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년 남성은 한 가정에서는 가장이자, 사회에서는 중심 축을 이루는 존재이다. 가정을 건사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다가 어느덧 5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면 건강에 적신호가 생기게 마련이다.
특히 남성들에게 있어 비뇨기과 질환 중 전립선 질환은 노화가 진행되면서 매우 흔하게 발생되며, 이들 질환은 모두 조기 진단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면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인 남성암인 전립선암은 간단한 혈액 검사(PSA)로 조기 검진이 가능하고, 발견되더라도 진행 속도가 느린 편이라 그 동안 '순한 암' 또는 '자비로운 암'으로 불려왔다.
천천히 자라나는 암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증상이 없으며 조기 검진만 받게 되면 완쾌될 수 있을 정도로 ‘자비로운 암’임에 틀림없으나, 일단 시기를 놓쳐 버리게 되면 림파선, 뼈, 폐, 간 등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되며 이때 다른 암과는 달리 항암제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 호르몬 차단 치료를 하게 되는데 1-2년 후에는 이 남성호르몬 차단 치료에도 듣지 않는 ‘호르몬 불응성 전립선암’으로 변하게 되어 이후에는 평균 생존율이 1년 남짓밖에 되지 않는 ‘독하고’ 치명적인 암이다.
정기 검진으로 빨리 발견해야 완치 가능하고, 사망률을 낮출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50세 이상 남성의 PSA 수검률은 15%에 불과하다. 수검률이 낮은 이유는 국가 암 검진은 물론이고 건강검진 기본 항목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PSA 수검률이 턱없이 낮기에 국내 전립선암 사망률은 계속 늘고 있는 추세로, 최근 10년간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병률도 만만치 않다. 대한비뇨기과학회에서 최근 전국 규모의 역학조사(10,000 명 이상 조사)를 벌인 결과 50세 이상 남성의 100명중 3.4명이 전립선암으로 추정되었다. 이는 다른 어떠한 암보다 높은 유병률이다.
전립선암의 유병률과 사망률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환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치료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특히 병기가 높아질수록 소요되는 의료비 부담은 조기 치료시보다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미국은 조기진단으로 전립선암을 극복한 대표적인 국가이다. 50세 이상 성인의 PSA 검사 시행율이 75% 이상인 미국의 경우 전립선암의 사망률이 점진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며 5년 생존율은 98.9%에 이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립선암의 5년 생존율이 76.9% 로 미국에 비해 무려 22%나 뒤져 있어 우리나라 주요 암의 평균 5년 생존율이 미국에 비해 크게 뒤지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유럽 7개국 합동 장기간 (평균 9년)대규모 임상 연구(ERSPC)에서 전립선암에 대한 PSA 검진을 시행한 그룹이 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20%의 사망률을 줄인다는 보고가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에 발표되어 그 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전립선암의 선별 조기 검진이 정당화되고 있다.
전립선암의 조기검진이 중요한 것은 다른 암과 달리 초기에 발견해 수술하면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성 고유의 암인 유방암과 자궁경부암은 국가 암 조기 검진사업에 들어가 있는데 반해 유독 발병률이나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전립선암이 국가암 검진에 포함되지 못한다는 것은 형평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OECD 국가의 전체 암 발생률과 사망률 비교 자료에서 우리나라 남성의 암 발생률은 OECD 국가 29개국 중 21위로 낮지만 사망률은 5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여성은 발생률이 29개국 중 27위이고 사망률도 25위로 비교적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우리나라 암관리 정책 중 여성암에 비해서 남성암에 대한 암관리 정책이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급증하는 전립선암 발병률과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이제 국가가 나서야 할 차례다.
우리나라 아버지들이 은퇴 후 주로 발생하는 전립선암의 조기검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적인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