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남구 풍암동 엔젤산부인과. 여느 산부인과 병원과는 조금 다르다. 이곳에서 출산한 산모는 출산 30분 안에 반드시 모유를 먹여야 한다. 산모와 아기는 한방을 쓸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신생아실은 없다. 출산 전에는 모유 수유와 관련된 교육도 받아야 하고, 육아 중에도 가끔 모유를 먹이는지 확인받는다. 전 세계적으로 ‘엄마젖 먹이기 사업’을 벌이고 있는 유니세프(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는 지난 2002년 이 병원을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으로 지정했다. 광주에서 유니세프의 공인을 받은 것은 이 병원이 처음으로, 올해로 6년을 이어 오고 있다. 2000년 개원한 신생 병원이 유니세프의 지정을 받은 것은 이 병원 의료진들의 남다른 노력이 있었다. 박창수(46) 대표 원장은 처음 모유수유운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모자가 함께 쓰는 병실은 산모와 아기를 분리하는 병실 보다 규모가 커야하기 때문에 설비비가 더 들게된다. 직원들은 수시로 받아야 하는 모유수유 교육을 탐탁치 않게 생각했고, 교육에 따른 추가 시설·인력도 큰 부담이었다. 산모들도 필요성은 알지만 반응은 별로였다. “엄마 젖 먹는 것은 아기의 권리입니다. 모유를 먹은 아기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합니다. 엄마의 건강은 말할 것도 없어요. 그러나 분유 먹이는 것이 너무 일반화되어 있어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유니세프의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은 산모와 아기가 한 방을 쓰며, 태어난 지 30분 이내에 엄마 젖을 물리게 하는 등 이 단체가 제시한 엄마 젖 먹이기 10단계를 지키는 병원에게 주어지는 칭호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매년 수백개의 산부인과를 대상으로 서류심사를 한 뒤 15개 병원을 실사대상으로 선정한다. 현장 실사를 통해 보통 한해에 3∼5개 병원만이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으로 지정한다. 선정된 후에도 부정기적으로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산모 추적 조사를 통해 최소 70∼80%가 모유 수유를 계속하지 않을 경우 자격이 박탈된다.까다로운 심사 때문에 지난 1996년부터 이 제도가 시행됐지만 현재 전국에서 57개 병원만이 지정돼있다. 광주지역에서는 엔젤산부인과 이후 모아, 에덴, 보람산부인과 등 4개 병원이 지정됐다. 엔젤병원에서 출산한 정모(30)씨는 19일 “처음에는 직장생활 때문에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려고 했는 데 병원의 교육으로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메디포뉴스 제휴사-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광주일보 채희종기자(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