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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너무 깨끗해도 알레르기 걸린다

‘나이 많은 형제자매·애완동물 키우기’ 알레르기 감소 도움

“임신 중 애완동물을 키우면 아이가 알레르기질환이 생기기 쉽다?” “아이를 시골 할머니 집에서 지내게 했더니 천식, 알레르기비염 증상이 좋아진 것 같다?”

알레르기와 관련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봄 직한 말이다. 과연 정말일까? 맞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채 흔하게 입에 오르내리는 이런 말들을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소아와 청소년의 알레르기질환 발생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음에도 정확한 원인을 아직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의학계에서는 그동안 알레르기질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를 거듭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원인을 쉽게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너무 깨끗해서 알레르기가 생긴다’는 논리도 나오고 있다.

도시가 발달해 서구화된 삶을 살면서 미생물이나 감염에 대한 노출이 감소하면서 면역력을 형성하지 못해 알레르기질환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7일 한림대학교성심병원 한마음홀에서 ‘한국과 핀란드의 주요 질환에 대한 분자역학’을 주제로 열린 ‘제2회 한림-오울루 국제학술 심포지엄’에서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소연 교수가 ‘한국의 알레르기질환 유병률 : 위생가설과 시골 생활 형태’ 주제 발표한 내용으로 이 교수는 ‘위생의 향상과 도시화된 생활’이 정말로 알레르기 유병률의 증가와 관계가 있는가를 조사한 국내 역학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또한 알레르기 유발과 관계가 있다고 얘기되고 있는 몇 가지 요인들에 대해서도 영향이 있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소아청소년기 알레르기 질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한 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가 실시한 `어린이ㆍ청소년 천식 및 알레르기질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5년간(1995∼2010년) 알레르기비염은 어린이에서 1.3배(32.6%→43.6%), 청소년에서 1.4배(29.8%→42.6%) 증가했다. 아토피피부염은 어린이에서 2.2배(9.2%→20.6%), 청소년에서 3.2배(4.0%→12.9%) 늘어났다. 천식은 어린이(13.6%→10.3%)와 청소년(7.9%→8.3%)에서 최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런 알레르기질환 증가 원인을 규명하는 많은 연구들이 최근에는 ‘위생가설(hygiene hypothesis)’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말 그대로 너무 깨끗해서 알레르기질환이 생긴다는 논리다.
그동안 더러운 주거환경이 알레르기를 유발하기 때문에 무조건 깨끗하게 아이를 키우려던 엄마들의 노력과 반대되는 논리다.

엄마 뱃속에서 태어난 아기는 태내에서부터 생후 첫 수년간 여러 미생물이나 바이러스에 노출되면서 면역을 키워야 하는데 요즘에는 너무 깨끗하게 키워 이에 노출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면역체계의 불균형으로 알레르기가 생긴다는 것이다.

‘위생가설’ 측면에서 알레르기질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이소연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대도시(서울)와 소도시(정읍시), 시골(정읍) 세 곳의 9~12세 어린이 1749명을 대상으로 알레르기질환 유발 요인과 관련한 조사를 진행했다.

알레르기질환 증상 설문지와 환경요인 관련 설문지, 피부반응검사 등을 통해 알레르기질환 유병률과 원인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운동유발천식의 유병률 - 시골 8.2%, 소도시 12.7%, 대도시 13.2% ▲알레르기비염 진단률 - 시골 13.2%, 소도시 19.4%, 대도시 35.2% ▲아토피피부염 진단율 - 시골 18.3%, 소도시 23.2%, 대도시 28.0%의 순으로 흔히 ‘알레르기 3총사’라고 불리는 천식, 알레르기비염, 아토피피부염 모두 시골에서보다 도시에서, 소도시보다는 대도시에서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소연 교수는 “서구에서 농장 아이들의 알레르기질환 유병률이 낮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서구와 다른 우리나라 시골환경에서의 알레르기질환 유병률 관계가 이번 역학조사결과를 통해 규명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며 “이는 태어나 자라면서 농장동물이나 동물배출물 등에 존재하는 다양한 미생물들에 대한 노출 빈도가 높아 면역력이 잘 형성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역학조사 결과 국내 환경에서도 미생물 등과 같은 시골환경에 대한 노출이 알레르기질환에 대한 중요한 보호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하지만 연구팀은 미생물에 대한 노출도 뿐 아니라 생활형태 차이가 알레르기질환의 연관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제 아래 알레르기질환 발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되는 다른 인자들과의 연관성을 조사, 분석했다.

분석결과 ▲부모가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경우(odd ratio : 0.642) ▲임신 중 산모가 농장 동물들과 접촉을 하는 경우(0.217) ▲ 축사를 가지고 있는 경우(0.565) ▲애완동물을 키우는 경우(0.567) ▲모유수유를 한 경우(0.685) ▲ 나이 많은 형제자매가 있는 경우(0.491) 알레르기질환 발생이 감소되고 있었다.

반대로 ▲영유아기 시기의 항생제 사용(1.535)은 알레르기질환 발생 증가와 관련성을 보였다.(odd ratio ‘1 이하’면 관계없음/ ‘1 이상’이면 관계 있음)

나이 많은 형제자매가 있는 경우는 큰 아이들에게서 직간접적으로 전파되는 감염이 영향을 주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흔히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첫 아이 때는 돌 이전에는 아픈 줄 몰랐는데 둘째는 감기를 자주 앓는다’고 하는데, 이는 알레르기질환 측면에서 본다면 면역체계에 대해 적절한 자극이 큰 아이를 통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다른 연구에서 보면 아이가 많은 집에서의 미생물의 농도가 더 높은 것을 보여준 바 있어 감염 뿐만 아니라 미생물에 대한 노출도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소연 교수는 “시골에서 태어나 자라는 것이 알레르기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이미 알레르기질환이 발생한 아이들이 시골로 이주하는 것이 좋다는 말은 아니다”며 “시골환경에 대한 자극 외에도 형제자매가 많은 환경, 모유수유, 영유아기 항생제 사용 감소 등 생활습관을 교정한다면 알레르기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라도 알레르기가 발생하는 아이가 있는 것은 유전적인 요인이 환경적인 요인과 상호 작용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되므로 이에 대한 많은 연구가 앞으로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