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거리를 하나 살 때도 국산인지 중국산인지 꼼꼼히 따져보면서 정작 두통약은 의사나 약사 상담 없이 습관적으로 익숙한 브랜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술 마시고 무심코 먹는 진통제 때문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잘 쓰면 약이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되는 약은 성분, 제형, 부작용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일상생활에서 의사 처방 없이 쉽게 구매할 수 있어 오·남용하기 쉬운 진통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진통제는 안전하다?아세트아미노펜은 게보린, 타이레놀, 펜잘 같은 진통제의 주요 성분이다. 위장장애가 없는 안전한 약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세트아미노펜의 치명적 단점은 간 독성에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허용량(4g)을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간수치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후 미국 간재단은 하루 타이레놀 허용량을 3g으로 낮추도록 권고했다.또 술 마신 뒤 생긴 두통 때문에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는 일은 알코올 성분을 분해하느라 가뜩이나 찌든 간에 폭탄을 던지 것과 마찬가지여서 급성간부전 같은 치명적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한해 200건 정도의 의문사가 타이레놀 복용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평소 간에 이상이 있거나 하루 2∼3잔 이상 술을 마신다면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진통제 복용을 삼가야 한다.아세트아미노펜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진통제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 진통제. 부루펜, 아스피린 등이 이에 속한다. 이 진통제는 해열, 진통 효과와 함께 소염작용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아세트아미노펜 제제가 갖는 간 독성은 없다.문제는 위점막을 자극해 소화불량, 속쓰림 뿐 아니라 위장출혈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평소 위궤양이나 위장관 관련 질환이 있으면 피하는 것이 좋다.◇진통제는 모두 같다?단순한 두통으로 진통제를 찾는다면 어떤 진통제도 상관없지만, 열을 동반한 두통에는 해열 진통제를, 염증으로 인한 관절염과 자궁의 강한 수축으로 인한 생리통에는 소염 진통제를 복용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해열진통제의 대표적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은 소염작용 없이 해열작용과 진통작용을 가지고 있다. 반면, 아스피린이나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 제제는 염증을 일으키는 매개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을 억제해 소염작용과 해열 그리고 진통효과를 모두 가지고 있어 생리통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진통제에 주성분 외에 함께 들어 있는 성분에 따라 약효와 부작용도 달라질 수 있다. 게보린이나 펜잘 같은 약에는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다. 카페인은 주성분과 함께 중추신경을 흥분시켜 진통 효과를 높인다. 그러나 중추신경이 흥분돼 위산분비가 늘고 심장박동이 빨라질 수 있어 위장장애가 있거나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제형에 따라서도 약효 차이가 날 수 있다. 대부분의 진통제는 알약으로 돼 있지만, 최근에는 약효 성분을 액상으로 만들어 놓은 진통제도 나와 있다. 액상형 진통제는 몸에 빠르게 흡수되기 때문에 약효가 빠르고, 약물 가루가 위에 남지 않아 위장관 장애가 적다.
메디포뉴스 제휴사-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기수 전문기자(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