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지난 11일 전체회의에서 “의료사고피해구제법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않아 법안소위로 돌려 보낸다”는 재심의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시민단체가 일제히 비난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료사고피해구제법 제정을 위한 시민연대는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그간 무수한 논의를 해왔던 오랜 쟁점들을 다시 거론하며 집요하게 문제제기를 한 결과, 법안소위 만장일치 통과안을 다시 법안소위로 돌려보내는 슬픈 코미디가 연출됐다”며 “한 위원의 말처럼 국회가 ‘스스로를 부정하는 결정’을 한 셈”이라고 개탄했다.
무엇보다 “이는 의협금품로비의혹 이후에도 국회에 여전히 의료계의 강력한 로비가 작용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법안소위를 만장일치로 통과하고 상임위에 부의됐던 의료사고피해구제 법률안은 직역 간, 당사자 간의 형평성을 감안하여 합리적인 대안으로 모색된 것.
환자입장에서는 전문지식과 증거자료를 모두 가지고 있는 의료인이 의료사고의 입증책임을 지도록 하고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2차, 3차 피해를 안겨주던 조정절차를 선택 할 수 있도록 하는 임의적 조정전치주의를 채택했다.
의료인 입장에서는 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안정적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중과실이 아닌 경우에는 형사처벌 특례조항까지 두고 있다.
하지만 어제 전체회의에서 상임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형사처벌특례와 같이 의사들에게 유리한 조항에 대해서는 모두 언급을 회피하면서, 반면 입증책임전환 규정으로 인해 의사들의 방어 진료가 우려된다며 법안소위 재심의를 요구하는 등 집요하게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연대는 “비록 상임위 결정으로 재심의를 하게 됐지만 만일 국회가 의료계의 눈치보기로 환자들을 위한 조항만 수정하는 우를 범하게 되면 이 법률안은 유래없는 악법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복지부와 국회 보건복지위에 대해서도 각각 명확한 입장정립과 약속이행을 촉구했다.
시민연대측은 “보건복지부는 주무부처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법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분명한 입장을 갖고 환자의 입장과 의료계의 입장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대안제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회 보건복지위 상임위가 의료사고피해구제법 처리 기한을 10월 12일 상임위 일정에 맞추고 그 전에 관련 논의를 통해 이견을 조율하고 처리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이번 정기국회가 17대의 사실상 마지막 국회이고 대선일정 등을 감안한다면 이후 처리가 어려운 만큼 반드시 기한에 맞춰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말해 약속 이행 여부를 놓고 감시의 끈을 놓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