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2 (수)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병원/의원

항암 면역세포 치료… 42% “암종양 축소…”

직장암 4기 환자인 정모(42·여)씨는 지난달 초부터 2주마다 한번씩 일본을 오가며 항암 면역세포 치료를 받고 있다. 정씨는 석달 전 대학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이미 폐와 간으로 전이돼 거의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 의사는 "수술이 불가능하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며 사실상 사형선고를 내렸다.

남편 김모(43·서울 여의도동)씨는 지푸라기라도 잡고픈 심정으로 인터넷을 뒤졌다. 그러다 일본 구마모토시에 있는 요시다병원이 면역세포 치료를 통해 말기암 환자들의 생명 연장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모두 6차례 면역세포 주사를 맞는데 드는 치료비는 대략 1200만원. 여기에 왕복 항공료와 숙박비는 따로 부담해야 했다. 다행스러운 일은 지금껏 3차례 치료를 받은 뒤 아내의 암 조직이 더 이상 커지지 않고, 몸 상태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무엇보다 항암제 투여로 고통스러워 하던 아내의 표정이 많이 밝아진 것 같아 기쁘다"며 "빚이라도 내서 계속 치료받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3기 이후 말기 암환자들의 희망이 되고 있는 항암 면역세포 치료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 이 치료법이 활성화돼 있지 않아 환자들이 적지 않은 대가를 지불하고 일본 등으로 '원정 치료'를 떠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기 면역세포 증강시켜 암 극복=면역세포 치료는 암 환자 자신의 혈액에서 면역세포(림프구, NK세포 등)를 뽑아내 외부에서 수십억배 이상 수를 늘리거나 기능을 강화시킨 뒤, 다시 환자 몸에 주입해 암 성장을 늦추거나 암세포를 죽이는 차세대 항암 치료법이다. 수술이나 항암제 및 방사선 치료에 따른 고통이나 부작용이 없는 게 장점이다.

일본은 이 치료법을 공식 암 치료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특히 20년 전 일본에서 처음으로 면역세포 치료를 시작한 요시다병원은 최근 한국 암 환자들도 많이 찾고 있다. 병원 측은 28일 현재 10명의 한국인 말기암 환자가 치료받고 있으며, 23명은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병원의 치료법은 이렇다. 먼저 환자의 혈액 30㏄를 뽑은 뒤 원심분리를 통해 림프구와 NK세포를 추출한다. 암 환자 혈액 30㏄에는 보통 림프구가 500만개(정상인은 약 1800만개) 들어 있다. 추출한 림프구와 NK세포를 전용 배양액에 담근 후 2주간 배양한다. 이때 환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림프구 수가 20억∼30억개로 늘어난다. 면역세포의 힘(활성도)도 채혈 당시보다 강해진다. 이 세포를 링거 주사로 다시 환자 몸에 투여한다. 보통 6회 반복한 뒤 암 진행 상태를 점검해 추가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요시다병원은 지난해 9월 일본 암학회에서 2003년 7월부터 2006년 2월까지 진행암(3∼4기) 환자 324명을 대상으로 면역세포 치료를 한 결과, 종양이 줄어들거나 커지지 않은 환자가 134명(42%)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 환자들은 면역 증강 및 항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꽃송이버섯 추출물 'MH-3'(베타 1, 3D글루칸)도 함께 복용했다.

샘안양병원 보완의학 암연구소 김태식 박사는 "면역세포 치료가 기존 암 치료술을 완전 대체하거나 암을 완치한다는 것은 무리"라면서도 "암 종양이 더 이상 커지지 않게 하고 정상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치료'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는 아직 걸음마 단계=우리나라의 면역세포 치료 수준은 시작단계다. 정식 진료 행위 중 하나로 인정돼 환자에게 적용하기 쉬운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인체 밖에서 배양한 세포를 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있어 까다롭고 많은 비용이 드는 임상시험 등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아야만 치료에 쓸 수 있다.

현재 식약청에서 항암제로 허가받은 면역세포 치료제는 이노메디시스의 폐암 치료제 '이노락'과 NK바이오의 악성림프종 치료제 'NKM', 이노셀의 간암치료제 '이뮨셀-LC', 크레아젠의 신장암 치료제 '크레아박스-RCC' 등 모두 4개 품목. 대부분 일본이나 미국 기술을 도입한 제품이다.

지난달부터 폐암 치료제 이노락을 실제 치료에 적용하고 있는 서울 역삼동 이노메디의원 홍기웅 원장은 "현재 9명의 환자가 이 치료를 받고 있지만, 치료 기간이 짧아 효과를 말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해외 임상결과에 따르면 폐암을 비롯한 유방암 위암 간암 대장암 난소암 전립선암 직장암 자궁경부암 췌장암 등 고형의 장기에 생긴 암에는 모두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면역세포 치료는 백혈병 등 혈액암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게다가 6회 반복 치료 비용은 일본보다 배 가량 비싼 2400만원 정도로 환자들의 부담이 크다.

메디포뉴스 제휴사-국민일보 쿠키뉴스 민태원 기자(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