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를 확보하기 위한 대형마트, 편의점 등 소매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동아제약 측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정된 물량을 두고 벌어지는 과열경쟁이 기형적 유통체계를 낳을 수 있어 우려된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할인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본격적으로 박카스 등 의약외품에 대한 판매가 시작됐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 본격적인 판매 시작
홈플러스는 지난 22일부터 영등포점에서 ‘가정상비약’ 코너를 마련해 박카스, 생록천, 까스명수, 안티푸라민 등의 판매를 시작했으며, 다음날인 23일부터는 이마트가 성수점에서 의약외품을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의 경우 오는 28일부터 서울역점 등 30개 점포에서 ‘가정상비약 코너’를 마련해 박카스 등 9개 품목을 판매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편의점과 동네마트에서도 의약외품 판매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보광훼미리마트는 28일부터 약 20여개 점포에서 테스트 판매를 시작한 후 점차 판매점포 수를 늘려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각 회사별로 도매유통망을 확보해 해당 지점으로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반면 통일된 공급처가 정해져 있지 않은 동네마트는 상황이 좀 다르다. 동네마트의 경우 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을 통해 공급받거나 사업자가 직접 도매상을 통해 물건을 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카스 1박스 가격 4500원 수준 “마진 없어”
소매상들이 가장 먼저 진열대에 올리고 있는 품목은 역시나 동아제약의 ‘박카스’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으로 풀린 박카스는 일반적으로 약국에서 판매되는 5,000원(1박스 기준)보다 저렴한 평균 4,500원에 팔리고 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전국 50여개 조합이 도매상을 통해 공급받는 가격은 4,300원선”이라며 “여기에 조합원들이 부담하는 물류비가 더해져 나가면 사실상 거의 마진 없이 판매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물량확보 가열 양상…기형적 판매방식 우려
문제는 가격이 아닌 공급에 있다. 동아제약이 슈퍼판매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며 생산량 증대를 고려하고 있지 않아 도매상을 통한 물량확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기 때문.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도매상을 통한 공급이 아닌 약국에서 구매해 판매하는 식의 기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우려된다. 한마디로 약국이 도매상으로 전락하는 꼴이 되는 셈.
서초구에서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한 업자는 “물건을 찾기 시작하는 손님들이 생기는데 안정적인 물건확보가 안되다 보니 난감한 상황”이라며 “임시방편으로 약국에서 소량 품목을 구매해 구색을 갖춰야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고 하소연했다.
아울러 동네마트의 경우 약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는 사업자가 직접 도매상에서 물건을 구입해 판매하다보니 자칫 슈퍼로 나와선 안 될 일반의약품까지 진열대에 올라갈 수 있는 상황도 발생한다.
실제로 슈퍼판매 시행 첫 날인 22일 강남지역의 한 마트에서 의약외품으로 전환된 품목들 가운데 일반의약품인 ‘마데카솔케어’가 진열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송파구 약사가 해당 마트 주인인 이 모씨를 고발한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이름의 품목이 많다보니 일반인 입장에서는 헷갈리기가 쉬워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다”며 “이 씨의 경우도 본인이 직접 도매상에서 물건을 구입해 판매하는 과정에서 불미스런 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품목 취급업자들에 대한 교육이나 지침이 없다보니 개인업자가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는 상황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올바른 유통체계와 판매를 위한 정부차원의 시급한 대책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