세가 심했고, 탈북 과정 등은 불안 증상에도 특별한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 상담 또는 교육 프로그램 마련 절실
홍나래 교수는 조사 결과에서 새터민들이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혼란스러움 및 경제적, 건강상 어려움이 더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실질적으로도 북한이탈주민들은 북한의 사회적 특징으로 인해 새터민들끼리 폐쇄적으로 생활하거나 많은 이들이 자유경제체제를 이해하지 못해 경제적 혹은 사회문화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사투리로 인해 간첩으로 오인 받거나 사회에 융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했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 제공하는 정신건강 서비스 프로그램 등은 부족하거나 없는 실정이다.

홍나래 교수는 “조사 결과에서도 대다수의 새터민이 상담치료와 심리검사 등 정신건강 관련 상담 혹은 진료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치료를 받은 사람은 25%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홍 교수는 “새터민이 보다 정신적으로 안정적인 상태에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적응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정신건강 상담 또는 교육 등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현재 새터민들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와 관련된 시선보다는 이러한 상담이나 진료가 있다는 사실 또는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할 지 몰라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새터민들이 받고 싶은 정신건강 관련 서비스는 상담치료와 심리검사, 정신건강교육 순으로 조사됐다.

홍 교수는 “그동안 새터민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문제가 주로 조명돼 왔다”며 “하지만 이 조사 결과는 정착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정신건강 문제에 더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정신건강 상담 등과 같은 프로그램 및 제도를 만들어 새터민의 정착 단계에 적용하는 것이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조사 결과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뉴스레터를 통해 발표됐으며 홍나래 교수는 앞으로도 탈북자의 정신건강상태에 대한 조사를 지속적으로 실시,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