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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지하철 사상사고, 기관사 정신건강 해쳐

우종민 교수팀, 정신적안정 및 휴식기간 필요

지하철에서 자살, 자해, 선로추락 등으로 사망하거나 다치는 사람이 해마다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철 사상 사고의 증가는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고 시신을 처리해야 하는 기관사들의 재해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 의하면 스트레스와 관련된 정신 건강수준을 측정하는 도구인 PWI 설문의 응답결과를 분류한 결과, 도시철도 노동자의 466명(38.9%)이 고위험 스트레스군으로 평가됐다. 이에 건강군은 26명(2.3%)에 불과하였고, 나머지 674명(58.8%)은 잠재적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119명이 불안한 상태로 나타났으며, 우울증상은 심한 우울 26명, 중간우울 89명, 가벼운 우울이 135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상 사고를 경험한 기관사들은 다음과 같은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눈앞에서 죽음을 목격한 뒤부터 전동차에 오를 때마다 숨이 조여 온다며 사고현장을 지나갈 때는 식은땀이 흐르고 심장이 두근거려 폭발할 것만 같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그럴 때면 출입문을 열고 뛰어 내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혀 상상속의 모습이 두려워 운전대를 부서질 만큼 꼭 부여잡는다고 밝혔다. 또 매일 밤 당시 상황과 똑같은 악몽을 꾸고 나면 베란다로 뛰쳐나가 뛰어내리고 싶다고 말했다.
 
우종민 교수는 "1인 승무 기관사가 컴컴한 터널에서 근무하는 조건은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이며, 빠르게 진입하는 승강장에서 자살하는 사람을 치는 경험까지 겪는다면 그 스트레스는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도시철도 기관사들은 직무스트레스로 인해 2명의 사망 및 3명이 공황 장애로 판정 받았으며, 도시철도노동조합 승무본부에서는 2004년도 7월부터 10월까지 실시한 자체검진에서 참여자 84명 중 18명의 기관사가 신경정신과적 진단을 받기도 했다.
 
2004년 12월 현재 도시철도 기관사의 7명이 사고 경험과 관련하여 공황 장애, 적응 장애, 우울 장애, 정신 분열증 등으로 산재요양을 신청한 상태이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우종민 교수 연구팀은 2004년 4월∼5월 도시철도공사, 서울지하철공사, 철도청 기관사를 대상으로 스트레스 증상과 공황장애 및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조사발표 했다.
 
우 교수는 수만 명 승객의 생명을 책임지는 기관사들의 정신장애는 승객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에 보다 크게 위험성을 인식하고, 지하철 운행 중에 겪을 수 있는 사고경험의 유무에 따른 기관사들이 겪는 정신장애의 수준과 그 해결책을 알아보기 위해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응답자에는 도시철도공사 기관사 170명(27.07%), 서울지하철공사 기관사 304명(48.41%), 철도청 기관사 154명(24.52%)으로 총 628명 이라고 밝혔다.
 
우종민 교수는 사상사고 유무에 따른 분포를 살펴본 결과, 조사 대상자 628명 중 375명(59.71%)이 사상사고 경험이 있는 기관사이고, 253명(40.29%)은 사상사고 경험이 없는 기관사로 나타났다. 소속사별로 살펴보면, 도시철도공사가 170명 중 104명(61.18%), 서울지하철공사가 304명 중 191명(62.83%), 철도청이 154명 중 80명(51.95%)이 사상사고 경험이 있었다.
 
이에 응답자 628명 중 사상사고 경험이 있는 기관사가 375명(59.71%)이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설문지를 실시한 결과, 사상사고 경험한 기관사 중 51명(13.60%)이 PTSD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속사별로 살펴보면, 도시철도공사가 12명(11.54%), 서울지하철공사가 32명(16.75%), 철도청이 7명(8.75%)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사람의 10% 내외에서 PTSD가 발병한다는 기존의 역학연구와 부합된다.
 
기관사들의 공황장애를 묻는 문항에서 622명이 응답하였고, 31명(5.00%)이 공황장애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공장애로 진단 기준에 부합되지는 않지만, 경계선 수준의 증상을 나타낸 기관사가 50명(8.00%)으로 나타났다.
 
공황장애 유소견자 중 사상사고 경험 유무를 살펴보면, 공황장애 추정자 31명 중 23명(74.19%)과 경계선 수준의 증상자 50명 중 40명(80.00%)이 사상사고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결과 공황장애가 없는 기관사에 비해, 공황장애가 있는 기관사는 사상사고 경험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하철 기관사의 사상사고 경험에 따른 스트레스 증상 수준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t-검증을 한 결과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사상사고 경험이 있는 기관사는 전반적인 스트레스 증상, 특히 우울 증상과 분노 증상이 유의하게 높았으며, 일에 대한 의욕이 저하됐고 집중력이 떨어져 실수가 잦았다.
 
또 스트레스 증상은 고경봉의 불안장애 환자들의 평균(2.23±0.8)을 기준으로 -1표준 편차 이하를 정상군, 평균에서 -1표준편차를 요주의군, 평균 이상을 질병 가능군으로 분류하여 지하철 기관사의 사상사고 경험 유무에 따라 스트레스 증상 수준의 분포의 차이를 알아본 결과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χ2= 9.74, p=0.01).
 
사상사고 경험이 있는 기관사의 46명(12.37%)이 질병 가능군이고, 111명(29.84%)은 경계선인 요주의군에 속했다.
 
지하철 기관사의 사상사고 후, 회사나 기타 기관에서 제공해주었으면 하는 서비스로는 전체응답자 432명 중 221명(51.16%)이 정신적 안정을 위한 충분한 휴식 기간을 요구하였다. 정신과 면담이나 1:1 상담, 전화 상담(70명, 16.20%), 사상 사고처리 전담부서나 119의 신속한 사상사고 처리(47명, 10.88%), 경찰서 출두 문제 개선(40명, 9.26%) 순으로 나타났다.
 
박지은 기자 (jieun.park@medifonews.com)
2004-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