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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기획2]올 수가협상 ‘폭풍전야’ 예고

낙관론-비관론 속에 ‘신중한 탐색전’…첫 만남 중요

[끝]2005년 11월 16일 새벽 팔레스호텔. 이 곳에 모인 사람들은 계속되는 협상을 지켜보면서 이미 지친 상태였다.
 
시계는 새벽 1시를 훌쩍 넘겨 계약종료 시한은 이미 넘긴 뒤였다. 때문에 협상을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은 머리 속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떠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5시간이 넘는 마라톤 협상을 벌인 이성재 공단 이사장과 김재정 의협회장, 유태전 병협회장, 엄종희 한의협회장, 원희목 약사회장 등의 얼굴은 무척이나 밝았다.
 
그리고 이들은 3.5%의 수가인상과 3가지 기본조건에 전격 합의하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사상 처음으로 의약계와 공단이 협의를 통해 계약으로 이뤄내는 순간이었다.
 
이들은 수가계약을 마친 뒤 기쁜 표정으로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그리고 복지부에서 공동성명서를 내고 “이번 계약성사는 건강보험 제도사에서 과거의 갈등을 극복하고 새로운 협력을 여는 시발점"이라곡 강조하고 "이는 국민보건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노력에서 비롯한 것으로, 건강보험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다음날 모든 관련 매체들은 ‘사상 첫 수가계약 성사’라는 타이틀의 기사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날 체결한 부대합의서의 이면에는 의약계의 발목을 잡을만한 내용이 도사리고 있었다.
 
부대합의서의 이면
 
지난해 수가계약 시 체결한 부대합의서는 *보장성 강화 공동노력 *수가 계약방식 전환 *약가제도 개선 등 3개항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의료계 한 관계자는 “건보 보장성 강화 공동노력이라는 것은 수가 현실화 보다는 보장성 강화가 우선이라는 말인데 이를 의료계에서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아울러 “유형별 수가계약은 지금처럼 협의회 차원이 아니라 공단이 각 의약단체와 별도로 계약을 맺겠다는 것인데 협상의 주도권을 공단에 빼앗기고 휘둘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협상, 잘해야 본전 못하면 각오해야
 
사실 그 동안 수가협상에서 의약계단체들이 공단에 끌려 다닌다는 지적들이 여러 차례 제기돼왔다. 하지만 수가협상을 담당하는 의약계단체 실무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협의회 관계자는 “보는 시각에 따라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의약계 단체들이 끌려 다닌다는 전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의약계의 현실을 공단이 반영하지 못해 이에 타협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건정심에서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건정심 구성인원 비율의 제조정 등을 포함한 수가협상의 근본적인 틀 변화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한편 병협 한 관계자는 “우리가 우리 입으로 그 동안 수가협상을 못했다고 한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직무유기를 한 셈이고 또, 수가협상을 잘했다고 한다면 공단에서 ‘역시 원하는 만큼 올려준 것 아니냐’고 나올 것이기 때문에 협상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할말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는 수가협상에 임하는 실무자들이 얼마나 큰 심적 부담을 짊어지고 협상에 임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김철수 회장은 “유형별로 계약을 하기로 지난해 합의를 했지만 올해는 준비기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올해는 의협이나 병협 수장이 바뀌는 해였기 때문에 협상 준비의 연속성이 많이 떨어졌다”면서 “부대합의서를 작성할 때 좀 더 멀리 보고 장기간에 걸친 계획을 세웠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수가 협상, 협의회의 전망은?
 
사상 첫 수가계약을 이룬 지 어느덧 일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 다시 내년도 수가를 위한 협상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하지만 올해 수가협상 전망은 그리 밝지가 못하다. 지난해와 같은 극적이 타결도 그 가능성이 낮다.
 
