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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동일·반복처방 필요한 만성질환, 비대면진료 초진·지역 제한 제외해야”

1형당뇨병환우회 “비대면진료 제도화, 반드시 환자 목소리 반영돼야”

(사)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김미영 대표는 2025년 10월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참석해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대한 환자들의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국정감사에서는 발언 시간이 제한돼 현장의 어려움과 요구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웠다. 이에 환우회는 환자의 실제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대면 진료 제도화 과정에서 반드시 반영돼야 할 핵심 과제를 다음과 같이 공식 제안한다.

1형당뇨병은 인슐린이 거의 분비되지 않는 중증 난치성 질환이다. 생존을 위해 매일 인슐린 투여가 필요하며, 고혈당·저혈당 위험을 상시 관리해야 한다. 환자는 정기적인 외래·검사를 위해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는 동시에, 일상 속에서는 스스로 혈당을 관리한다. 

이 과정에 필수적인 물품은 △인슐린, 글루카곤 등 의약품 △연속혈당측정기 전극, 혈당시험지, 인슐린 펌프 소모품, 주사기, 주삿바늘, 채혈침 등으로 해당 품목은 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구입할 수 있다. 또한 요양비 청구 대상 의료기기·소모품은 처방 주기와 청구 기간이 상이해 개별적으로 처방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잦다.

2020년 2월부터는 대리처방이 금지됐고, 의약품·의료기기(소모품 포함)는 환자 간 양도·대여·판매가 금지돼 있어, 환자는 자신이 직접 처방받은 제품만 사용할 수 있다.

코로나19 시기에 시행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통해 1형당뇨병 환자는 혈당 관리 환경이 개선되고 의료 접근성과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되는 경험을 했다.

동일·반복 처방은 장거리 이동·대기 없이 적시에 처방을 받을 수 있었다. 지방·도서 지역 환자도 전문 진료에 접근할 수 있었다. 사전 문진이나 CGM 등 데이터 기반 진료로 치료 효율이 높아졌다. 인슐린 변질, 펌프 고장, 분실 등 긴급 상황에 신속 대응할 수 있었다. 복잡한 요양비 청구 절차도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통해 간편하게 처리하거나 위임할 수 있었다.

비대면 진료는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환자가 질병을 가지고도 교육·직장·가정생활을 유지하며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필수 인프라로 작동했다.

정부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종료하고 제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초진 제한과 지역 제한이 논의되고 있다. 이는 1형당뇨병 환자가 처한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지방에서는 1형당뇨병 진료가 가능한 내과를 찾기 어렵고, 상급종합병원은 예약 및 대기 기간이 길다. 대리처방 금지로 환자 본인이 직접 처방을 받아야 한다. 인슐린은 온도 민감·상시 투여 필수 약물로, 변질·분실·고장 시 즉시 처방이 필요하다.

초진·지역 제한이 도입되면 환자는 동일·반복 처방을 위해서도 장거리 이동과 장시간 대기를 반복해야 하며, 이는 생명·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불합리한 규제가 될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이용의 효율성도 크게 저하된다.

또한 ‘초진 제한’은 개념 자체가 불명확하다. 예컨대 10월에 감기로 진료받고 11월에 동일 증상으로 다시 진료받는 경우 초진인지 재진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질환의 지속성과 관리의 연속성을 고려하지 않는 포괄적 규제는 의료 현장의 혼란만 초래할 것이다.

1형당뇨병 환자들은 이미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통해 혈당 관리가 개선되고 의료 접근성과 삶의 질이 향상된 경험을 했다. 이러한 긍정적 변화를 직접 체감한 환자들에게 과도한 규제를 가한다면 환자들의 저항은 매우 클 것이다.

정부는 ‘환자 중심의 의료’를 강조하고 있으나, 실제 제도 설계 단계에서는 환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 환자의 목소리를 배제한 정책이 어떻게 ‘환자 중심의 의료’라 할 수 있는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는 환자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 특히 이미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환자들의 목소리를 세심히 듣고, 그들의 치료 환경이 후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1) 질환 단위 재진 원칙 도입

동일 질환으로 진료 이력이 있는 환자는 의료기관이 달라도 재진으로 인정하는 질환 단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진료 이력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통해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1형당뇨병처럼 동일·반복 처방이 필수인 만성질환은 비대면 진료에서 초진·지역 제한을 예외로 둬야 한다.

2) 데이터 기반 사전 문진·상담 고도화

사전 문진이나 CGM·펌프 데이터 등 환자 보유 데이터를 표준화해 비대면 진료의 임상적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3) 환자 참여형 제도 설계

실제 비대면 진료를 이용한 환자·보호자의 경험을 제도 설계에 지속 반영해야 한다. 중증난치질환, 희소질환, 장애·아동·고령 등 의료 취약 집단에 맞춘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비대면 진료는 1형당뇨병 환자에게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필수 인프라다. 정부와 국회는 환자의 실제 경험과 질환 특성을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세심한 제도 설계를 추진해야 한다.

동일·반복 처방이 필요한 만성질환은 초진·지역 제한의 예외로 두는 것이 환자의 안전과 공공성, 그리고 진정한 환자 중심 의료에 부합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