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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대한민국 분만인프라 붕괴에 대한 긴급 성명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부 관계자, 그리고 정치인 여러분.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의 분만인프라가 처참하게 붕괴된 현실을 알리고자 엄중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 자리에 모인 대학병원 산과 교수들과 대한분만병의원협회 임원들은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고, 정부와 정치권이 긴급히 대처할 것을 촉구합니다.

첫째, 신규 산부인과 전문의 배출의 부재
  
최근 10년간 산부인과 전문의 배출 수는 급격히 감소했으며, 그나마도 미용, 성형, 난임과 같은 분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산과를 선택하는 비율은 10% 미만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단기간 월급 의사로 일하다가 다른 분야로 전향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는 불가항력 분만사고에 대한 턱없이 부족한 국가 보상금과 분만사고 의료 소송의 과다한 배상금으로 인한 두려움이 가장 중요한 원인입니다. 

2012년 도입되고 2023년 개정된 의료분쟁조정법 제46조는 산과 의사들에게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했고, 최근 천문학적으로 증가한 분만사고 소송의 배상금은 분만에 대한 공포를 조장할 지경입니다. 

이런 불합리한 사법 환경은 결과적으로 산과 지원율 급감과 분만인프라 붕괴를 심각하게 초래했습니다.


둘째, 기존 분만 병의원의 폐업

분만사고에 대한 소송 증가와 불합리한 판결로 인한 천문학적인 배상액으로 산과 병·의원들은 지속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2000년 당시 1000개 소였던 분만 의원 수는 현재 200개 소로 감소했고,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분만기관 수는 약 400여 개에 불과합니다. 

대한민국의 안전한 분만인프라 유지를 위해 최소로 필요한 분만기관 수인 700여 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또한, 낮은 분만 수가의 현실과 저출산 환경 속에서 산과 병·의원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폐업할 수 밖에 없는데, 이 피해는 고스란히 임산부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으며, 이젠 임산부들이 갈 곳을 잃은 지역이 전국 시·군·구의 거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셋째, 워라벨 문제와 인력 부족

산과 의사들은 365일 응급 전화를 받아야 하고, 주야간 구분 없이 일해야 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는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며, 산과 지원을 기피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소아청소년과와 마취과 전문의 부족으로 인해 분만 병·의원 운영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산과 병의원에 종사해야 할 간호 인력 부족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분만인프라 붕괴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이 땅의 현재 또는 미래의 임산부입니다. 그들이 갈 곳이 없고, 그들을 돌볼 의료진이 없다는 것은 모든 국민과 가정에 비참한 재앙입니다. 

그래서 이런 붕괴를 일으키는 심각한 문제점들에 대해 아래의 사항들을 긴급히 요구합니다.


1. 불가항력 분만사고 보상법의 전면 개정: 보상 재원을 전액 국가가 부담하고, 현실적인 보상금 규모를 책정해야 합니다.

2. 분만 수가의 현실화: 분만 수가를 분만병의원이 운영될 수 있는 합당한 수준으로 인상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3. 산과 의사와 관련 인력 양성 지원: 산과 의사와 관련된 의료 인력의 양성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4. 분만인프라의 재구축: 국가 차원에서 분만인프라를 재구축하고, 지역별 분만 병의원 수를 적정 수준으로 확보해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의 임산부와 신생아의 안전은 위협받고 있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신속하게 대책을 마련해 대한민국의 분만인프라를 회복시켜 주실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