지난해 유형별 계약을 미끼로 3%대 수가인상이라는 선심(?)을 쓴 공단이 올해는 이를 바탕으로 의약계단체들을 압박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의료계 내에서는 “유형별 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 공단이 수가를 인하하려고 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요양급여협의회는 지난 4일 실무자 연석회의를 갖고 사실상 올해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유형별 계약이 어렵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하지만 정채빈 이사는 “요양급여비용협의회가 무리한 요구를 하지도 않을 것이고 공단도 상식적인 선에서 이야기한다면 쉽게 합의를 볼 수도 있다”면서 낙관했다.
  
반면 의협 박효길 보험부회장은 “아직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면서도 “얼마를 원한다고 말해봐야 이뤄지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병협 김철수 회장도 “아직 구체적인 금액까지는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최소한 물가인상률 정도는 반영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단체의 관계자 역시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입장을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전하는 등 모두가 수가협상을 앞두고 매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55.4, 53.8, 55.4, 56.9, 58.6, 60.7, (?)
 
앞서 언급한 숫자들을 언뜻 보면 아이큐테스트에서 흔히 보는 수열 문제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 수열문제는 ‘멘사’들도 쉽게 풀기 어렵다. 물음표에 올 숫자는 그야말로 하늘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숫자들은 지난 2001년부터의 환산지수로서 의료계는 “마진은 고사하고 그 동안 물가상승률도 전혀 반영 못해 원가보전이 전혀 안되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건강보험 수가·보험료 결정은 매년 10월 중 발표되는 환산지수 연구 결과에 근거해 11월부터 다음해의 건강보험 수가 및 보험료를 결정하기 위한 가입자대표, 공급자대표가 치열한 협상을 벌인다.
 
현재 수가협상이란 환산지수 협상을 뜻하는데 환산지수는 상대가치 점수에 기반을 둔 행위별 수가제도 하에서 상대가치점수당 단가를 의미, 상대가치점수를 화폐단위로 전환해 공단이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비용이다.
 
환산지수는 보험자는 재정부담과 연계되고 의료기관은 의료수익과 연결되며 소비자는 보험료 지불과 직결된다.
 
때문에 이 환산지수를 놓고 가입자와 공급자는 희비가 엇갈릴 수 밖에 없다.
 
공동연구 파기 책임 누구에게?
 
작년에 유형별 계약에 합의했기 때문에 공단과 의약계단체간의 공동연구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올해 공동연구는 파기된 상태다.
 
이에 정채빈 이사는 “공단이 부속합의 이후 지금까지 공동연구 추진을 위한 아무런 제안도 하지 않았다”며 공단의 수동적인 자세를 비판했다.
 
하지만 “모든 책임은 공단에 있지만 우리도 무조건 잘했다고는 하지 않겠다”고 전하고 “다만 유형별 계약이 안된다고 해서 삭감이란 카드를 들고 나오는 것은 곤란하다”고 전했다.
 
공단 관계자는 “현재 공단은 지난해 작성한 부대합의서를 기초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연구를 하고 있다”고 전해 유형별 계약을 염두에 둔 연구를 진행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한편 지난해 계약 시에도 막대한 용역비를 들여 공단과 의약계단체가 공동연구를 실시했지만 정작 협상에서는 완전히 배제돼 많은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협상을 하되 감정을 건드리진 마라
 
정 이사는 “현재 각 단체별로 100% 원가보전이 되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며 “이런 와중에 삭감이라는 카드를 꺼낸다면 그것은 협상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한 “협의회 간사들은 기간 내에 계약하자고 의견을 모으고 암묵적으로 현실적인 수준 제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지난해 합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도 무리 없이 진행될 거라 믿지만 만약 공단이 현실을 무시한 비상식적인 안을 제시한다면 이는 협상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감정만 건드리는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한편 기간 내 계약을 목표로 하고 있는 협의회에 대해 의료계 일부에서는 “기간 내 합의를 위해 벌써부터 고개를 숙이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협상이란 원가보전은 당연한 것이고 마진의 폭을 놓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지금 협의회는 원가보전 마저 포기하는 것 같다”면서 “지난해와 같은 3%대 인상에 결코 만족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상훈 기자(south4@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