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초음파학회가 4월 20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3회 춘계학술대회를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국내 초음파 교육의 실태와 교육센터 운영의 현실적 어려움, 그리고 안정적 교육 시스템을 위한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신중호 한국초음파학회 회장과 이정용 이사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진이 참석해 학회 활동과 교육 사업의
방향을 공유했다. 특히 초음파 교육을 둘러싼 제도적 공백과 재정 문제를 중심으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며, 정책 당국의 관심을 촉구했다.
먼저 이정용 이사장은 과거 타 학회에서 교육센터를 운영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교육센터를
운영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결국 재정이었다”고 토로했다.
교육센터는 단순히 공간만 마련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초음파 장비
대여, 교육 모델 섭외, 강사진 확보까지, 모든 요소가 비용과 직결된다.
이정용 이사장은 “약 1년
반 정도 교육센터를 운영했었지만 임대료와 장비 임대, 강사료 등 고정 지출을 감당할 수 없어 결국 폐쇄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학회가 모든 비용을 감당하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날 신중호 회장은 학회가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찾아가는 핸즈온’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매달 세 번째 주 토요일마다 외부 강의장을
임대해 소규모 실습 교육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신 회장은 “개원의뿐만
아니라 전공의 비율이 약 50~60%에 이르며, 2시간 동안
실제 기기를 사용하는 훈련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신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단 한 달도 쉬지 않고 교육을 이어온 것은 학회의 자부심”이라면서도 “재정적 여유가 없어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하거나 교육 횟수를 늘리기 어렵다”고
했다.
또 신 회장은 “전공의 시절 초음파를 배울 기회 자체가 거의 없다”며 “서울 대형 병원조차 실습 기회가 제한적이며, 지방 수련병원은 상황이 훨씬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신 회장은 “전국에서 연간 약 6700명의 내과
전공의가 배출되지만, 이 중 초음파 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은 100명도
안 될 것”이라며 “문제는 이들이 개원 후에도 초음파를 배울
마땅한 교육 기관이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장은 “초음파는 복부 통증,
어깨 질환, 경동맥 평가 등 임상 현장의 거의 모든 진료 분야에서 활용되는 ‘제2의 청진기’”라며 “비용이 저렴하고, 방사선 노출이 없으며, 실시간 진단이 가능한 효율적인 도구지만, 정작 이를 익힐 기회가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초음파 교육은 단순 이론이 아닌 실제 술기를 동반해야 하기에 필연적으로 인력과 장비, 시간, 공간 등 자원이 들어간다.
술기 실습을 위한 모델은 교육 중 2시간 이상 누워 있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섭외 비용 또한 당연히 발생된다. 강사진 역시 충분한
임상경험을 가진 전문가로 구성돼야 한다. 신 회장은 “이
모든 비용을 학회가 자비로 감당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정부든
지자체든, 공공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정용 이사장도 재정 지원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꼭 정부 지원만이
해답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작년 8월, 전공의를
대상으로 초음파 연수강좌를 진행했는데 1회에만 1100만원이
들었다”며 “이걸 주 1회
정례화하면 한 달 4400만원, 연간 5억원 가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학회 연 예산이 8억원인데, 그중 절반 이상을 교육에 투입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지속 가능한 교육 체계를 만들기 위해선 별도의 교육재단 설립이나 장기적 후원 구조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최근 정부가 시행 중인 초음파 선별 집중심사 정책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면서 “현재 의원급을 중심으로 초음파 사용에 대해 과다 청구 여부를 심사하고 있는데,
학회와 충분한 논의 없이 진행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진료 현장에서 환자에게 꼭 필요한 초음파를 했는데도 심사에 걸릴까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일방적인 정책을 밀어붙이지
말고,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달라. 의료계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제13회 춘계학술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500명 이상의 회원이 참석했고, 이 중 전공의도 64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학회는 상복부, 하복부 및 유방, 경부/갑상샘, 심장/경동맥/말초혈관, 근골격 초음파 등 총 5개 세션으로 나누어 강의를 진행했으며, 전공의 전용 핸즈온 프로그램도 별도로 구성해 실습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학회는 매 학술대회마다 실무 중심의 포켓북을 제작·배포하고 있다. 이번에는 근골격 초음파 관련 내용을 정리한 약 440페이지 분량의 포켓북을 참석자 전원에게 배포해 큰 호응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