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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례로 배우는 동서의학

관리자

증례로 배우는 동서의학

 

 

  자 : 조기호, 김영설

 

출판사 : 군자출판사

 

출판일 : 2005년

 

판매가 : 25,000원

 

페이지 : 408 

 

고대 중국의학은 주변국에 영향을 미쳐 한국의 한의학, 일본의 한방의학, 베트남의 越의학, 몽골의 蒙의학, 티벳의 藏의학 등으로 계승·발전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동아시아에서 한국, 중국, 일본의 3국에서 주도적으로 동양의학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면을 고려하여, 여기에서는 이들 3국이 가지고 있는 현황을 살펴봄으로써 앞으로 우리의 숙제라고 할까, 해야 할 일을 고민하고자 한다.

지금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韓方」과 「洋方」으로 2원화되어 있다.

여기서 「韓方」이라함은 1986년에 법률에 의하여 「漢方」이 우리 나라를 지칭하는 「韓方」으로 바뀐 것이며, 「洋方」은 「韓方」에 대칭되는 이름으로 쓰이고 있다. 원래 이 「漢方」이라는 단어는 일본에서 건너왔다.

일본에서 「漢」(前漢, 後漢)은 본래 고유의 왕조명이나 시대를 지칭하였지만, 중국 을 지칭하는 대명사로서 사용되어 왔다. 이에 반하여 일본인 자신은 「和(倭)」혹은 「國」을 머릿 글자로 하여, 「漢字」 「國字」, 「漢文」 「國文·和文」,「漢語」 「國語·和語」,「漢籍」 「國籍」등으로 사용된다.

「漢方」은 17세기부터 들어온 네덜란드 학문 에 - 네덜란드를 華蘭이라고 부르면서 서양학문을 총칭하여 蘭學이라고 하였다. 특히 蘭學 가운데 의학을 蘭方이라고 하였다. - 대하 여, 당시까지 가지고 있던 의학, 즉 고대중국에 바탕 한 의학을 「漢方」으로 지칭한데 유래한다.

중국에서 건너온 의학을 「漢方醫學」 이라고 하면서, 자국이 가진 독특한 약물이나 전통의학을 「和藥, 和醫學」이라고 부르게 되었으며, 이들 전통의학을 총칭하여 「和漢醫學」이라고 하였다. 이에 덧붙여 「동양의학」이라는 단어도 사용되고 있는데, 이것은 1868년 메이지明治유신을 겪으면서 주류의학으로 자리잡은 「서양의 학」에 대립하는 용어로 생겨났으며, 자연스럽게 영어도「Oriental Medicine」으로 부르게 되었다.

현재 일본에서는 우리의 「韓醫學」 과 같이 용어들이 통일되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혹은 의미를 가지면서 「漢方醫學」 「東洋醫學」「和漢醫學」등으로 다양하게 사용하 고 있다. 단지 영어 명칭을 2003년부터 일본의학회 소속 일본 동양의학회에서는 「Oriental Medicine」을 「Kampo Medicine」로 변경하였다.

「漢方」의 일본어 발음인 「Kampo」를 살려 상당히 이데올로기냄새가 나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나 일본은 1875년 의사 국가고시에서 한방과목을 제외하여 서양의학 과목 일변도로 하였는데, 이것이 지금도 그대로 존속되어 서양의학을 기초로 한 한방의학 국가라고 할 수 있다.

2003년부터는 일본 전체의과대학에서 한방을 필수과목으로 하여 전통의학교육을 강화하였으며, 향후 5년 이내로 의사국가고시에 한방과목을 넣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은 원저자인 테라사와 카츠토시 교수의 한국인 독자 메시지를 참고하여 주기 바란다. 중국은 전통의학 그 자체를 「國醫」로 칭하고, 1948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후 「中國醫學」을 약칭하여 「中醫學」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영어 표기도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TCM(Traditional Chinese Medicine)이라고 하고 있으며, 1956년을 기점으로 전국적인 통일교과서가 만들어지는 등 1차 정비작업이 완료되었다.

