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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의협, 국방의학원 도입 반대 명백한 이유있다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학술이사, 혈세 낭비 등 문제점 밝혀


총상을 입은 환자를 치료할 여력을 지니지 못하는 등 군의료의 낙후된 실상이 또 다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이에 군 의료기관에서 근무할 전문의료인력을 장기복무 군의관으로 양성토록 하는 ‘국방의학원 설립에 관한 법률안(박진 의원 대표발의, 국회 계류중)’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국방의학원 설립에 반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료계를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에서 학술이사직을 맡고 있는 안덕선 연세의대 생리학교실 교수는 “열악한 군의료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안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국방의학원 신설뿐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납득할 수 없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특히 국방의학원 도입에 반대하는 의료계의 입장이 잘 못 호도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렇다면 의료계가 반대하는 명백한 이유는 무엇인가?
또한 국방의학원 설립이 대안이 될 수 없다면 군 의료선진화를 위해 어떤 해법을 가지고 풀어나가야 하는 지 안덕선 학술이사에게 일문일답 형식으로 들어봤다.

지난 2009년 국회에 제출돼 계류중인 ‘국방의학원 설립에 관한 법률안’의 제안사유에서 향후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의 입대자원이 현저히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고, 이 법률안에 대한 국회 검토보고서에서도 제안배경을 토대로 2020년 이후부터는 연간 군의관 소요인력 800명의 50% 확보도 어려울 것으로 봤다. 사실인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법안 발의당시 졸업생 중 의학전문대학원이 차지하는 비율을 75%로 예상했으나 교과부의 ‘의사 양성 학제 개편’으로 총 41개 의대 중 5개 대학만이 의전원 체제를 유지, 2011년 의대 전체 입학정원(3059명)의 7% 수준인 218명에 불과하다.
실질적인 의전원생 비율이 추계의 1/10에 불과해 2020년 시점에도 매년 1500명 이상의 군의관 및 공보의 신규배출이 가능하다.
즉 군의관 부족이 심각히 우려돼 국방의학원 설립이 필요하다면야 받아들일 수 도 있겠지만 오히려 공급과잉인 상태에서 분명 설득력이 없다.

현재 장기복무 군의관수는 전체의 4%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는 모두 단기 군의관이다. 이로 인해 군병원 의료의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따라 국방의학원을 통해 장기 군의관 양성을 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의견은?

=먼저 장기 군의관이 많아야 의료의 질이 향상된다는 국방부 등의 논리는 궤변으로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군의관들은 전문의들로 구성돼 있다.
6년 이상의 교육과 5년 이상의 임상경험을 거쳐 전문의자격시험에 합격한 자들로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전문의를 따자마자 민간에서 개원해 진료한 경우, 실제로 환자들에게 신뢰감을 충분히 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으로 단기 군의관 문제가 아닌 군 의료 환경이 실로 열악해 군의관들이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 모 국공립병원은 외국의 원조로 최첨단 장비 등 의료환경이 타 병원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 국내 최고의 병원으로 꼽혔었다.
하지만 경제발전을 계기로 외국의 원조가 끊어지고 우수한 환경을 갖춘 사립병원들이 속속 생겨남에 따라 뒤처지게 됐다.

제대로 시설·장비 등이 갖춰져야 의사들이 환자들의 질환을 정확히 진단·치료하는 의료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오래 근무해 나이가 많이 든 의사가 의료수준이 높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시 말해 의료의 질은 단기·장기 복무를 떠나 의료환경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을 밝힌다.

군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장기 군의관 확보로 접근하기 보다는 군 의료환경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인 데 그렇다면 4%의 장기 군의관이 부족하지 않다는 뜻인가?

