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비인후과 개원의는 최근 이구전색으로 진단이 불가능한 환자를 보게 됐다.
그는 일단 귀지를 제거하는 조치를 취하고 진단을 해보자고 했으나, 환자는 이미 근처 소아과에서 중이염 진단을 받고 오는 길이라며 확인만 해달라고 요구했다.
귀 속이 보이지 않아 진단을 할 수 없다고 하자 환자는 막무가내였다.
결국 귀지를 제거하고 살펴보니 귓속은 깨끗했으며 중이염이 없었다.
최근 개원가 일각에서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경영난과 과다경쟁에 따라 내원환자를 장기간 유치하기 위해 허위진단 및 과잉진료를 하는 소수 의사들에 대한 사례가 공론화 되면서 자중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속속 나오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논의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찬반양론으로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분위기다.
아예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거나 수일 및 단기간 치료가 가능한 환자에 대해 중증질환 진단을 내려 1~2달 동안 장기간 내원해 치료를 받게 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지적은 직접 진료 일선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사들 사이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공론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개원가의 허위진단 및 과잉진료 세태 지적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의사들은 대부분 “일부 의사들의 행위를 의사 전체로 확대해서는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즉, 대부분의 의사들이 허위진단을 통해 환자 치료기간을 고의적으로 늘리지 않으며, 오히려 적정기간에 완치되지 않거나 차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 2차, 3차 병원으로 정밀한 검사를 받거나 전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
하지만, 주위 동료 의사들을 볼 때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는 의견도 제기되면서 ‘결코 무시할만한 지적은 아니다’는 측면에서 적잖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한 개원의는 “주변에 개업한 개업초기 의사들을 보면 전체 환자의 80~90%가 진단명에 축농증, 폐렴, 천식, 기관지염, 모세기관지염, 중이염 등 중증 진단을 받는다”며 “심지어 비염이라고 진단을 내려 한달 이상씩 진료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기의 동반증상으로 비염증상이 있는 경우라도 축농증으로 진단해 2~3개월씩 치료를 하는 사례도 빈번하다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런 행위를 하는 의원들에 환자들이 몰려 명의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정확하게 진단을 하더라도 다른 의원에서 좀 더 중증으로 진단을 받고 나면 환자들이 기존에 진료받은 의사가 실력이 없어 오진을 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는 원망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환자들 뿐만 아니라 의사들 사이에서도 불신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개원의는 “주변에 개원한 의사들은 거의 그런 허위진단 및 과잉진료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아무리 소수라고 해도 언젠가 선의의 피해의사가 나올 수 있는 만큼 반성하고 자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방의 한 개원의는 “이 같은 사례는 비단 개원가 뿐만이 아니다”며 “봉직의들도 마찬가지로 이런 사례가 있으며 이런 것을 보고 들을 때 의사로서 회의가 든다”고 성토했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최근 복지부 국정감사에서는 건강검진을 받은 환자 대부분에 암진단을 내린 종합병원의 실태가 지적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한개원의협의회 김종근 회장은 “그러한 허위진단 사례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있더라도 아주 극소수일 것”이라고 전제하고 “하지만 이 같은 일은 절대로 있어서도 안되며 만약 적발이 될 경우에는 의료계 내부적으로 ‘의사품위를 손상시킨 행위’로 규정해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고 징계를 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류장훈 기자(ppvge@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