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숙 전 국회의원이 내년 초에 치러질 제42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박인숙 전 의원은 5일 서울역 인근 식당에서 ‘의권강화를 위한 전문지 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박 전 의원은 지난 19~20대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쌓인 정치인으로서의 경험과 국회 및 정부처 인맥이 가장 장점으로 꼽힌다.
이날 박 전 의원은 “대한민국 의료계는 비상 상황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투쟁해서 바로잡아야 한다”며 “투쟁력 없는 정치적 접근은 공허한 구호일 뿐이다. 모든 것은 정치로 풀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 전 의원의 인생을 돌아보면 의사의 다양한 궤적과 역할을 경험해 보기 위한 부단한 노력의 날들이었다.
그는 미국에서 일반의로 짧은 개원을 경험한 후에 베일러 의대병원에서의 소아과 수련, 소아심장과 전임의 및 임상교수로 15년을 보낸 후 귀국해 인제의대 서울백병원 1년,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과 교수 23년, 울산의대 학장 2년, 보건복지부 유전체 연구센터장 10년, 희귀난치성질환 센터장 4년, 아시아태평양 소아심장학회 회장, 한국여자의사회 회장을 역임했다.
의협과 관련해서는 의료일원화 위원회와 의료윤리연구회에 20여년간 활발히 활동했고 이 두 위원회 일은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오고 있다. 또한 전문지와 일간지에 꾸준히 칼럼 기고 및 강연을 통해 의료계 문제들을 널리 알리며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박 전 의원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2012년 이후 8년간 국회의원으로 봉사하며, 의료계를 대변하고, 악법을 저지하기 위한 치밀한 투쟁과 협상전략의 구현, 그리고 의사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설득하는 인고의 과정을 거쳤다”며 “두 텀에 걸쳐서 국회에 있었기에 저는 의료계에 도움되는 목소리를 가장 뚝심 있게 낼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존경받는 의사’를 위해 저의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것은 그 동안 동료 의사들로부터 받은 커다란 사랑과 응원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자 대의를 위한 저의 마지막 임무이기 때문”이라며 “굽실거리며 얻는 비굴한 타협이 아니라 강한 힘과 정치력을 바탕으로 강하고 올바른 주장을 하며 의사들을 진정으로 보호하고 대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박 전 의원은 수많은 의료 아젠다들 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로 필수의료 붕괴와 ‘동전 진료 폐지’, ‘의사의 잠재적 범죄자화 근절’을 꼽았다.
그는 “전문적인 진료에 대한 올바른 보상은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점이다. 물가 인상률보다 못한 수가 인상률은 차치하고서라도 수가 결정 과정에서도 의사는 병풍처럼 들러리만 서 있는 구조”라며 “말 그대로 의료계의 킬러 규제이며, 21세기에 존재하는 전근대적 간섭이다. 현재 대한민국 의료 정책의 근본이 되는 가치관은 철 지난 사회주의 사상이다. 가장 대표적인 단어가 ‘의사는 공공재’라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일방적인 희생에 바탕을 둔 성과는 지속되기 어렵다.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해도 인정받지 못하니 의사도 비급여로 소송 위험이 낮은 과목으로 빠질 수 밖에 없다”며 “낮은 수가의 피해는 의사들만 입는 것이 아니라 국민도 함께 피해를 본다. 현재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필수의료 붕괴가 그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의사의 잠재적 범죄자화 근절’에 대해서는 “의사들은 그냥 열심히 공부하고 모든 것을 바쳐 치료한 것 밖에 없지만 이제는 온갖 음해, 비난, 오해의 대상이 돼 버렸다. 환자들은 진료를 녹음하기까지 한다”며 “피치못할 의료 사고에 대한 민형사 재판 판결로 인해 의사는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항상 완벽한 치료를 해야 한다는 부당한 강압이 반복되고 있다”고 분개했다.
그는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내가 늘 상 해왔던 진료와 다를 바가 없는데 감옥에 가고, 평생 노예같이 일해도 갚을 수 없는 천문학적 벌금을 내야하는 동료 의사들을 보면서 의사들은 더욱 분노할 수 밖에 없다”며 “심지어 의사가 진료 도중 발생한 비고의적 사고 때문에 법정 구속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어떠한 선진국에서도 볼 수 없는 심한 징벌”이라고 꼬집었다.
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사들의 단합된 힘이 필요하다.
박 전 의원은 “지금 대한민국 의료계 지형은 안타깝게도 의사들에게 매우 불리하다. 회원들의 협조와 단합 없이는 그 어느 것도 가능하지 않다”며 “개원의, 봉직의, 교수, 전공의, 전임의, 공보의, 군의관, 벤처/산업계, 공무원, 법조계, 언론계, 해외로 진출한 의사 등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 물론 미래 의료를 책임질 의대 학생들의 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나아가서 더 중요한 점은 젊은 차세대 의사 리더들을 키우는 것”이라며 “이들이 후에 정계, 국회, 고위 공무원, 산업계, 언론계 등에서 보건의료계의 리더로 진출하도록 적극 투자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끝으로 그는 “지금 의료계를 짓누르고 있는 수많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 모든 회원과 함께 노력해서 나쁜 제도를 고칠 수 있는 실천 가능한 제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경험이 다르면, 능력도 다르다. 저 박인숙이 이제 의료계를 위해 목소리 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