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사기를 근절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이 내 놓은 ‘자동차보험 정상화 및 보험사기 대책’과 관련, 의료계가 정책의 집행 주체와 당위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번 대책이 기관간 국민의 진료정보 공유를 골자로 하는 만큼 의료계는 환자들의 진료정보 유출위험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에 대한 단속 강화를 암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위헌소지까지 지적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보험사기를 근절하기 위해 보험사기 혐의자들의 각종 진료기록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비롯한 각종 공제기관과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자동차보험 정상화 및 보험사기 대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방침은 보험사기 혐의자들의 과거 교통사고 횟수, 병력, 진료기록을 분석해 보험사기를 방지함으로써 재정적 누수를 막고자 하는 데 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공공기관 사이에 교류하는 자료의 범위는 보험사기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로 한정하고 있으나 그 대상이 전 국민이 된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또한 이번 대책은 자동차보험 의료수가를 낮추는 방안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의료기관의 진료비 과잉청구를 막기 위해 의료기관에 대한 단속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이번 대책으로 인한 의료계의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백경렬 의협 자보대책위원장(정형외과개원의협의회장)은 우선 “보험사기를 색출하는 것이 손해보험협회라면 모르지만 금감원의 역할이냐”고 반문하고 “이번 대책은 건강보험수가와 자동차보험수가의 의료심사일원화를 위한 발판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백 위원장은 금감원에 대해 “이번 대책을 내놓을 권한도 이유도 없다”고 강조하고 “금감원이 보험사기특별조사반(SIU)까지 신설했는데, 의료기관을 금융기관 다루듯이 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반발했다.
그는 특히 이번 대책을 “정부의 부처간 월권행위”라고 규정하고 “어디부터 잘못됐는지 모를만큼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영우 전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정형외과)는 “지금 벌써 연말정산간소화의 일환인 소득세법도 환자의 급여·비급여 진료기록을 제출토록 하고 있는데, 환자의 정보 노출이 확대되고 있다”며 “물론 자보 사기를 근절하겠다는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그 정책이 오히려 의료계를 타깃으로 돌아오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자보 사기가 사회심리적으로 반인륜적 범죄를 야기할 정도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는 하지만 과도한 행정집행이 돼서는 안된다”며 “행정원칙은 분명 법체계에서 이뤄져야 하며 목적을 위한 수단까지도 정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정책결정은 행복추구권, 직업자율권, 평등권, 재산권침해 등 여러모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이는 과잉금지원칙과 비례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번 대책이 의료기관에 대한 단속강화로 이어질 경우 소신진료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 같은 경우 위헌소송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류장훈 기자(ppvge@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