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소견이 충돌할 경우 진료(수술) 당시 상병 부위의 상태를 직접 진찰한 주치의의 임상적 소견을 우선적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판사 이영욱)은 척추고정술이 필요한지 여부에 대해 해당 시술을 시행한 대학병원 전문의의 임상적 소견과 수술 이전의 필름을 판독한 의료인단체 및 자문의사들의 소견이 서로 다른데 대해 “주치의의 임상적 소견이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판결했다. 환자 A(원고)는 지난 95년 9월 업무상 재해를 당해 B공단(피고)으로부터 요추 염좌, 제4-5요추간 및 제5요추-제1천추간 수핵탈출증으로 요양승인을 받고, 98년 3월 요양 및 재요양을 종결한 후, B공단으로부터 제9급 장해급여를 받았다. 그 후 환자 A는 증상악화로 제5요추-제1천추간 척추고정술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에 따라 04년 9월 B공단으로부터 이에 관한 재요양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05년 1월, 환자 A에 대한 진료를 맡은 C대학교병원 신경외과 의사 D가 제5요추-제1천추간 척추고정술을 시행할 경우 제4-5요추간에도 척추고정술이 필요할 것이라는 소견을 밝힘에 따라, 원고 A는 즉시 B공단에게 제4-5요추간 척추고정술에 관한 승인신청을 했다. 하지만 B공단은 05년 3월 환자 A에 대해 자기공명영상 및 역동적 사진 등으로 보아 제4-5요추간 척추고정술은 필요하지 않다는 자문의사협의회의 심의결과 등을 이유로 불승인하는 처분을 했다. 그러자 환자A는 05년 4월 이 사건 소를 제기한 후, 7월 C대학교병원에서 제5요추-제1천추간과 함께 제4-5요추간에도 척추고정술을 받았다. 의사 D는 “환자 A의 제4-5요추간은 이미 추간판탈출증에 대한 추궁절제술 및 수핵제거술을 받아 상당히 약화된 상태로서 역동적 방사선사진상 척추불안정증이 나타났는데, 05년 7월 척추고정술을 시행할 당시 제5요추-제1천추간은 물론이고 제4-5요추간에도 위 방사선 사진상의 소견보다 더 심한 척추불안정증이 인지돼 제4-5요추간에 대해서도 척추고정술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일 제5요추-제1천추간에 대해서만 척추고정술을 시행한 경우에는 이 구간의 척추기능까지 제4-5요추간에서 떠맡게 돼 필연적으로 제4-5요추간 척추불안정증이 심화되고 증상악화가 수반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소견을 밝혔다. 또한 이 법원의 촉탁에 의해 환자 A에 대한 신체감정을 실시한 E병원 신경외과 의사 F도 “환자 A의 제4-5요추간에 이미 한 차례 수술을 한 바 있기 때문에 제5요추-제1천추간 척추고정술을 시행할 경우 그 상위 분절인 제4-5요추간에도 불안정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제4-5요추간 척추고정술은 이러한 척추불안정성의 예방목적이 있을 수 있다”는 소견을 제시했다. 한편 이 법원의 촉탁에 의해 원고의 역동적 방사선사진 등 필름을 감정한 의료인단체는 “척추불안정은 역동적 검사상 척추각도의 변화가 15~20° 이상이거나 전위의 변화가 3~4㎜ 이상일 때 진단할 수 있는데, 04년 12월의 역동적 방사선검사에서 각도변화가 8°, 전위변화는 1㎜ 미만으로 나타나 불안정성 진단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그밖에 척추관절의 퇴행성 변화도 심하지 않으며, 추간판탈출증도 경미한 정도이므로 환자 A에게는 제4-5요추간 척추고정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법원은 “상병부위를 촬영한 사진에 대한 판독은 의사들의 의학지식과 임상경험 등에 따라 서로 다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사진이 실제의 상태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진료기록 및 사진의 판독만으로 사후에 제시된 의사의 소견보다는 실제로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을 시행한 의사의 임상적 소견이 더 존중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치의의 손을 들어줬다. 또한 “환자 A의 주치의 D는 공신력 있는 대학병원의 신경외과 전문의로서 환자 A에대한 척추고정술을 직접 시행하는 동안 제4-5요추간 척추의 상태를 누구보다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진찰해 볼 수 있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김도환 기자(dhkim@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