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피해구제법의 국회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사고에 대한 입증책임은 의사가 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법률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신현호 변호사(법무법인 해울 대표)는 “지금 다뤄지고 있는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을 벤치마킹한 법”이라며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을 둘러싼 의료계의 반발은 결국 돈을 누가 낼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신 변호사는 “국민들은 건강보험료를 통해 진료 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피(risk fee)를 이미 지불하고 있다. 때문에 자동차손해배사보장법의 원리에 의거해 사고에 대한 입증책임은 당연히 의사가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1970년대 건강보험이 실시될 당시 정부가 잘못된 원가분석을 통해 의료수가를 책정하는 바람에 국민들이 부담하고 있는 리스크피에 대한 의사들의 의무이행을 주장 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는 것.
하지만 정부가 이 같이 잘못 책정된 수가를 이번에 제대로 책정, 이에 대한 의료공급자들의 확실한 책임이행을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의료공급자에게 입증책임을 물을 수 있는 명분이 생가게 됐다.
실제 지난 20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상대가치 의료수가에서 상향 조정된 리스크피를 인정토록 하는 내용의 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아울러 신 변호사는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의 종합보험가입 시 경미한 사고에 대해서는 법적인 책임을 묻지 않는 형사처벌 특례조항과 관련해 “차량 소유자들이 차량 소유에 따른 보험료를 지불함으로써 교통사고 시 과실책임을 면제, 분쟁의 여지를 없앤 것과 일맥상통한다”라고 설명했다.
즉 자동차 사고로 누군가 다칠 경우 대부분 운전자 과실로 인정되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라는 것이다.
그는 “해당 법안이 20년간 답보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바로 손해배상의 주체에 대한 이견이 분분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항간에 제기됐던 환자와 의사가 책임을 분담하는 절충안에 대해서는 “제조물책임법 등에서 하고 있는 것처럼 몇몇 사항에 한해 책임을 면제해주는 식으로 절충이 가능할 수는 있지만 과실입증과 관련해 의료사고피해구제법에 나와있는 적용원리를 도입하는 것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라며 절충안의 필요성에 의문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