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하를 두고 진수희 장관과 제약협회 이경호 회장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물러설 수 없는 각각의 입장을 강조했다.
먼저 17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진수희 장관은 이번 약가인하 정책이 고사할 위기에 처했던 제약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진 장관은 “제약산업이 너무 판매경쟁에만 치중하고 연구개발을 게을리 하다가 고사할 위기에 처해있다. 약값인하 조치 때문에 제약회사들이 고사하는게 아니다”며 “이 구조를 두었다가는 제약산업 전체가 고사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가졌던 것”이라고 약가인하의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판관비와 비교했을 때 R&D비율이 낮은 상황으로 인해 제약산업이 고사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진 장관은 “제약사 매출액의 10~30%를 리베이트로 쓴다고 하는 게 부패방지위원회에서 추정했던 사례가 있고, R&D에 투자하는 비용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1/3 수준밖에 안 되는 구조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 장관은 제약협회가 이번 약가인하로 인해 2만명이 실직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대해서도 동의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다. 오히려 영세업체들이 너무 난립해 문제라는 것.
진 장관은 “10년간 우리나라 제약사들 매출액이 2.7배 증가했고, 매년 10% 이상 높은 매출액 증가를 기록해 왔는데 이런 환경속에서도 기술개발보다는 판매관리나 리베이트를 통한 영업경쟁에만 집중했다”며 “결국 영세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제약사업의 경쟁력을 올리지 못하는 장애요인들이 됐다”고 주장했다.
결국 ‘될성부른 기업’ 즉, 제약기업 중에서 ‘옥석’만을 골라 집중 투자하겠다는 설명이다.
진 장관은 “글로벌 제약회사를 포함한 제약산업을 육성하면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일자리들이 창출될 수 있다”며 “연구개발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현하거나 실행에 옮기려고 하는 기업들에 대해선 정부가 기금을 조성해 지원한다든지 금융이나 세제 쪽에 혜택을 준다면 여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바로 다음날인 18일 제약협회 이경호 회장은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같은 진 장관의 발언을 전면적으로 반박했다.
제약회사들의 판관비가 높은 이유는 유통구조의 특성 때문이며, 약가인하로 매출이 줄면 오히려 R&D 투자율이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제약산업은 일반제조업과는 달리 판매과정에서 전문적인 인력을 많이 써야하고, 유통과도 연결돼 있다”며 “유통을 겸하고 있는 제조업, 예를 들어 화장품이나 식품도 판관비가 35%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조치로 기업들은 500억원에서 1,000억원 가까이 매출 삭감이 발생하는데 가장 먼저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 R&D 투자를 못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를 정부의 정책처럼 세제를 통해 한다는 것이 과연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아울러 약가인하가 불가피하다면 10%수준에서는 감내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 회장은 “지금 추가로 인하하는 것이 2조 1,000억원이다. 현재 8,900억원의 인하가 진행중에 있다”며 “그렇게 3조원인데, 추가로 한 1조원 정도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지 않겠느냐. 어려움은 있지만 그런 생각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 회장은 이번 약가인하에 대한 법적대응에 대해서도 뜻을 확실히 했다. 이 회장은 “3조원에 달하는 충격이 가해지는데 이것이 과연 장관고시에 의해서 할 만큼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면에서 보면 소위 장관재량권에 심각한 일탈이라고 보고 있다”며 “법적 대응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