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성형외과 원장 K씨는 지난해 말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운영하던 병원을 부동산 시장에 내놨다. 지난 2007년 하반기에 개원을 했으니 채 2년을 못 넘긴 셈이다.
K씨가 개원에 쓴 비용은 대략 2억 5천만 원쯤 된다. 여러 기계들을 구비했고, 평소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많아 손수 하나하나 꾸며가며 공을 들였다.
현재 그가 제시한 양도가격은 보증금 2억 원에 월세1,500만원. 당초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인테리어 등의 본인투자금액도 뽑을 수 없을 거 같아 썩 내키지는 않지만 워낙 부동산 시장이 얼어있다보니 제발 임자가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연락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
19일 개원가 부동산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3개월째 위 사례와 같이 본인투자금액을 제외하고 시장에 나오는 비보험과 매물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개원에 2억원 정도의 비용을 투자했다면 본인 투자금을 뺀 1억 5천만 원에 병원을 양도하고 있다는 것.
사실 병의원을 양도하는 의사의 입장에서는 병원시설, 의료장비 등 자신이 투자해 결실을 얻은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보상을 받고 싶어 하고 대체로 이런 추세가 관례화 돼 있었다. 그런데 급격한 경기침체가 이러한 패턴마저 바꾸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쏟아져 나오는 매물 들 중에는 그 가격대가 다양한데 공동개원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의 병원은 보증금 2억에 월 1,500만원, 보증금 3억에 월 2,000만 원 선이 주를 이루고 있다.
나홀로 개원입지의 경우 권리금 1억에 월 300~500만 원 선이 다수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는 원년 거래가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진 수치지만 실제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나오는 매물에 비해 찾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개원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분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좋은 개원입지를 찾고 있다면 방학특수가 끝나는 2월말까지 개원가 부동산 시장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방학 특수가 끝나고 나면 경영을 포기하게 되는 병원도 더 많이 생겨나고 보다 좋은 조건을 가진 매물이 쏟아져 나올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관계자는 “싸고 몫이 좋은 매물이 나온다면 그 물건이 부동산 시장에 나오게 된 정황과 지리적인 요건 그리고 양도받게 될 시설과 의료기기 등의 중고시세를 꼼꼼히 따져 볼 것”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