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인 사노피-아벤티스의 ‘리모나반트’(rimonabant)가 투여된 마우스들은 간에서 알코올에 의한 지방 축적 효과에 내성이 확인됐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이 결과는 리모나반트가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들의 치료제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알코올 중독은 서구사회의 간질환의 주요 원인이다.
리모나반트는 카나비노이드 수용체(cannabinoid receptors)를 차단하는 약물이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 미국에서는 승인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6월에 미국 FDA 자문위원들은 리모나반트가 일부 이용자들의 자살 위험을 높인다는 이유로 추천을 권고하지 않았다.
내인성 카나비노이드는 지질 매개물질(lipid mediator)로서 카나비노이드 수용체와 상호작용해 마리화나와 유사한 작용을 일으킨다. 대표적인 내인성 카나비노이드로는 arachidonoyl ethanolamide(anandamide)와 2-arachidonoylglycerol(2-AG)가 있다.
또한 지금까지 카나비노이드 수용체는 CB1과 CB2가 발견됐다. CB1 수용체는 뇌에서 과다 발현되고 말초조직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농도를 유지한다.
CB2는 주로 면역계와 조혈계의 세포에서 발현된다. 내인성 카나비노이드와 CB1은 마우스의 간에서 발견되었으며 먹이를 많이 주면 발현이 증가했다. 반면 CB1을 결실시킨 마우스는 먹이를 많이 주어도 비만과 지방축적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 외에도 정상 마우스에게 먹이를 많이 주는 동시에 CB1 수용체 길항제를 투여하면 비만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상의 결과들의 근거로 간 CB1 수용체를 저해하는 물질은 비만 치료제의 가능성이 높다고 제기되고 있다.
먹이를 많이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알코올의 지속적인 섭취는 뇌에서 내인성 카나비노이드를 늘어나게 한다. 이처럼 식이(diet)와 알코올에 의한 간의 지방 대사와 내인성 카나비노이드의 변화에는 유사성이 높다. 최근에 내인성 카나비노이드 수치의 증가가 복부비만에서 지방 축적과 연관되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서 알코올 유도 지방간에서도 내인성 카나비노이드의 영향이 제안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그런 추측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연구팀은 저지방 사료와 에탄올을 먹여서 지방간이 발생한 마우스가 카나비노이드 수용체 CB1의 유전자 발현이 증가함을 확인했다. 또한 이들 마우스들은 내인성 카나비노이드인 2-AG의 수치도 높아졌다고 한다.
반면 동일하게 저지방 사료와 에탄올을 먹이면서 추가로 리모나반트가 투여된 마우스들은 지방간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CB1 수용체를 결실시킨 마우스는 몸 전체와 간에서 모두 알코올성 지방이 형성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연구를 ‘Cell Metabolism’에 발표한 미국 알코올 남용 및 중독 연구소의 조지 쿠노스 박사는 “이번 결과는 실제 적용이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점이 많다. 카나비노이드 수용체 길항제가 투여된 동물들은 알코올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는 알코올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의 지방간 발달을 예방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초기에 음주를 중단하면 치료가 될 수 있지만 실제로 실행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연구처럼 CB1 길항제가 투여되면 지방간 발달을 늦추고 예방하게 만듬으로서 다시는 회복시키기 어려운 간질환의 형성까지 이르지 못하게 한다고 한다.
뇌의 외부에 존재하는 CB1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약물은 불안과 우울증과 같은 부작용이 없으면서 지방간 발생을 줄여줄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또 연구팀은 “리모나반트는 최근에 유럽에서 복부비만과 대사 증후군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이들은 간질환의 위험 인자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CB1 수용체 길항제가 알코올성 및 비알콜성 지방간이나 보다 심한 후유증에 대해서도 효과가 있는지 임상 시험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