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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의료급여 늘면 낭비원인 제거-보장축소 “반복”

이원영 교수, 현행 의료급여법 비판적 고찰

현행 의료급여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의료급여재정의 급등(국가재정의 압박)-재정지출의 낭비적요인 제거-의료급여보장성 축소’라는 정책논리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원영 중앙대학교 예방의학과교실 교수는 ‘최근 개정된 의료급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의료급여제도는 낭비적 요인을 줄이려는 노력과 보장성을 강화해야 하는 2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이 2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수립에 앞서 사회적 합의나 공론화가 필요한 영역이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차상위계층을 포함한 저소득층의 의료보장수준을 언제까지 어느 수준으로 보장하며 이를 위해 국가재정을 얼마만큼 투자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이런 비전 없이 2과제를 점증주의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은 악순환만 되풀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교수는 특히 정책추진의 근거나 가치에 대한 몇가지 의문을 던졌다.

하나는 외국사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냐는 것이다.

의료급여제도 종합대책이나 대국민보고서에서는 수요자·공급자·제도관리 측면에서 단기와 중장기과제를 병렬적으로 나열하고 있으며 실제 실행은 수요관리적 접근에 두고 있다는 것.

유럽의 선진국들은 20년동안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미시적 혹은 거시적인 개혁을 추진한 결과 수요관리 보다 공급관리가 더 효과적이며 특히 공급자에 대한 지불방식이 총액예산제와 같이 직접적이고 중앙집권적으로 시행될 때 효과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본인부담제 도입과 같은 수요관리가 일시적으로 의료비지출을 감소시키지만 동시에 가난하고 병든 자들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줄여 건강이 더 나빠지는 등의 형평성의 문제를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급여제도 혁신의 목적이 재정지출의 효율성 제고였다면 공급자나 제도관리 측면에서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선행됐어야 한다는 것이 이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또한 종합대책에서 미국 메디케이드의 재정안정화 추진사례로 이용규제나 서비스제한, 본인부담을 부과하는 현황 등이 소개돼 있으나 정작 이러한 정책추진이 어떠한 성과를 보였는지는 기술돼 있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교수는 의료수급권자의 의료이용행태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도 비판을 제기했다.

도덕적 해이는 보험용어로 일반적으로 보험에 가입함으로써 가격인하 효과로 인해 의료서비스를 줄이고자 하는 동기가 생기지 않는 경향을 의미한다.

따라서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의료수급권자에게 도덕적 해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중대한 오류를 범할 수 있어 무의식적으로 본인부담을 부과하는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교수는 또한 의료급여제도 재정지출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개입의 대상은 의료수급권자의 불필요한 의료이용이지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며 환자들에게 비용의식을 고취시키는 것 보다 상담·교육·보건복지연계서비스·지역사회 관련 대체서비스 강화가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료수급권자를 차별 없이 존중해 주는 것은 복지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의료급여수급권자에 대한 본인부담부과나 선택병·의원제도는 UN 규약에서 규정한 건강권의 ‘비차별적인 접근’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그는 선택병의원제에 해당하는 환자의 경우 환자 본인이 특정의료기관을 선택했을 뿐 공급자가 환자의 건강관리에 힘쓸 만한 특별한 인센티브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본인일부부담과 건강생활유지비지원제를 받는 환자의 경우 의료기관들로 하여금 자격관리시스템 도입으로 행정부담만 줄 뿐 건강보험환자에 비해 더 많은 애정을 가지고 환자를 돌 볼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즉 선택병의원제는 소비자주도형이지 환자중심형은 아니라고 덧붙이면서 의료급여제도에 있어 시민사회나 의료수급권자 모두 실질적인 참여가 보장되는 정책추진과정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