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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새해 복지예산 생색내지 말고 제대로 반영되기를

지난 14일 보건복지가족부는 업무보고에서 새해계획을 발표했다. 복지부의 새해계획은 크게 ‘일자리 창출’과 ‘저출산 및 낙태 문제 해결’ 그리고 ‘격리병상과 응급의료센터 확충으로 전염병 대응시스템 구축 및 응급의료 선진화’, ‘해외 환자 유치 선도기업’ 육성 및 ‘글로벌 U-헬스 의료센터 구축‘으로 집약된다.

한마디로 서민생활안정을 위한 고용확대 및 청년실업 해결과 출산장려, 그리고 고령화 사회에 대한 문제 해결에 적극 뛰어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일자리 15만개 창출과 출산 장려를 위한 각종 혜택 등을 마련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관련 정책의 부실한 결과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게다가 일자리 창출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새해부터 한시생계보호를 폐지하고 기초노령연금예산이 제자리 걸음을 하는 등 벌써부터 행보가 심상치 않다. 특히, 새해 예산 중 기초생활보장 예산 6천800억 원 등 서민을 위한 예산이 대폭 삭감됐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힘든 생활이 더욱 어렵게 되었다.

그나마 신설되는 제도도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내년 복지예산 비중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장애 연금제도을 도입했지만 연금을 받을 장애인들은 한결같이 ‘연금 액수가 비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내년 7월부터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소득 일부를 보장해 주는 ‘중증장애인기초장애연금법’만 살펴보면 경증 장애인(3~6급)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데다 연금 액수도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이렇게 정부예산이 삭감됨에 따라 전국의 지자체들이 줄줄이 타격을 입고 있다. 대구, 제주 등에서는 중증 장애인 수당과 장애인 이동권 보장 예산을 크게 줄이는 등 장애인 복지가 뒷전으로 밀리는 분위기다. 그리고 이번에 없어진 ‘한시 생계보호’는 일시적 폐업·휴업자 등이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로, 지난 6개월 동안 41만 가구에 월 12만~35만원씩 지급했었다. 하지만 ‘이 예산은 1회 시행키로 한 사업’이라며 제도시행 연장을 거절한 복지부에 의해 내년 4181억 원이 전액 삭감되었다.

복지부는 대신 대체 지원을 통한 ‘공백 없는 서민 보호’를 약속했다. 먼저 35만가구에 기초노령연금, 장애수당 등 복지급여를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언뜻 듣기에는 그럴듯하지만, 사실 이 35만 가구는 한시적 생계보호와 상관없이 원래 해당 복지급여를 받아온 대상이었다. 어차피 받기로 된 돈을 주면서 특별조치처럼 포장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복지부는 또 이들 가구에 대해 민간후원이나 지자체사업 등 지역복지자원과 연계시키기로 했다. 또한 생활능력이 없는 가구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흡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하지만 이는 법률상 ‘배분의 독자성’이 인정되는 민간 기부금을 국가가 개입해 예산처럼 쓰겠다는 것으로 위법 소지까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들을 기초생활 수급권자로 흡수하겠다는 방안도 내놨지만, 기초생활보장제도 대상자는 법률로 규정돼 있어 한시 생계보호 대상자를 무조건 여기에 포함시킬 수도 없다고 한다.

기초수급자는 올해 157만1000명이었으며 내년에는 6만명을 늘린 163만2000명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올해 지원되던 것이 끊김에 따라 계속 지원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다.
그밖에 소득 증가로 인한 탈수급자에 대해서도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의료급여 지급을 유지한다. 소득인정액인 최저생계비의 120% 이내인 가구가 해당되며 연간 4만명 정도가 혜택을 받을 것을 보인다. 소요예산은 161억원 정도이나 이 역시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복지부는 첨단 의료복합단지에 대한 계획도 세워놓았다. 충북 오송과 대구 신서에 첨단 의료복합단지를 만들기 위해 예산 341억여 원을 배정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예비타당성조사조차 거치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최종 예산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돼 사업 시행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복지부는 또 신종플루와 같은 전염병에 대해 격리병상과 응급의료센터 확충으로 대응시스템 구축 및 응급의료 선진화로 ‘완벽한’ 국민보호망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관련예산은 정부가 881억여 원을 요구했던 것을 상임위에서 2267억여 원 증액한 것이다. 저출산 극복을 통해 미래 성장잠재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과는 달리 예산은 421억여 원에서 313억여원으로 줄여 편성했다. 이 역시 상임위에서 392억여 원 늘렸다.

새해 복지예산은 32조 2천억으로 전년보다 2조 6천억이 증가했다. 수치상으로는 분명 복지예산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나 뚜껑을 열어보면 물가인상분과 노인인구 증가 등 여러 요소를 무시한 부분이 많다. 이번 예산에 대해서 민주당 정책위 허윤정 보건복지 전문위원은 “이번 업무보고는 근거가 미약한 부분이 많아 예산안이 최종 확정되면 얼마나 차이가 날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기를 얻기 위해서 또는 과시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돈은 일시적인 효과가 있을 뿐이다.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위기를 모면하거나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교묘한 술수에 불과하다. 새해 복지 예산이 다른 부처에 비해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보장성 강화에 따른 건보재정의 적자폭을 해소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또한 변웅전 위원장이 강조했듯이 복지예산은 정당, 특정 지역에 편중되지 않도록 편성하고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노인장기요양 지원에 중점을 두고 최대한 반영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