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 약가-수량 연동제 등의 제도는 약가인하를 통한 약제비 절감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약가 통제가 반드시 약제비 절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사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약가 통제로 약제비를 절감할 수 있다면 약가지수가 낮은 국가가 일인당 약제비 지출이 적을 것이다. 하지만, 독일의 약가지수를 100으로 조정했을 때 ETC 약가지수가 낮은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의 일인당 약제비 지출이 약가지수가 높은 국가보다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GNP 대비로도 각각2.6%, 1.8%, 2.3%로 약가지수가 가장 높은 벨기에(1.2%)나 영국(1.0%)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이렇듯, 약가 통제로 약제비가 절감된다는 경험적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P의 감소가 Q의 증가를 불러올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동 제도는 기존의 모든 의약품에 보험 적용을 해주는 네거티브 리스트 시스템과 달리 비용 대비 효과가 우수한 의약품만을 선별하여 보험적용을 해주는 제도로 약가 인하를 목적으로 한다.
유럽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약가 인하만으로 전체시장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으로 경쟁 품목이 줄어들게 되어 극심한 제네릭 경쟁이 다소 완화되며, 보험에 등재된 제품들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마케팅 비용 절감이 가능해 수익성이 제고될 것으로 전망한다.
동 제도로 인해 향후 제약업계는 속도전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의 약가 인하 압력이 지속되고 대웅제약 등 오리지널 의약품 중심의 제약사들도 제네릭 출시에 합류함에 따라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다.
따라서, 경쟁사보다 제품을 먼저 개발해 보다 높은 약가를 받는 것이 최대관건이 될 것이다. 높은 약가로 마케팅 비용 등 판관비를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으며,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이 진입장벽 역할을 해주어 후발주자의 진입을 견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을 선점한다는 혜택을 누릴 수 있으므로 제약사들 간에 먼저 제품을 출시하기 위한 R&D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