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는 당연히 수혈의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수혈로 인한 암의 전염여부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암으로 진단 받기 전에 수혈을 한 사람이 차후에 암으로 진단 받을 경우 그 사람의 혈액을 수혈받은 사람은 어떻게 될까?
스웨덴과 덴마크에서 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단 전 5년 동안 제공한 혈액을 수혈 받은 사람들의 암발병 리스크를 조사한 결과, 헌혈 후에 암으로 진단 받은 공여자로부터 수혈을 받더라도 암의 발병리스크가 상승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Gustaf Edgren 박사 등이 행한 연구결과로, 란셋 5월호에 게재됐다.
수혈의 단기적인 합병증을 검출하는 시스템은 확립돼 있지만, 장기적•만성적 합병증을 평가하는 것은 어렵다.
또 수혈에 의해 암이 전염된다는 가설의 검증을 시도한 연구는 이제까지 없었으며, 다만 일부에서 암 발병이 전반적으로 증가한다는 보고와, 비호지킨성 림프종이 특히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었을 뿐이다.
수혈을 받은 환자에게 암발병 리스크가 상승하는 이유는, 수혈에 의한 역학적 변화, 발암에 관여하는 인자의 전염, 공여자로부터의 악성세포의 유입 등을 상정해 볼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국가적 규모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대규모 후향적 코호트연구를 실시했다.
스웨덴(1986년~)과 덴마크(1982년~)의 혈액은행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2002년까지의 데이터를 통합해, 헌혈로부터 5년 이내에 암으로 진단받은 제공자(전암 공여자)를 조사했다.
수혈자는 암의 기왕력이 없고 1리터 이상의 수혈(전혈, 적혈구, 혈장, 혈소판)을 받은 사람으로서, 그 후의 암발병의 여부를 확인했다. 암발병 리스크는 다변량 포아송회귀분석을 이용해 추산했다.
교락인자 후보로서 성별, 연령, 초회수혈시의 거주지, 혈액형, 초회수혈로부터 30일 이내의 수혈횟수, 초회수혈시기, 초회수혈로부터의 경과기간 등에 대하여 조사했다.
연구진은 조건을 만족하는 35만4094명의 수혈자에 대하여 분석을 진행했다. 전암 공여자의 혈액에 노출된 사람은 1만2012명(수혈자 전체의 3%)이었다.
비폭로군의 경우 9만 928 인년의 추적에서 암이 발병한 사람은 978명이었다. 폭로군의 경우 310만 9872인년의 추적에서 발병자가 2만8673명으로 나타나, 조정 상대리스크는 1.00(95% 신뢰구간 0.94-1.07)으로 산출됏으며, 리스크의 상승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령, 초회수혈시기, 초회수혈로부터 경과기간, 수혈횟수로 대상자를 층별화(層別化)해도 상대리스크는 유의한 상승을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전암 공여자를 암의 부위별로 분류해(구강, 상부소화관, 하부소화관, 간장, 담낭, 호흡기, 유방과 유선, 성기, 비뇨기, 흑색종, 눈과 신경계, 내분비선, 뼈와 결합조직, 림프종, 백혈병과 골수종), 개별적 그룹으로부터 수혈 받은 사람들의 암발병 리스크를 평가한 결과, 건강한 사람으로부터 수혈을 받은 경우와 차이가 없었다.
또한 암에 걸린 수혈자를 암의 부위별로 분류하여 폭로자와 비폭로자의 리스크를 비교하였지만, 역시 유의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더욱이 혈행성 전이가 발생한 폐, 간장, 뼈, 중추신경계의 암환자를 모아서 비교한 결과에서도 역시 조정 상대리스크는 1.00(0.85-1.17)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종합하여, 전암 공여자로부터의 수혈은 암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혈액은 매우 복잡한 생리적 활성물질이다. 이제까지 수혈의 단기적 효과에 대한 연구는 많이 이루어졌지만, 수혈의 장기적 효과에 대한 연구는 걸음마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수혈자를 길게는 34년 간 추적해 결과를 도출해 내었다. 이번 연구는 수혈의 장기적 위험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일보를 내디딘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