더욱이 1980년대 초부터 「中西醫 결합의학」이 시도 되고 있으며, 2000년에 들어와서 모 든 질병에서 중서의 결합의학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국의 교육제도는 5년제 중의학대학을 졸업하면 중의사가 되 고 - 7년제는 석사학위를 바로 받는다 - 실제 임상에서 한·양약을 함께 쓸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검사까지 구애받지 않는 실용적 시스 템으로 되어있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중국은 1956년, 한국은 1986년, 일본은 2003년을 기점으로 나름대로 각자의 전통의학을 정립하는 계기로 삼았 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한의학을 「Korean Oriental Medicine」으로 부르며, 일본문화의 한 그늘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 한 동양의학이라는 용어가 동서양 2분법의 한 표현이며, 의미의 속성상 서구의 우월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오리엔탈리즘에서 탈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장황한 설명을 하게 된 것은, 전통의학의 그 뿌리가 같은 고대 중국의학이지만, 각국에 따라서 고유한 문화·관습·전통·민족 등에 따라 달리 형성되어져 있기 때문이다.

「韓醫學」,「中醫學」,「Kampo Medicine」에서 보듯이 민족의학적 개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서양의학은 지역·인종을 초월하여 세계 공통언어·개념으로 나아가고 있다.

따라서 이런 일률적인 잣대 로 전통의학을 보아서는 안된다.

전통의학을 하는 입장에서는 범지구화(globalization)와 지역화(localization)를 함께 아우르는 다소 이중적인 작업(glocalization)을 하여야 하는 어려움이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는 1953년 양한방이 서로 엄격한 배타성을 지니는 조건으로 한의사제도가 생겨났다.

그 뒤 한의학교육이 4년제에서 6년제로 늘어나고, 수련의 과정이 4년으로 되는 등 양방과 대등한 관계로 대학교육·수련의 교육이 발전하였다. 그러나 의료법은 이에 상응하게 변 화하지 못하고 있다.

하드웨어의 변화에 소프트웨어가 지원하지 못하는 형국이 되어, 법률적인 의료인이면서 양약뿐만 아니라, 검사까 지 자유롭지 못하는 의료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한의학 대학교육에서 임상분야는 60% 정도가 서양의학의 토대위에 한의학을 구축하고 있어 한양방이 결합된 절충형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형태가 민족의학이라는 입장에서 「東道西器」나 「洋診韓治」등의 개념으로 전통이 변질된 이질적인 의학이 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국민 개보험이라는 오늘날의 의료 현실에서 시대에 부응하는 한의학으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하여야 하는 방법 이다. 경희의료원은 이미 동서협진센터를 설치 운영하고 있으며, 새로 설립하는 제2의료원은 동서신의학병원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과 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개념으로 출발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최근 의학계에서는 대체보완의학과는 조금 궤를 달리하면서 통합의학의 개념이 대두되고 있다. 서양의학의 주류에, 대체보완이라는 모 든 지류를 함께 엮어가고자 하는움직임이다.

의학교육과 제도면에서 양한방이 철저한 배타성을 유지한 채, 1 : 1의 대등한 관계를 유지 하려는 우리나라 의료현실에서는 도입될 수 없는 팩터를 가지고 있으나, 이들이 일구어 놓은 열매는 음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새삼스럽게 한의학 열풍 속에 동양적 가치가 무엇인지 화두가 되고 있다.

현대사회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고려할 때 보편적 서구사상이 우선한다는 것은 지배적이지만, 전통을 끊임없이 재해석하여 우리의 삶과 사회를 풍부하게 해 주는 소중한 유산임에는 또한 틀림없다. 여기에 발맞추어 미국·유럽에서 불고 있는 대체보완의학(CAM: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의 영향도 있듯이, 이제는 양방 에서 한방을 배워 의료간의 이해를 넓혀나가야 한다. 이것이 환자들의 니즈(needs)이다. 덧붙이면 이 책의 원서는 일본 국립의과대학 중에서 유일하게 한방과가 있는 토야마 의약대학의 교과서이며, 일본에서 3만부 이상이 팔 려 일본 한방의 바이블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의 초판번역은 1999년에 집문당에서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의 신길조 교수와 함께 펴냈다. 그러나 이미 절판이 되었으며, 원저도 2001년 2판이 보다 내용이 충실해진 모습으로 발간되었는데, 이것을 2004년부터 경희의료원 동서 의학연구소에 같이 일하게 된 김영설 교수와 함께, 한·양방의 입장에서 각각 해석을 붙이고, 완전히 새롭게 한글위주로 펴내게 되었 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소개하여 知緣(지적 네트워크)의 컨설턴트로서 일정한 역할을 하였다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