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중소병원의 마취과 전문의인 류모 과장은 최근 편도결석수술을 마친 환자의 부모로부터 귤 한상자를 받았다.
수술을 잘 해줘서 고맙다는 감사표시였다.
류 과장은 “부담스럽게 뭐 이런 걸 다 준비하셨느냐”며 사양했지만 조그만 성의표시라며 극구 놓고 가는 바람에 거절할 수도 없었다.
류 과장은 책상위에 놓여있는 귤 한상자를 보며 ‘요즘도 이런 일이 다 있네’하며 웃었다.
최근 지속되는 경제불황과 이에 따른 개원가의 경영악화로 진료여건이 어려워졌지만, 아직 남아있는 환자들이 치료에 감사를 표시하는 풍토가 추운 개원가 연말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개원가에 따르면, 예전만큼 여유롭지는 않지만 소정의 선물을 들고 찾아오는 풍토가 이어져 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 같은 환자들의 감사표시는 당뇨병, 고혈압, 신장질환 등 만성질환 환자나 수술환자를 중심으로 종종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의사와 환자간 신뢰가 저하되고 있는 분위기 때문에 이 같은 뜻밖의 선물이 어려운 의료환경의 활력소가 되고 있는 것.
이 같은 환자들의 선물들은 손수건, 과일, 음식, 넥타이, 양말 등 소박한 물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선물 형태는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주거나 받아도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많이 오간다는 것.
선물을 받게 되면 의료인으로서 더욱 보람과 감동을 느끼고 그만큼 책임감도 느끼게 된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경기도의 한 개원의는 “한번은 당뇨로 내원하던 한 할머니로부터 고구마 한상자를 선물로 받은 적이 있다”며 “혼자 먹기에는 너무 많아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지만, 오히려 값비싼 물건보다 이런 선물이 더 감동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경영이 어려워지는 요즘이지만 한편에서는 소소한 일상에서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가 쌓여가고 있다.
류장훈 기자(ppvge@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