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거짓말을 한다!
의료사고가 발생한 뒤 환자측으로부터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다.
의료분쟁이 발생하면 환자는 의료행위를 받았지만 어떤 내용이었는지, 그에 따른 부작용이나 합병증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충분한 사전 설명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해 의사는 그러한 내용을 이미 사전에 충분히 환자측에게 설명하였고 환자도 이러한 내용을 이해하고 동의하였기에 시술을 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의사의 주장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 줄 수 있는 것은 방법은 무엇일까?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무기록을 확보해야 한다고 하는 것처럼 의무기록은 의료분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입증자료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의료진이 작성한 모든 의무기록이 이러한 기능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집어볼 필요가 있다.
많은 의사들은 의무기록 작성시 환자의 증상이나 병명, 처방내역 등과 관련된 사항만을 간략하게 기재하고 그 외 사전에 환자 측과 대화시 설명하였던 내용에 대해서는 구두설명 하였으니 굳이 그에 관한 기록을 기재하지 않아도 좋을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상당하다.
그러나 정작 의료분쟁이 발생하면 증상이나 병명, 처방 내역 등이 초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전 환자 측과의 충분한 의사소통이 있었는지의 여부, 의사가 얼마만큼 의료내용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하였는지의 여부가 관건이 됨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한 의무기록은 기재되어 있지 않다면 그러한 의무기록은 분쟁해결에 있어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의무기록을 아무리 상세하게 기재한다고 할지라도 환자나 의사에게 불이익이 되는 경우는 없다.
위와 관련 대법원은 의사는 진료기록부에 환자의 상태와 치료의 경과 등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그 소견을 환자의 계속적인 치료에 이용할 수 있고 다른 의료인들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의료행위가 종료된 이후에는 그 의료행위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상세하게 기록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8.1.23. 선고 97도2124판결)
의사의 의료행위에 생사가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환자 입장에서는 의사의 설명 내용 중 좋은 부분만을 기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의사 입장에서는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까지 모두 설명하였으므로 시술상의 과실이 없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에 이러한 경우일수록 상세한 의무기록만이 분쟁을 해결을 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 가장 의심을 받는 부분은 의무기록을 신뢰할 수 있을까의 문제이다.
환자 측에서는 분쟁 발생 이후 병원 측에서 의무기록을 조작하여 책임을 면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불필요한 의혹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환자의 최초 진료시부터 상세한 내용을 기록하여야 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해당 내용에 대해 대화를 나눈 환자의 보호자에 관한 기록을 해두는 것이 좋다. 또한 환자측에서 의무기록 열람이나 복사를 요구한 경우 의학적 또는 법적으로 저촉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를 수락해야 할 것이다.
환자의 의무기록을 분실하거나 허위로 작성하는 경우에는 의료법 제21조 위반으로 3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거나 이에 부가적으로 면허자격정지 1월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또한 의료과오소송의 경우 의무기록 조작이나 분실에 대한 입증방해의 책임을 물어 상당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 책임의 문제에 앞서 의무기록은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에 관련된 중요한 사안임을 인식하고 철저한 의무기록의 기재와 보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