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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턴제, 폐지 포함해 ‘모든’ 것 검토중”

수련교육자協 김성훈 회장 “윤리,자선이 아닌 생존”


창립 2년차를 맞은 전국수련교육자협의회(이하 협의회). 최근 불거지고 있는 전문의 인력난부터 수련환경 개선, 그리고 ‘뜨거운 감자’라 할 수 있는 수련의에 대한 폭력 문제까지, 직면하고 있는 사안의 스펙트럼이 만만치 않다.
창립회장이자 최근 제 2대 회장으로 재선출된 김성훈 교수(가톨릭대 핵의학과)는 외모가 주는 느낌 그대로 묵직한 사안에 대해 가감없이 의견을 개진하는 편이었다. 사전 질의서도 없는 40분의 인터뷰에서 제법 많은 의견이 나왔다.

▲최근 특정과를 중심으로 수련의 수급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 내과, 외과, 특히 흉부외과와 같은 세칭 ‘비인기과’를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명망있는 교수를 영입한 모 대학의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이 일취월장 했다든지 하는 사례들도 적지않게 찾아볼 수 있다. 훌륭한 수련시스템을 갖췄거나, 수련 후 취업 등에 프리미엄이 있는 곳은 사정이 많이 다르다고 본다.
물론 이와 같이 수련병원 측에서 사태를 개선시키는 여지는 여전히 매우 제한적이다. 제도적인 차원에서의 접근이 그나마 폭넓게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
모두 다 알고 있듯이 이는 특히 보험제도 내에서 해결돼야 할 문제다. 다만,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수련의들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우리들도 (제한적이긴 하지만) 나름대로의 대안을 강구하고 있으며, 그래서 여러가지 개선방안을 놓고 저울질 중에 있다는 점은 이야기하고 싶다.
(이 부분에서 그는 전공의-전문의 시스템이 가진 일종의 ‘인플레이션’과, 논의가 또다른 논의를 낳는 ‘거품’에 대해, 그리고 우리나라 수련병원이 갖는 수련의에 대한 의존도 등에 대해 깊이 이야기 했으나, 사견임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지면에 옮기지 않는다)

레지던트 공통과정 운영, 인력난 개선 기대
▲개선방안이라면 협의회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인가?
= 그렇다.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공통과정 운영이다.
예를 들면, 흉부외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등을 외과에 묶어 1년~1.5년 동안 과정을 함께 운영하고 세부전공을 지원토록 하는 것이다. 비뇨기과나 산부인과처럼 수술이 많은 과를 여리에 묶을 수도 있을 것이다. 대학 진학시 예전에 학과별 지원에서 학부별 지원으로 변경된 것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

▲공통과정 운영의 장점은 무엇인가?
= 일단 공통의 술기를 공유함으로써 수련의들이 보다 폭넓은 시야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 경험을 거친 후 전공을 선택한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전적으로 순기능이라고 볼 수 없는 면도 있지만, 앞서 말한 ‘비인기과’에 대한 편차를 줄이고, 인력 충원의 측면에서도 어느정도 기여가 가능한 방안이다.

▲이 방안은 인턴 과정과 (취지 측면에서) 중복되는 경향이 있다
= 그렇다. 인턴의 정체성 문제는 작년부터 협의회의 가장 중요한 아젠다 중의 하나였다. ‘독자적인 진료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1년의 인턴기간이 끝나면 독자적 진료행위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레지던트 올라가기 위한 통과의례에 불과하다는 뉘앙스가 강한 것이 사실이다.

