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세 노환으로 투병 중인 흉부외과의사 출신 한격부 전 의협회장이 “흉부외과가 기피 진료과가 되어버린 현실이 안타까워 발전기금 5억원을 서울대의대에 쾌척했다.
노환과 장 파열로 올해 4월부터 분당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있는 사석(捨石) 한격부(韓格富.92) 박사는 최근 기피과가 되어버린 현실이 안타까워 흉부외과학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자 오랜 기간 조금씩 돈을 모아왔다고 한다.
이처럼 돈을 모아 온 한 박사는 최근 60년 지기인 주근원(朱槿源.87) 서울의대 명예교수와 장남 수환(秀煥.사업)씨를 통해 자신의 오랜 소망을 실천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 같은 소식을 들은 서울대병원은 왕규창 서울의대 학장과 성상철 서울대병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30일 그가 입원해 있는 분당서울대병원 3층 대회의실에서 전달식을 가졌다.
한 박사는 이날 현금 5억원을 전달한 데 이어 조만간 별도로 1억원을 분당서울대병원에 기부하겠다는 뜻도 함께 전했다.
초대 대한흉부외과학회 회장을 지낸 한격부 박사는 1913년 함경남도 정평에서 태어나 1941년 서울의대의 전신인 경성제국대학 의학부를 졸업했다.
그는 1947년부터 서울의대 교수를 역임하다 6.25 전쟁이 나자 1953년부터 56년까지 부산대 교수로 재직하며 부산의대 창립에 주도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한 박사는 1970-1972년과 1976-1979년 두 차례에 걸쳐 대한의학협회(현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국내 최초의 국제 의학행사인 제7차 아세아대양주의학협회연맹 서울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공로도 인정받고 있다.
한격부 박사는 지난 56년 이미 40을 넘긴 장년의 나이에 스웨덴과 영국에서 흉부외과학을 연수한 뒤 돌아와 우리나라에 흉부외과학의 초석을 다진 개척자로 평가받는 원로 흉부외과 의사이다.
'돌을 던진다'는 뜻의 아호 사석은 흉부외과로 진로를 정한 뒤 스스로 지은 것으로 정한 길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그의 신념을 상징한다고 주변 선후배들은 설명했다.
성상철 서울대병원장은 "지금은 노환으로 아무 말씀도 못하시지만 흉부외과에 많은 후배들이 지원해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 학문의 꽃을 피웠으면 하는 평소의 바램을 실천하신 것"이라면서 "앞으로 흉부외과에 좀 더 많은 후배들이 지원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흉부외과는 최근 전공의들의 지원이 급격히 줄면서 서울대병원 등의 주요대학병원에서는 수년째 대규모 미달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위정은 기자(jewee@medifonews.com)
200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