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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판관비 불신…판도라 상자 열어야”

제약계 의견청취 워크숍 첫날, 복지부 시행의지만 보여


일괄 약가인하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태도는 요지부동이었다. 이에 대한 제약업계 반대 의사도 쉽게 굽힐 줄 몰랐다.

그러나 이례적으로 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겠다며 개최한 워크숍에서 복지부는 시종일관 원론적인 대답만 되풀이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장 오는 20일쯤 고시 발표가 예정된 상황이라 기존 약가인하 방안은 큰 틀의 변화 없이 시행될 가능성이 우세해진 양상이다.

11일 경기도 양평 코바코연수원에서 개최된 ‘복지부-제약업계 통합 워크숍’에는 국내제약사 65곳, 다국적제약사 27곳과 관련기관들이 참석해 약가인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기등재목록정비 끝나는 2014년부터 시행 요구

국내제약사들은 약가인하의 규모가 가혹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다만, 약가인하를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가량 유예해준다면 힘들지만 받아들이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국내 상위제약사 개발기획팀장은 “기등재목록정비로 인한 데미지도 큰 상황임을 고려했을 때 기등재목록정비가 끝난 이후인 2014년으로 인하를 연기해 줘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 같은 주장의 배경에는 혁신형 기업 지원책 대신 약가인하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제약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계산이 깔려있어서다.

◇“내년도 임상예산 어쩌나”…투자기업 더 피해

회사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당근’ 정책은 체감온도가 극히 낮을뿐더러 R&D 투자액 감소로 이어지는 역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

더구나 상위제약사 가운데 다수는 이미 R&D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면서 결실을 코앞에 둔 상황이라 피해가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참석한 한 상위제약사 사장은 “약가인하가 ‘현찰’이라면 혁신형 기업 지원은 ‘어음’”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내년도에 잡혀있는 임상예산만 500억원이다. 예정대로 다 투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냥 묻어둘 수는 없으니 임상초기 단계인 것들은 외국에서 사가겠다면 팔고 라이센스를 받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30년간 신약개발에 매진해 왔다. 5년 후면 우리도 글로벌 신약을 내놓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무너졌다”고 탄식했다.

다른 제약사 사장 역시 현재까지 정부가 내놓은 지원책 정도로는 약가인하 피해를 충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약협회에서는 3조원대의 매출감소를 예상하고 있지만 복지부 추산으로는 2조 1000억원이라고 한다. 그렇다 쳐도 2조가 넘는 피해를 1000억원, 2000억원 수준의 지원규모와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그쪽은 그쪽 길 우리는 우리 길을 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약가 기준점, 2007년 1월 1일 될 가능성↑

인하되는 약가의 기준점을 어디에 둘 것이냐 하는 점에 대해서도 논쟁이 일었다.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한 기준이 현재까지 모호하기 때문이다.

당초 복지부가 그 기준점을 2012년 1월 1일 기준, 다시 말해 지난해 말 약가를 최대치로 삼을 것이란 예측이 업계에 돌았다.

그러나 이번 워크숍을 통해 기등재목록정비 등으로 인한 인하율을 감안해 2007년 1월 1일 기준으로 할 수도 있다는 방안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다른 개발 분야 관계자는 “약가 기준을 2007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하겠다는데 이미 대부분의 기업은 그 기준으로 시뮬레이션을 마치고 피해액을 예측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등재목록정비로 경제성 평가를 받은 품목은 인정하고 이전에 경제성 평가를 받지 못한 품목들을 인하해야 한다. 따라서 2008년 재평가를 받고 20% 인하된 품목은 보존이 되는 것이냐 물었지만 정작 답변은 얻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나마 ‘기준점’에 대한 부분은 이번 워크숍을 통해 복지부가 가장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어 업계가 재차 설득에 나설 전망이다.

◇‘판관비’ 대한 복지부 불신…“차라리 내역서 제출하자”

반면, 긴 대화 속에서도 복지부과 제약계가 극명한 의견 차이를 보인 부분은 바로 ‘판매관리비’였다. 더구나 최근 한 대학병원 의사들이 리베이트 금액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주먹질까지 오가는 사건이 발생하자, 불법 리베이트가 다시 도마 위로 올랐다.

복지부는 워크숍 내내 제약기업들이 리베이트 금액만 줄여도 일괄 약가인하로 인하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복지부 최희주 건강보험정책관은 “임채민 장관이 제약업계와의 면담에서 밝혔듯 투명한 경영지표를 제시하면 업계 의견을 받아줄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즉, 판관비에 리베이트 금액이 대거 포함돼 있을 것이라는 강한 의심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 중견제약사 간부는 차라리 판관비 내역서를 복지부에 제출하는 편이 업계를 위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정부가 제약기업의 판관비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판관비에 대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검증이 돼야 한다”며 “이전에 복지부에서 3000만원 이상 지출내역에 대해 제출을 요구한 적이 있다. 판관비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자면 그 내역서를 복지부에 제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시스템을 1년의 시범기간을 두고 운영하면서 불신을 해소시키고 업계사정을 정확하게 알리자는 것.

이어 그는 “내역서를 준다는 것과 안준다는 것은 의미가 크게 다르다. 판관비 내역에서 리베이트가 적발되면 약가인하 연동제로 20%를 인하하는 방향은 고수하고, 이를 통해 나온 금액을 리펀드로 돌려 현금으로 내놓고 1년 후 복지부의 방안으로 가면 되지 않겠나”고 제시했다.

다만 복지부가 이를 수용할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분위기가 많은 편이다. 이번 워크숍에서 복지부는 의견을 반영하겠다고는 밝혔지만, 실제 반영여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할 수 없다” 혹은 “임 장관의 발언 이상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날 워크숍에서 복지부가 발표한 개정안이 기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는 부분을 찾기 힘들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인 점으로 미뤄, 시행의지가 확고해 보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업계의 의견청취에 대한 복지부의 브리핑이 워크숍 마지막 날인 오늘(12일) 오전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업계의 요구를 복지부가 어느 정도 수용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