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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약 선진국 발목잡는 정부

한국제약협회



 
      
                           한국제약협회 김정수 회장
 
 
초강대국 미국, 경제대국 일본, 강소국(强小國) 스위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신약개발국으로서 세계 의약품시장에서 커다란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세계의약품시장의 약 45%를 차지하고 있고, 일본은 세계 의약품시장의 약 13%를 차지하면서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스위스는 인구가 적고 이렇다할 지하자원도 별로 없지만 신약선진국으로서 세계 최고 수준의 1인당 국민소득을 자랑하고 있다.
 
고도기술과 거대자금, 그리고 선진국 수준의 임상시험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신약개발은 후진국이 진입하기 어려운 블루오션전략(Blue Ocean Strategy)이기 때문에 이들 국가는 제약산업 분야에서 오랫동안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소득 수준이 높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신약 개발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신약개발 상황은 어떤가. 87년 물질특허제도 도입 이후 국내 제약기업들은 미래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R&D)에 눈을 돌리게 됐다.
 
20여 년 가까운 연구개발 노력은 최초의 국산신약인 '선플라'를 비롯해 최근 신약허가를 받은 '레바넥스'까지 신약 13건을 개발하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 팩티브'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음으로써 세계 10번째 신약개발국 이 됐다. 제약인들이 제약협회를 창립한 이후 노력한 성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때마침 올해는 제약인들이 협회를 창립한 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협회를 중심으로 제약인들은 우수의약품을 생산해 국민의 평균수명 연장에 기여해 왔으며 개발연대 시절에는 원료의약품 국산화를 이루었다. 공익을 중시하는 광고문화를 만들었으며 고용 창출과 우수인재 육성을 통해 국가경제발전의 동량(棟梁)을 키우고 초석을 다졌다. 그리고 주주배당과 구호활동을 실천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해 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이룬 것도 많지만 신약개발국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신약선진국이라는 미래역사를 만들기 위해 이뤄야 할 과제도 많은 것 같다. 제2 창립 정신으로 무장할 때가 된 것이다. 이미 정부는 바이오신약을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선정해 어찌 보면 제약인에게 550조원에 달하는 세계 의약품 시장을 무대로 국부(國富)를 창출해야 할 중대한 사명을 안겨주었다고 생각된다.
 
다행스러운 점은 선진국 수준의 임상시험 인프라 부족, 기업의 영세성이라는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신약 13건을 개발했고, 우수한 신약을 계속 개발하는 성과를 거두는 것이다.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 중 상당 부분을 꾸준히 투자해 왔고, 신약개발 과정에서 후보물질을 기술 수출해 유입된 자금도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올인 ' 전략에서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연구개발에 재투자된다는 점을 감안해 그 동안 기술수출료에 부과하는 세금을 감면해 주던 정부가 세수가 부족하다며 내년부터 폐지 방침을 정한 것이다.
 
이는 훗날 세금 감면이 큰 도움이 돼 세계시장에 진출한 국내 제약사들이 벌어 들이는 수익을 통해 오히려 세수를 늘리는 결과를 가져올 미래를 고려하지 못하는 단견적 정책이라고 생각된다. 정부가 바이오신약을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정해 놓고 기존 지원제도마저 없애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
 
기왕에 21세기 최고의 부가가치산업인 바이오신약을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선정했으니 이에 걸맞은 정부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정부는 선진국 수준의 임상시험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술이전소득 세액감면과 유연한 약가정책 등 전략적 육성정책을 펼쳐 든든한 후견인이 돼 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