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의사면허자격시험에 상대평가라는 개념은 적용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첫 시행된 의사실기시험에서는 사전 수험생들에 아무런 통보 없이 시험성적을 상대적으로 평가했고, 우리는 법적으로도 정해지지 않은 평가방식에 억울한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지난 14일 서울행정법원에서는 2010학년도 의사국가시험에 불합격한 66명이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을 상대로 제기한 ‘불합격처분취소’ 소송 첫 공판이 열렸다.
이날 공판이 열리기 앞서 현장에서 만난 수험생들은 한국보건의료국가시험원의 의사실기시험 평가 방식의 문제점과 시험점수 비공개 처사에 울분을 토로했다.
자신들이 불합격한 이유를 납득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확실한 채점기준과 실기시험 각 항목별 점수를 알아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이를 알 방법이 없다며 답답한 심경을 하소연 했다.
소송을 제기한 수험생 A씨는 “시험 합격기준에 대한 정확한 정보 자체가 없었고, 의사국가고시 의사가 되기 필요한 최소의 자질을 평가하는 것이기에 의사실기시험 응시생들 사이에서는 대부분 합격에 대해 안심하는 분위기였다”며 불합격 통보에 적잖이 당황할 수 밖에 없었던 당시의 심경을 털어놨다.
A씨는 특히 “가장 억울한 건 법령으로도 시험 점수 평균 60점, 과목당 40점으로 절대적으로 정해놓은 기준이 있는데 이번 시험은 그 어떠한 규정도 없이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A씨는 “시험이 다 끝난 후에서야 총 12과목의 시험 중 8과목 통과를 기준으로, 이에 부합하지 못하는 5%를 불합격시키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는 사전에 통보된 적도 없고, 현재까지의 의사자격시험에서 시행된 적도 없는 합격기준법”이라고 문제점을 주장했다.
수험생 B씨도 이에 동의하며 “시험에 불합격한 대다수의 학생들이 평균 점수는 높지만 이 8과목을 통과해야 한다는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B씨는 이어 “8과목을 통과기준으로 삼을 때 전체 합격률은 95.8%가 나오고, 7개를 통과기준으로 하면 96%가 된다고 들었다. 그러면 합격자가 너무 많아지니까 이를 8개로 했다는 의문도 수험생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며 의사실기시험 평가법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B씨는 또한 “그러나 이 12개 시험과목 중 8개 통과는 확실하게 정해진 기준이 아니라고 들었다”며 “만약 분명한 기준 없이 이런 식의 상대평가를 지속하게 된다면 향 후 시험 응시생의 5%는 또 영문도 모른 체 불합격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무엇보다 표준화 환자가 수험생들의 의사로서의 자질을 평가하는 채점 방식에 강한 이의를 제기했다.
수험생 C씨는 “국시원에서 의사실기시험의 벤치마킹으로 삼은 미국의 시험과 비교했을 때 환자와 의사간의 심리적 신뢰관계 ‘라뽀’를 가장 중요시 하고 이를 표준화 환자가 평가하는 것과 달리 국내 시험은 의사의 의학적인 지식을 환자가 채점, 평가하고 있어 옳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C씨는 또 “CPX(표준화 환자를 실제 환자처럼 진료하하는 것을 평가하는 시험) 6문제, OSCE( 마네킹 또는 모의환자를 대상으로 수기를 평가하는 시험) 두 종류 각각 6문제, 총 12문제로 구성된 시험에서 단순히 8개 통과를 기준으로 한다면, OSCE 6개, CPX 2개를 통과하는 증 편중된 결과가 나와도 괜찮다는 건데 이것은 의사로서의 자질에 합당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반문했다.
현재 이들은 내년 2011년 의사면허자격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잘못된 부분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기약없는 재판 결과를 기다리며 시험을 미룰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의사실기시험에 대한 답답함과 억울함은 여전하지만 내년도 시험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에 대한 부당성을 순순히 받아드리고 인정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랜시간이 걸려도 이번 재판을 통해 의사실기시험의 문제점을 바로 잡고, 후배들은 합리적인 테스트를 거칠 ㅜ 있는 토대를 만들어, 더 이상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