=먼저 약 90명을 상회하는 장기 군의관수는 우리나라 중소규모의 대학병원 임상교수 수와 미국의 경우와 비교해도 적은 규모가 아니다.
문제는 활용도에 있다.
장기 군의관은 현재 임상진료에 나서기 보다는 관리직에 치중돼 있는 형국이다.
민간 의대교수는 물론 대형병원 원장들도 직접 진료를 하고 있는 현실에서 장기 군의관 숫자 확대에만 집착해 진료능력 배양에 등한시 했다는 점은 군이 필히 반성해야 한다.
군에서 반드시 필요한 총상 등 외상전문의 조차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등 군의관 육성에는 뒷전인 것이 군의료체계의 현주소다.

국민의 혈세 낭비가 자명한 국방의학원은 설립하겠다고 하면서, 왜 지금까지 군의관의 질적 향상에 소홀했고 안정적으로 진료여건을 개선해 보겠다는 노력이 없었는지 따져 묻고 싶다.
단기 군의관이 장기 군의관으로의 전환을 기피하는 이유는 낮은 보수와 열악한 근무여건은 물론 자기계발 기회가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설사 국방의학원이 설립된다 하더라도 양질의 장기 군의관 확보가 가능할 지 의문스럽다.

군에서 장기 군의관이 필요하다면 먼저 복무환경과 시설을 개선하고 미국 총상센터 등 연수기회를 부여해 보다 전문화된 장기 군의관을 양성해야 한다.
실력을 키우기 위해선 신의료기술을 습득하고 이를 바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선순환구조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국방의학원 설립이 예산을 낭비한다고 했는데 이유는? 또한 국방부 등에 따르면 군 의료 수준을 신뢰하지 못한 병사들이 현역병 건강보험금 부담제도를 통해 민간병원을 이용, 연간 300억원의 건강보험 부담금이 지불되고 있는 상황으로 국방의학원이 설립되면 이 제도를 폐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견해는?

=국방의학원 설립에 2400억원, 연간 운영비로는 870억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병상운영비, 의학원 운영비, 학비 등을 현실에 맞지 않게 과소 책정한 것으로 물가상승률을 적용하면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결국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법안이 올해 통과된다고 가정할 경우, 5년간 설립 기간을 거쳐 2016년에 본격 가동되면 2025년에야 처음으로 40명이 배출돼 10년간 군에서 장기 군의관으로 복무하게 된다.
이것이야 말로 시간 낭비이자 막대한 예산 낭비인 것이다.

당장 군 의료의 개선이 필요한 판국에 약 15년 후, 그리고 장기 군의관 배출만으로 양질의 군 의료가 확충된다는 어떠한 보장도 없이 이를 추진한다고 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현역병 건강보험금 부담제도가 국방의학원이 설립되고 안정화될 때까지 유지할 것인지 설립과 동시에 폐지될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는 민간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함은 물론 국방의학원에 드는 비용에 더해 이중으로 돈을 낭비하게 되는 셈이다.

국방의학원 설립이 불필요하다면 군 선진의료체계 확립을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현재 군의료의 문제 해결책을 국방의학원만이 대안이라며, 이 방향으로만 몰고 가려하면 안 된다.
국방의학원이 유일한 대안이 아니며 오히려 막대한 예산만을 낭비하게 될 것임에 따라 이를 폐기하고 당장 여기에 소요되는 금액의 일부라도 방향을 바꿔 군의 일차의료 강화에 투자해야 한다.
이는 효과적으로 의료체계를 개선하기 위함이자 군에 오는 모든 장병이 건강하게 제대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으로, 일선부대에서 군병원으로 오기 전 즉각적인 일차(응급) 처치를 완수해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응급키드, 트레이닝, 후송체계 확립 등 일차 의료 강화에 대한 온갖 지원이 요구된다.

또한 국군수도병원에 군에 특화된 외상·화상센터를 만들어 집중적으로 육성함과 동시에 군에서 필요한 의사로 키우기 위해 적극적인 교육·연수 등을 꾀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군의관이 가지고 있던 의료기술을 퇴보 시키는 것이 아닌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각종 여건 조성 등이 이뤄지면 군에서 말하는 전문적인 임상진료를 할 수 있는 장기 군의관 확대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