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기장군의 중입자가속기 유치를 놓고 관련 기관들이 제각기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가운데 중입자가속기 도입이 제대로 이뤄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초 중입자가속기 유치를 강력히 요청했던 부산시 및 기장군청은 도입 여부에 대한 확인이 계속 미뤄지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장군 주민들은 중입자가속기 유치가 무산된다면 원전 반대 운동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8만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등 대대적인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특히 고리 원자력 1호기 수명연장 및 30년간 그린벨트로 묶여있던 땅에 대한 정부의 보상차원에서 중입자가속기를 도입해 줄 것을 과기부에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시 기장군에 동남권원자력분원 건립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원자력의학원 역시 중입자가속기 유치를 잠정적으로 전제하고 분원 건립에 착수한 만큼 중입자가속기 도입이 필수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가속기를 반드시 도입한다는 조건으로 분원을 건립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장군과 과기부간의 유치 공방을 관망하고 있는 형편이다.
원자력의학원의 한 관계자는 “분원 건립이 추진된 것 자체가 객관적인 건립 타당성 보다는 지역 주민 및 지자체의 요청으로 이뤄진 면이 있는 만큼 중입자가속기 도입도 정치적으로 결정 되지 않겠냐”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피력했다.
즉 지자체가 도입을 적극 희망하고, 이를 위해 전방위 노력을 한다면 정부도 이를 들어줄 수 밖에 없지 않겠냐는 등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과기부는 ‘지금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초 중입자가속기 도입에 대한 정책연구를 수행해 본 결과, 그 내용이 턱도 없이 빈약할 뿐더러 ▲재원 ▲인력 ▲기술개발계획 ▲사양 등 구체적으로 검토해 볼 부분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1500억이라는 예산이 드는 사업을 막무가내 식으로 밀어 부치려는 격”이라며 지자체의 요구에 부담감을 표시했다.
특히 원전 사업을 놓고 중입자가속기 도입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마치 과기부가 원전을 가지고 장사를 하는 것처럼 여겨진다”며 “엄밀히 말해 고리 원전과 땅에 대한 보상 문제는 과기부 관할이 아닌 한국수력원자력과 산업자원부의 영역인데 어쩌다 우리가 고민을 하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아울러 “원전과 가속기 도입은 별개며, 이 두 가지를 거래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무엇보다 과기부측은 지자체가 도입에 드는 막대한 재원에 대해서 아무런 얘기도 꺼내지 않은 채 무조건 과기부에게만 모든 것을 요구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과기부 관계자는 “중입자가속기 도입에 따른 예산을 정부가 전부 감당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라고 전하고 “도입을 해달라는 요구에 비해 지자체로부터 재원을 함께 부담하겠다는 그 어떤 얘기도 없었다”며 모든 총대를 과기부가 매라는 식의 기장군의 태도를 꼬집었다.
또한 그는 “자자체의 관심은 오직 도입이 되냐 안 되냐 여부”라며 “무조건 하면 된다는 식으로 밀어 부칠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과기부측은 세부계획안이 수립되지 않는 한 섣부른 유치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과기부는 일단 중입자가속기 도입에 대한 전문가검토회의를 실시하는 한편, 세부계획을 수립하게 될 경우 전담 부서를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