“인턴제도 폐지 목소리도”
▲인턴제도 폐지를 주장할 수도 있다는 것인가?
= 물론 이 문제는 의료계 전체의 컨센서스가 전제돼야 할 문제이지만,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제법 크다는 것은 말할 수 있다.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인턴제도가 가진 역할을 부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그 역할을 레지던트로 통합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이야기 한 것이 내실화 문제다. 현재로서 존폐를 논하기보다는 인턴제도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더 시급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인턴제도 효율화 방안이라면?
= 아주 사소한 예를 들자면 간호사와의 업무분장이 될 수도 있겠다. 정맥주사를 인턴이 실시하는 병원이 있고, 간호사가 실시하는 곳도 있다. 이처럼 인턴의 업무가 전국의 병원마다 다르다면, ‘수련’ 이라는 의미는 퇴색돼 버린다. 최소한 ‘어느 수준’까지 균질의 의술을 확보하는 것이 수련의 기본의미 아닌가?
그래서 추진하는 것이 인턴 업무 표준화 작업이다. 전국 3천5백명 인턴들이 수행하고 있는 업무들을 모두 모아서 ‘반드시 거쳐야 할 일’, 혹은 ‘해서는 안될 일’ 등을 케이스별로 정리해 일종의 매뉴얼화 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인턴 업무 전체를 100% 반영한다고 장담은 할 수 없겠지만, ‘최소한’의 업무는 규정하고 가겠다는 것이 협의회의 강력한 의지이다.

수련현장 폭력, 개인적 차원이 아닌 제도적으로 접근돼야
▲성폭력을 비롯한 수련의에 대한 폭력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는데?
= 어느 사회건 폭력은 긴 역사를 갖게 마련이다. 의료계는 특히 도제 시스템에 의존한 바 있기 때문에 좀더 개연성이 크다 할 수 있다. 이제 되돌아보면 인식도 바뀌었고, 무엇보다 이를 ‘문제 삼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이는 바람직한 일이고, 그러다 보니 문제화되는 경우도 많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를 개별적, 인간적인 차원이 아닌 제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폭력예방을 위한 교육 및 사후 처리방안 등에 대한 일관된 매뉴얼이 강제돼야 한다. 그 첫걸음으로 병원폭력 방지를 위한 권고안을 마련해 수련병원에 전송한 바 있다.

▲그것이 갖는 강제성은 어느 정도인가, 실제 수련현장에 이러한 개선의 흔적이 많아지고 있는가?
= 병원 신임평가에 작년부터는 시범문항, 올해는 필수문항으로 점수화해 반영하기시작했다. 폭력방지 위원회 구성 여부, 신고창구의 개설 여부 등등을 계량화 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시스템을 모든 병원이 갖추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이 시점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새삼스럽지만 ‘참여 정신’이다. 수련 당사자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권고안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수련의들도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을 이해했으면 한다. 자신들이 앞장서서 (설사 인간적인 고뇌가 따르더라도) 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문가정신 제고할 자체윤리권 강화돼야
▲권고안 같은 포지티브 안 외에, 네가티브한 방안은 준비되고 있는가?
= 의식의 고양을 견인할 강력하고 상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폭력이 대부분 습관성이고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재발시 강력한 처벌’ 과 같은 조항들이 논의되고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의협 윤리위원회 같은 기구들의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프로페셔널리즘의 요체는 자율성인데, 권한이 없는 상태이다보니 외부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예를 들면, 면허 취소까지는 아니더라도 면허 일시정지 정도의 권한은 부여받도록 해야 한다.

윤리는 자선과 달라, 자신을 위한 문제
▲결국엔 윤리, 혹은 인문의 위기를 논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 수련의 내부 선-후배간에 폭력이 나중에 교육자의 폭력으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전공의협의회 차원에서의 자율정화운동 같은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우리 협의회는 전공의에 대한 윤리, 혹은 인문적인 측면에서의 교육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의료윤리에 대한 전방위 교육 매뉴얼을 구축해 실시하고 있다.
이 매뉴얼은 폭력뿐 아니라 뇌물, 커뮤니케이션 등을 망라하고 있다. 현장에서 반응도 좋아서 마취과학회는 전문의시험에 출제하는 경우도 있고, 일정기간 윤리교육을 이수해야 시험자격을 부여하고자 하는 학회도 있다.
결국, 윤리는 자신을 향한, 자신을 위한 차원의 문제다. 이것은 남에게 자선을 베풀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의 행동의 규범을 설정하고 거기에 맞춰 제대로 살아가도록 하자는 문제인 것이다.

이외에 김성훈 교수는 여러가지 의견을 제시했지만, 사견임을 전제로 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지면에 옮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다만,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기 위해 대한병원협회의 보조금을 사양했다는 이 협의회가 앞으로 얼마나 빠른 기간내에 조직의 틀을 갖추고 의료계에 신진대사를 공급하게 될지 기대가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